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은행 관련 제재, 2월 예정”…비리 관계자 검찰 수사는 ‘급물살’
투자자, 1인 시위·탄원서 제출 등 영향…“피해자 보상도 늦춰지고 있다”
일부 판매사 사장, “금융당국 결과 따를 것”…투자자 “하염없이 기다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연기되면서 피해 투자자들의 근심이 더해지고 있다. 일부 판매사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과태료 부과 및 CEO 최종 제재 수위 등을 결정하기 위한 증권선물위원회 (이하 증선위)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분쟁조정과 제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피해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면서도 금융당국의 제재가 애시당초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부 판매사들은 제재가 확정이 된 후 보상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알리면서, 피해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금융당국의 결론을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6일 열릴 예정이었던 증선위 정례회의가 연기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과태료 부과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화상회의로 대체되면서 대면보고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8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금감원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과태료 부과 안건뿐만 아니라 지난달 초 각 증권사 전·현직 CEO들에게 내려졌던 제재도 내년에 확정짓게 됐다.
뿐만 아니라, 라임자산운용을 판매한 은행에 대한 제재도 내년에나 시작될 전망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7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내년 2월쯤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당초 이달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검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이번 '라임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1일에는 김봉현 전 회장이 로비대상으로 지목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윤 전 고검장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4월 펀드 판매를 중단하자 우리은행에 로비한다는 명목으로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2억 여원의 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우리금융그룹과 윤 전 고검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금융당국의 제재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피해 투자자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금융당국과 면담을 실시하거나, 자체적으로 1인 시위, 탄원서 제출을 계속 해오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거세지면서 이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피해 투자자들의 1인 시위는 몇주째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라임사태 피해 투자자 A씨는 이날(18일)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의 제재에 지장을 주는 것은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번 제재에서 실질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판매사)들의 이름은 애시당초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금융당국과 몇차례 면담을 통해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제재가 늦어지면서 피해자 보상문제도 같이 늦춰지고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적지 않은 자금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올 한해 피해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키운 판매사들에 대한 기소 등을 진행해왔다"면서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기에, 최근까지 법원이나 금감원에 탄원서 등을 지속적으로 제출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피해 투자자 B씨는 최근 통화에서 "담당 PB가 최근 라임펀드 판매사 중 한 곳의 사장이 자신은 (배상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면서 "그랬기 때문에 피해 투자자들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하지만) 해당 판매사(증권사)는 과거부터 고객이나 PB들에게 미리 보상을 하기에는 '배임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으로, 만약 보상이 확정이 되면 어느 증권사는 적극적으로 보상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어느 판매사보다 적은 금액을 보상받았다"면서 "믿고 있었던 고객이나 PB들은 결과적으로 뒤통수 맞은 격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 과정에서 금감원에 민원을 넣지 말라는 회유도 오갔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금감원의 빠른 결정이나 판매사의 사적화해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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