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새로운 모멘텀 창출해야
김종인 사과, 당 환골탈태 계기로
후보 변수, 정권교체 초석을
'尹 - 安' 제3 후보군에 문호 활짝 열어야
'윤석열 출마 방지법' 극복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선거 정국이 초엽(初葉)부터 혼미스럽다. 정치를 바꿀 힘은 오직 깨어 있는 국민에게서 나온다. 앞으로 4·7보선과 여야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절망의 정치를 희망으로 되살릴 주권자의 판단이 중요하다.
오늘의 정치권은 범야권이 새로운 모멘텀을 창출하지 못하면 정부여당의 무한 폭주를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야권연대가 절실하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견제와 균형의 정치를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 상승의 탄력은 놀랍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야권은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에 맞서, 범여권은 이미 국회에서 ‘윤석열 대선 출마 방지법’ 카드까지 꺼냈다. 현행 선거법상 공직 선거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90일 전에 그만둬야 하는데, 검사와 법관의 사퇴 시한을 1년 전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출마를 막기 위해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무리한 자충수를 두면 자승자박의 길로 치닫게 된다는 점을 여권은 깨달아야 한다.
범야(汎野) 연대 기대
야권도 달라져야 한다. 거여(巨與)의 힘을 앞세워 독주를 일삼는 문재인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려면 먼저 야권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은 야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발판이 돼야 한다.
여권의 지지율 하락은 문재인 정부의 독주 정치와 경제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민생 경제는 부동산 대란과 청년 실업 확대, 자영업 폐업 급증, 양극화 심화 등으로 온전한 게 거의 없다.
제1야당의 존재감을 회복하려면 적정 시점에 지도부를 과감히 교체하고 외부에 문호를 개방해 대선정국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 안철수'란 강력한 제3의 후보군에도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한다. 이들 후보를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정권교체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나라의 미래가 걸려있다.
안철수 대표가 출사표를 공식으로 던진 만큼, 이제 거여(巨與)에 대항하는 범야(汎野) 연대를 기대한다.
사과는 당 쇄신 출발점 돼야
국민의 힘 김종인 대표의 전직 대통령 탄핵 관련 사과가 있었다. 문제는 과거에 대한 사과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진정한 것이 되려면 철저한 반성과 거듭남이 동반돼야 한다.
보수야당은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까지 세 번이나 당의 간판을 바꾸고 환골탈태를 약속했지만 국민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보수의 낡은 프레임을 국민이 갈망하는 합리·민주·평등의 새로운 프레임으로 탈바꿈하려면 국민의힘의 혁신이 절실하다.
보수가 안으로부터 크게 변해야 한다. 특히 '인적 쇄신'과 '민생·경제'는 핵심적 화두다.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 근본적인 정치 혁신의 방향 모색, 민생과 경제에 대한 더 진지한 고민과 실천 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 ‘내로남불’과 '尹 - 安' 현상
그런 관점에서, 현행 정치가 제구실을 하지 못할 때 정치권 바깥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새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대쪽 판사’ 이회창, 행정의 달인 고건, 글로벌 리더십 반기문 등이 정치권으로 불려나와 한때 대권주자 1위를 찍었다.
‘윤석열 현상’의 1차적 책임도 당연히 정부·여당에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조국일가 입시비리, 추미애 장관 아들 병가논란, 탈원전 경제성 축소, 라임펀드, 검찰 특활비 등의 사안에서 보여준, 정부여당의 ‘내로남불’과 오만함은 많은 국민의 혀를 차게 했다.
오로지 정권의 안위와 홍보에만 총력을 쏟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능력도 없는 정권의 모습에 상당수 국민이 넌더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라가 이대로 가선 안 된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대표의 제의에 답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국회에서 여당의 입법독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줬다. 야권연대 없인 입법독주를 막을 수 없고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시장 보선은 여든 야든 내후년 대선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으로, 이기는 쪽이 대선에서 기선을 잡을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후보를 중시해야만 한다.
실용적 가치로 '보수 혁신' 이끌어야
올해와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선과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이를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실제 지금 여론 상황은 보수 야당이 잘해서 따온 결과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여당 실책에 의한 반사 이익이란 측면이 강하다. 윤석열 역시 당 밖 사람일 뿐이다. 그의 대권행보는 아직 실험적 수준이다.
또한, 국민의 힘 김종인 위원장이 전직 대통령들을 배출한 소속 정당에서 이들의 잘못을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것은 한국 정치사의 큰 변화다.
따라서, 이제는 범야권과 무소속을 포함한 모든 세력이 연대해 문재인 정부 실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안 대표도 여러 출마자 중의 한 명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이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탄핵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두고 탈이념과 실용적 가치로 보수 혁신을 주도해 나간다면 우리 보수 전체의 진로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야권 인사들 약진
각종 여론조사는 오늘의 정국 상황을 잘 보여준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대선주자 선호도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30.4%로 오차범위 밖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로 뒤를 이었다. 정당별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34.2%, 더불어민주당이 28.7%로 오차범위 안에서 국민의힘이 앞섰다.
다른 언론사들의 신년 여론조사 결과도 대체로 비슷했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후보 지지도는 야권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서울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부산에서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여권 후보들을 따돌리고 오차범위 밖 선두를 달렸다.
새해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실패를 방증하는 여론 지표들도 속속 발표됐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1~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34.1%로 내려앉았다.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보다 좋다는 응답이 15%포인트가량 더 높았다. 한겨레 조사에서는 4월 보선에서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가 승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당 후보가 승리해야 한다는 견해보다 12%포인트가량 더 많았다.
관건은 ‘야권 빅텐트’ 주도권
이제는 야권이 뭉쳐 정부 여당의 국정 폭주를 막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마침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했다. 그동안 반문(反文)연대를 주창해온 안 대표의 결정엔 많은 고민이 담겨 있다.
누군가가 선봉에 서지 않으면 반문연대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자신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권 출마를 공언해왔던 그가 서울시장 출마로 선회한 것은 반문연대와 정권교체의 열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안 대표의 ‘야권 단일후보’ 구상은 ‘반문(反文) 빅텐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야권 연대의 틀을 만들고, 2022년 대선까지 이어가자는 뜻으로 읽힌다. 관건은 ‘야권 빅텐트’의 주도권이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범야권 단일화 협상 또는 결선투표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입당을 요구할 것이다. 이런 논의들은 궁극적으로 야권 단결의 계기로 이어져야 한다.
보수야당 혁신의 출발점으로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실제 움직임이 중요하다.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는 '말'로써 시작하지만,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헛되다. 사과 이후 국민의힘이 어떠한 변화와 개혁의 모습을 보이는지가 더 중요하다.
더 이상 낡은 보수·기득권·재벌의 편에 서선 안 된다는 뜻일 게다. 진보의 전유물이었던 공정과 정의는 물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의 가치도 도입해야 한다. 보수의 강점인 경제와 안보에서만큼은 진보와 확실한 격차를 보여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와 관련해 김종인 위원장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정당은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불평등’ ‘비민주’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란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최선·최상의 정치다.
국민의힘의 지난 잘못에 대한 사과는 사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그런데도 당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한 비판이 여전하다.
국민은 보수야당 혁신의 출발점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보수야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친박-비박 갈등 같은 내분에 빠져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고루한 꼰대 정당, 기득권만 지키고 누리려는 웰빙 정당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국민의 매서운 심판에 3연속 참패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속참패의 근원은 소속 당 출신의 두 전직 대통령이 사법처리된 뒤에도 조금의 반성이 없이 상식의 정치를 버리고 오만과 독선의 극단적 장외투쟁 등에 몰입한 탓이다. 김 위원장은 당 쇄신 약속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당 쇄신은 수권 정당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한국 정치 이정표 돼야
한국에 건전보수 정치세력을 갈급해하는 다수의 국민이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사과와 반성이 한국 정치가 새출발하는 새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어야 정권이 폭주하지 못한다. 두 전직 대통령 문제는 국민의힘이 어차피 한 번은 풀고 지나야 할 숙제였다. 야당은 이번 사과를 젊은 층, 중도층 지지 회복으로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건전한 보수 정당을 재건하는 일이 될 것이다. 보수 대혁신을 착근시켜 보수의 중심축을 구축하는 것은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극단세력과의 결별, 구태와의 단절을 통해 지금과는 체질이 완전히 다른 정당으로 과감하게 변신해야만 현 집권세력의 입법 독주와 국정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