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크, 화웨이·샤오미·원플러스 이어 삼성전자 퇴출
엔비디아 훔친 랩서스, 삼성전자 MX사업부 데이터도 훔쳐
소비자·주주들 '와글와글'…노태문 사장 사내이사 안건 반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성능 고의 저하 의혹과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청원글까지 올라왔는데, 7일 오후 4시 기준으로 68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황급히 성능 우선 옵션 제공 등을 내세워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이미 국내외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부 소비자들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 소액주주들까지 이달 16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측이 상정한 안건에 대한 반대투표 운동에 나서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GOS 논란이 뭐길래?…삼성, 베이퍼 챔버 대신 GOS 건드린 이유
GOS 논란이 확산되자 삼성전자는 최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조속히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소비자 기만”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GOS는 고사양 게임을 시행할 때 해상도·프레임 수 등을 낮춰 과도한 발열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우회 방법으로도 GOS를 삭제할 수 없게 강제해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시리즈 이전에도 GOS를 탑재했지만, 스마트폰으로 고성능 게임을 즐기려는 이용자들은 유료 앱을 다운받아 GOS를 비활성화하는 게 가능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2 시리즈 GOS 강제 설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발생했던 발열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전작인 갤럭시S21 시리즈에서 고사양 게임 실행 시 발열이 지속되고 이용자가 저온화상을 입는 문제가 발생하자, 더 큰 냉각장치(베이퍼 챔버)를 설치하는 대신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GOS 논란이 삼성전자의 원가 절감 행보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 삼성전자의 갤럭시S22 시리즈는 성능 확대에도 전작과 동일한 가격으로 출시됐다.
해당 문제는 국내 소비자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기 성능 측정 사이트인 ‘긱벤치’는 S22를 포함해 △S10 △S20 △S21 등 삼성 플래그십 시리즈를 전부 성능측정 목록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긱벤치의 ‘벤치마크’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로 잘 알려져 있다. 해당 목록에서 제외됐던 역대 스마트폰은 화웨이와 샤오미, 원플러스 등 중국 기업 모델 위주다.
긱벤치 측은 SNS를 통해 “기본 탑재 앱인 GOS가 성능측정 앱을 구동할 때는 활성화하지 않도록 설정한 게 '조작'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엔비디아 해커조직, 삼성폰도 건드렸다…삼성 "고객 개인정보 없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해커조직에 의해 190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기밀 파일이 해킹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남미에 기반을 둔 국제 해커조직 '랩서스'(LAPSUS$)는 최근 SNS에 "삼성전자의 서버를 해킹했다"면서 삼성전자의 기밀 데이터 일부를 공개했다. 랩서스는 폴더 3개로 압축된 삼성 데이터를 글로벌 파일 공유 프로그램 ‘토렌트’에 게시했다. 앞서 랩서스는 이달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서버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회로도 등을 탈취한 바 있다.
토렌트에 공개된 파일에는 △삼성의 보안 실행 환경에 설치된 소스코드 △보안 플랫폼 '녹스' 등 시스템 부트로더 소스코드 △생체인식 잠금 해제 시스템 알고리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최근 출시된 갤럭시S22부터 전작 스마트폰의 소스코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MX사업부)가 애플의 무선이어폰 성능을 조사한 실험자료 등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임직원 사내 공지를 통해 유출 사실을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외부의 정보 탈취 시도를 인지해 즉시 전사 정보 보호센터와 MX사업부 시큐리티팀이 보안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에는 갤럭시 구동에 필요한 일부 소스 코드가 포함됐다"면서도 "임직원과 고객의 개인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다. 회사 비즈니스와 고객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선을 그었다.
소비자·주주 불만 폭발…청와대 국민청원에 단체소송까지 불사
소비자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개설된 '갤럭시 GOS 집단소송' 인터넷 카페 가입자는 이날 기준으로 3400여 명에 이른다. GOS 논란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허위광고에 속은 국민을 보호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68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오는 16일 주총에서 다뤄질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추천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주총소집 결의안 주요 내용에는 노 사장을 비롯한 4명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다.
이에 복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는 15일까지 실시되는 전자투표에서 반대투표를 던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일부에서는 노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에 대해 직접 반대표를 행사하고 이를 캡처해 인증하는 글도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삼성전자 직원으로부터 "GOS 사건이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지 잘 고민하고 무능한 경영진에 반대표를 던져달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노 사장의 사내이사 추천 사유로 "부품표준화·공용화를 통한 원가절감 및 마케팅비 효율화 등 사업운영 개선 활동을 통해 사업체질을 한층 더 공고화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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