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윤석열이 흔들리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12일부터 13일까지 수행해 15일 공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대비 4.5%포인트 떨어진 27.8%를 기록했다. 정치 입문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검증 공세’가 윤 전 총장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자강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치 신인 리스크’를 안고 있는 장외 주자에게 기대기보다는, 충분히 검증된 당내 주자를 키워내는 것이 정권 교체를 위한 보다 안정적인 선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정치 신인 리스크’ 맞닥뜨린 윤석열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이었던 지난달 24일,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같은 달 21~22일 실시했던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2.3%를 기록, 22.8%에 그친 이 지사를 9.5%포인트 차로 앞섰다. 오차범위를 벗어난 격차였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이달 15일. <리얼미터>는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이전 조사보다 4.5%포인트 내린 27.8%라고 발표했다. 차기 대선 출마 선언이라는 거대 이벤트가 있었음에도,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오히려 대폭 하락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쥴리’ 논란에 대한 미숙한 대처, 장모 최모 씨의 구속 등 ‘정치 신인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연히 국민의힘 내에서는 ‘자강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정치 경험이 없는 당 밖의 비(非) 정치인들이 검증 과정에서 탈락할 경우, 국민의힘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 탓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당내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키워야 단일화 효과도 배가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높은 확장성…원희룡에 쏠리는 시선
이 대목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이 원희룡 제주도지사다. 전문가들은 보수 야권의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 조건을 세 가지로 압축한다. 지역적 확장성, 이념적 확장성,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의 거리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로워 ‘집토끼’의 표를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영남·보수를 넘어 지지층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제주 출신으로 재선 제주도지사를 지내고, 서울 양천구갑에서 국회의원 3선을 하며 ‘개혁 보수’로 활동한 원 지사는 지역적·이념적 확장성을 지닌 후보로 꼽힌다. 또한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제주도정에 전념하면서 중앙 정치와 멀어져 있던 덕분에 ‘탄핵 책임론’에서도 벗어나 있어 강성보수와 중도보수를 모두 포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윤 전 총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과는 달리, 원 지사는 비(非)영남 출신의 개혁보수 주자인 데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보수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라며 “실제 가치에 비해 지지율이 너무 낮은 감이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세몰이’ 시작…재평가에 속도
실제로 원 지사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는 분위기다.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9~10일 실시해 12일 공개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원 지사는 전주(2.8%)보다 1.3%포인트 오른 4.1%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원 지사는 3.9%를 기록하며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당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된다. 원 지사는 지난 7일 현역 의원 34명이 참여한 지지 그룹 ‘희망오름 포럼’을 출범시켰다. 희망오름 포럼은 국민의힘 대선주자 지지그룹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내 초선 의원 58명 중 과반 이상이 참여한 것은 원 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뿐만 아니라 300여 명이 참여하는 정책 자문그룹 ‘원코리아 혁신포럼’, 지지자 모임 ‘코리아비전포럼’ 등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치권의 대표적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희망오름 포럼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 “2007년 원 지사가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새롭게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제주도에 있어서 이 바닥에 크게 공개가 안 된 사람이라 처음 시작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대통령으로서 갖출 자질은 다 갖췄다고 본다”고 호평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기현 원내대표 말씀대로 원 지사는 도덕성 면에서나 이미지 면에서나 저평가 우량주였다”면서 “아무래도 제주도에서 활동하다 보니까 중앙에서는 주목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 지지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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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가 아니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