[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차기 대선이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고민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제18·19대 대선 당시의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 같은 확고부동한 대선주자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인데요. 지지율 10% 넘는 대권후보가 아예 없는 국민의힘은 물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대표를 보유한 민주당에서도 ‘인물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우선 국민의힘의 고민은 명징하게 드러납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개사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실시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소속 후보들 가운데 지지율 5%를 넘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선두권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2%씩을 받았을 뿐입니다.
범위를 범보수(汎保守)로 넓혀도, 오 전 시장과 유 전 의원보다 높은 지지율을 획득한 후보는 6%를 얻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4%를 기록한 무소속 홍준표 의원밖에(윤석열 검찰총장은 본인 요청에 따라 조사대상에서 제외) 없었습니다.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는 다르다고 하나,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반면 민주당의 고민은 결이 다릅니다. 현재 민주당에는 두 명의 유력 대권주자가 존재합니다. 앞선 조사에서도 이재명 지사는 23%, 이낙연 대표는 22%의 지지율을 얻으면서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따지면, 민주당의 대선 후보 걱정은 ‘행복한 고민’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현재 민주당의 주류 세력은 누가 뭐래도 친문(親文)입니다. 제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조금씩 힘을 키워 오던 친문은 제19대 대선과 제7회 지방선거, 제21대 총선을 거치면서 역사상 최대 계파로 성장했습니다. 강성인 데다 수적으로도 압도적인 친문은 민주당, 나아가 우리 정치를 움직이는 세력으로 평가됩니다.
이러다 보니 민주당의 대선주자는 친문의 ‘간택’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바꿔 말하면, 친문의 마음에 드는 후보만이 민주당의 대선후보 자격이 있다는 뜻이죠.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고민은 바로 이 대목에서 시작됩니다.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대표 모두 친문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지사와 친문은 갈등의 골이 깊습니다. 친문은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2018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경선 때는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전해철 후보와 대립했던 이재명 지사를 탐탁찮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 본인은 과거 언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친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강성 친문들은 여전히 그를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인물’로 간주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낙연 대표 역시 친문의 완전한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2002년 대선 때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으로 활약했지만, 2003년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하는 과정에서 새천년민주당에 잔류하며 친노(親盧)와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그 이후 이낙연 대표는 ‘비주류’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고, 이런 인식은 당대표가 된 지금까지도 유효합니다.
민주당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달리는 후보들을 보유하고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도, 이낙연 대표도 친문의 적자(嫡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민주당 내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는 건 그 방증입니다. 다른 의미로 ‘인물난’을 겪고 있는 양당의 고민은 해결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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