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오세훈이 쏘아올린 교육 논쟁…이상이냐 현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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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오세훈이 쏘아올린 교육 논쟁…이상이냐 현실이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12.05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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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에 사교육 지원하는 ‘서울런’ 사업 계기로 사회적 합의 이뤄지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월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사로 나와 ‘서울런’ 사업 추진이 순탄치 않다고 토로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월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사로 나와 ‘서울런’ 사업 추진이 순탄치 않다고 토로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 중에 ‘서울런(Seoul Learn)’이라는 게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수혜자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서울시가 ‘1타 강사’들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필요 예산도 과하지 않고, 취지도 좋아 꽤 괜찮은 정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오 시장은 11월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사로 나와 “서울시의회 90%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서울런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한다”며 “교육 격차 해소는 공교육 강화로 해결할 문제지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켜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서울런은 단순히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교육에 대한 철학 문제였죠. 찬성 혹은 반대라는 한마디로 끝나서는 안 되는, 전 국민적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거대 담론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사실 사교육 격차에 따른 학력 격차는 하루 이틀 있었던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 아이들은 여러 방법을 통해서 학력을 발전시켜나가는 반면,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집은 오롯이 아이들 스스로의 학습 욕구에 맡겨둘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학력 격차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교육의 질을 높여 학교 교육만으로도 저학력 아이들이 수준을 높일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교육만으로는 학력 격차를 메울 수 없음을 인정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사교육 기회를 열어주는 방법이죠.

가장 이상적인 건 첫 번째 방법입니다. 제도권 교육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질 좋은 교육’에 대한 수요를 소화할 수 있다면 경제력 차이에 따른 학력 격차는 크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가 균질한 교육을 제공하기는 어렵고, ‘줄 세우기’식 입시 제도가 남아있는 한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사실상 국가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서울런’이 직면한 비판이죠. 그러나 역사상 단 한 번도 그 누구도 성공한 적 없는 ‘공교육에 의한 해법’만 믿고 있다가는 사교육 유무, 궁극적으로는 부모의 소득에 따른 학력 격차 확대를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교육 정책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미시적인 대입 유불리에 매몰돼 무엇이 진정 우리 아이들을 위한 정책인지 논의하는 일은 뒤로 미뤄 왔습니다. 이번 오 시장의 ‘서울런’ 사업 논쟁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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