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서 6거래일간 순매수 행진…11일 4조 4921억 원 최고치 기록
삼성전자, 개인 가장 주목…현대모비스·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상위’
풍부한 개인 유동성, 증시 뒷받침 계속…코스피, ‘3000선 붕괴’ 마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누가 알았을까"
최근 주식시장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 2000선에 머물던 코스피는 코로나19의 여파로 1400선까지 떨어졌다가 3000선 부근까지 떠올랐고, 개인 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은 국내주식을 넘어 해외까지 번졌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는 상승을 견인했으며, 시가총액(코스피+코스닥)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를 바탕으로 한 증시 '활황'은 계속될까. 아니면, 거품처럼 꺼질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지난 2주간 수급별 동향을 살펴보고 전문가 전망을 모아 의미있는 기록(記錄)을 만들고자 한다. <편집자 주>
1월 코스피는 개인과 기관, 외국인 투자자 간의 '쩐의 전쟁'이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이 쏟아낸 물량을 받아냈고, 변동성이 확대된 코스피의 하락장에서 평균 1조 원 수준을 매수하며 '저력'을 보였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코스피에서 총 20조 6413억 원(28일 기준)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2월 3조 6508억 원과 비교해 5.6배 가량 불어난 것으로, 특히 이달 코스피가 하락할 때마다 1~4조원 가량 순매수하며 떨어지는 증시를 떠받쳤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134.52포인트 하락했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이때 6거래일간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때 기관 투자자가 8조 9622억 원, 외국인 투자자가 1조 4286억 원의 매도 물량을 쏟아냈고, 개인 투자자는 10조 3146억 원의 순매수세로 맞섰다. 이중 11일에는 4조 4921억 원을 사들이며 올들어 가장 높은 순매수 거래대금을 형성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은 최근에도 연속 순매수세를 기록 중인데, 지난 26일 4조 2050억 원을 사들인 이후 27일(1조 604억 원)과 28일(1조9294억 원)에도 순매수를 이어가며 풍부한 유동성이 꺼지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주목한 것은 역시 '삼성전자'였다. 이날(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4일부터 28일까지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주식 9조 7167억 원을 순매수했으며, 삼성전자 우량주도 1조 7630억 원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현대모비스(1조 7억 원) △SK하이닉스(9158억 원) △현대차(9022억 원) △기아차(7147억 원) △LG전자(6861억 원) 등이 뒤를 따랐다. 주로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했으며, 코로나19 백신의 여파로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이 상위권에 이르렀다.
개인과 힘겨루기를 했던 기관 투자자들은 이달 총 17조 1282억 원을 코스피에서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였던 종목은 SK로, 지난 4일부터 28일까지 총 1951억 원을 순매수했다. 그외 △고려아연(909억 원) △빅히트(884억 원) △포스코케미칼(828억 원) △일진머티리얼즈(643억 원) 등으로 이어졌다.
반면 순매도량이 많았던 곳은 역시 삼성전자로 기관 투자자들은 이달 22조 1954억 원을 사들였다가 28조 436억 원을 되팔며 5조 8482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어 △현대차(9700억 원) △SK하이닉스(8560억 원) △SK바이오팜(4462억 원) △셀트리온(4309억 원)으로, 제약주들이 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힘겨루기'는 증시 변동성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 최근 코스피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 종가 기준 2944.45(1월 4일)로 시작했던 코스피는 어느새 지난 25일 3208.99까지 올라갔다가 28일에는 3069.05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29일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1조원 이상을 순매수했음에도 코스피가 3000선 밑으로 후퇴했다.
이와 관련,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FOMC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파월의 연준의장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는 단기 급등과 맞물리며 경계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인민은행이 3일 연속으로 유동성 회수에 나선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면서 "춘절을 앞두고 유동성 축소에 나선게 이례적인만큼, 긴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한다며 "실적과 수급이 받쳐주는 만큼 증시가 하락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차익실현의 빌미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의 매수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는게 중론이다. 실제 이날(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예탁금은 67~70조 원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증시에 진입하지 못한 자금이 여전히 충분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풍부한 유동성 환경과 개인 대기자금은 증시를 견고히 지지할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의 유동성 증가율이 금리 인하기 평균 수준이고, 유동성 대비 대기자금 비율이 현 수준(7%대)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말 증시 대기 자금(고객예탁금, CMA잔고 등)은 130조 원대로 확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29일) 코스피는 지난 6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3000선이 붕괴됐다. 전거래일보다 92.84포인트(3.03%) 떨어진 2976.21에 장을 마감한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1조 7086억 원 순매수했으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각각 2537억 원, 1조 4328억 원 순매도했다.
같은 시간 코스닥의 하락세도 계속됐다. 전거래일보다 32.50포인트(3.38%) 낮아진 928.73에 장을 마감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2164억 원 순매수했으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각각 1094억 원, 758억 원 동반매도 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