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설득의 3요소로 제시했다. 로고스(Logos)는 논리적 뒷받침을, 파토스(Pathos)는 정서적 공감을, 에토스(Ethos)는 말하는 사람의 신뢰감을 의미한다. 요컨대, 믿을 만한 사람이 논리적인 메시지를 통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설득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로고스적 측면에서 만점에 가깝다. 하버드에서 ‘토론에서 지지 않는 법’을 배웠다는 그는 언쟁에서 밀리는 법이 없다. 그가 방송 패널로 승승장구하며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도, 36세의 젊은 나이에 제1야당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도 논리적이고 시원시원한 언변 덕분이었다.
에토스적 측면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26살에 정치에 입문한 그는 ‘꽃길’을 걸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험지(險地)인 자신의 고향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는 쪽을 택했다. 정치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이 대표는 고루한 ‘정치 문법’에서 탈피해 젊은 정치인 특유의 신뢰감 있는 행보를 보여 왔다.
다만 파토스적 측면에서, 이 대표의 태도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빈틈없는 논리와 뛰어난 표현력으로 무장한 이 대표는 ‘토론의 달인’이라고 할 만하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나, 당대표가 되고 난 뒤 당 안팎의 중진 의원들과 논쟁하는 과정에서나 이 대표는 항상 ‘승자’였다.
그러나 과연 토론에서의 승리가 설득으로 연결됐는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언제나 ‘옳은 말’을 하면서 논리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이것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인간은 ‘옳은 말’을 듣고도 ‘틀린 길’을 선택하기도 하는 감정적인 존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바로 이런 측면에서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경향이 있다. 입당 문제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압박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나, 합당 문제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이 “이 대표는 당원들과 지지자들 자존심에 상처 주는 말들을 안했으면 좋겠다. 현재 당세로 봐서 우리 당이 돈과 조직이 없지 무슨 가오(자존심)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라고 반발한 건 이 대표 특유의 ‘이기는 정치’가 낳은 결과다.
한 법조인 출신 정치인은 과거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법조인은 지는 재판도 이기게끔 훈련을 받는데, 정치인은 이기는 싸움도 져야 할 때가 있더라”라며 “이기는 습관을 배운 법조인이 정치에 들어오면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시행착오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당대표가 된 이 대표도 논리 싸움에서 이기는 것 이상으로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는, ‘이기는 싸움도 질 줄 아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승리’가 아닌 ‘설득’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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