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조사 빗나간 원인, 19·20대 세대별 투표율 편차 컸던 것도 요인”
“7~8일 선거일 투표의향층에서 윤석열 후보 크게 앞선 것도 오차 커져”
“막판 이슈 중 ‘김만배 녹취록’ 본 투표 당일까지 파급력 상당했을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20대 대선 개표 결과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상 득표율은 빗나갔다. 9일 선거 개표 결과 윤석열 당선인(48.56%)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47.83%)보다 0.7%포인트 앞서 당선됐다. 유례없는 초박빙 승부였다. 이는 깜깜이 기간인 7~8일 실시해 9일 투표 마감 후 발표된 여론조사기관들의 대선후보 예상 득표율 조사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갤럽>은 윤석열 52% vs 이재명 44.4% (7.6%포인트 차) △<리서치뷰>는 윤석열 52.1% 이재명 44.5% (7.6% 포인트 차) △<리얼미터>(미디어헤럴드 의뢰)는 윤석열 48.4~52% vs 이재명 45.3~48.9%를 각각 득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리얼미터>는 “3곳 중 유일하게 오차범위 내 적중했다”고 자평했지만 적중했다고도 하기는 어렵다. 나머지 두 기관은 예상범위를 오차범위 이상 벗어나면서 적잖은 곤란을 겪었을 법했다.
그동안 <리서치뷰> 경우는 2016년 20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 모두 의석수 범위에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를 능가할 정도로 적중률을 자랑해왔다. <리서치뷰>의 안일원 대표는 정권안정론이 높으면 여당이, 정권교체 여론이 높으면 야당이 이긴다는 공감프레임 공식을 새로 정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역시 그 점은 맞아떨어졌지만 전과 달리 예상 득표율에 차이를 빚은 것에는 씁쓸함이 들 법했다.
안 대표는 빗나간 원인에 대해 지난 11, 13일 대화에서 “본투표 당일 여론조사하지 못한 사이 막판 김만배 녹취록 영향이 컸다”며 “호남과 2030 여성 등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결집하면서 오류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여론조사기관들 예측이 하나같이 빗나가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 아닌가.
“이례적이긴 하다.”
- 빗나간 원인으로 보는 것은 뭔가.
“중앙선관위가 선거 끝나고 나면 두세 달 지나서 투표율 판세 분석자료를 공개한다. 정확한 분석은 지방선거 끝나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세대별 투표율 편차가 있던 점도 고민해볼 문제라고 본다.
우리 경우는 예측조사 보정을 할 때 20대 대선과 투표율이 비슷한 19대 대선을 참조했다. 19대 때 77.2%, 이번이 77.1% 거의 같았기 때문이다. 이에 19대 대선의 성연령, 지역별 투표자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정을 했는데, 19대와 20대 간 세대별 투표율 편차가 생각보다 크게 나 거기에서 오류가 난 게 아닌가 싶다.”
- 좀 더 설명해준다면?
“19대 당시는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60대 이상과 투표율이 가장 낮던 30대 간의 투표율 편차가 (5% 내) 얼마 안 났다. 반면에 20대에서는 공식자료가 아닌 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 투표에 따른 것이지만 투표율이 가장 높은 60대 이상과 투표율이 가장 낮은 20대 이하의 투표율 편차가 20% 가까이 달했다. 이 때문에 예측조사에서 굉장히 어긋남이 커진 게 아닌가 판단된다.”
- 또 다른 원인으로 보는 것은 뭔가.
“중앙선관위 개표자료 취합 후 분석한 결과 사전투표에서 이재명 후보가 7.7%p 앞섰고, 본투표에서는 윤 후보가 8.8%p 앞섰다. 우리의 예측조사는 7~8일 이틀간 데이터를 토대로 진행됐다. 사전투표를 했다는 응답층에서는 실제 결과에 부합된 반면, 선거일 투표의향층에서 윤석열 후보가 크게 앞서면서 오차가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
8일에만 신규로 표집한 데이터는 격차가 4%p대까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7일 조사분까지 포함하면서 두 후보 간 격차가 7.6%포인트로 늘었다. 5~6일 결과와 비교하면 8일 조사에서 격차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고, 막판 격차가 급격히 좁혀졌지만, 이슈 반영 시차 등에 따른 한계로 실제 결과에 어긋난 것으로 추정된다.”
- 이슈 반영 시차 등에 따른 한계라면 무엇을 말하나.
“막판 이슈 중 ‘김만배 녹취록’ 등이 가늠해 볼 지표이지 싶다. 6일 <뉴스타파>에서 김만배 녹취록을 올렸다. 버즈량이 1만 건이 넘으면 거의 모든 매체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파급력이 큰 이슈라고 알고 있다. 빅데이터기업 <타파크로스>가 발표한 대선 직전 주요 이슈의 버즈량에 따르면 김만배 녹취록 건은 6만 건에 달했다. 전체 점유율 47.1%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거의 모든 매체와 채널, 정치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가장 주요한 이슈로 언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TBS <짤짤이쇼 라이브>, MBC <뉴스데스크>, KBS <사사건건> YTN <뉴잇저>, JTBC <썰전라이브>, <팩트TV> 등 여러 매체에 보도됐고, 해당 영상들이 유튜브를 통해 공유되면서 본투표일 전까지 누적된 매체별 조회수만 1000만 뷰가 넘었다.
대략 잡아 이 정도지, 다른 채널이나 시사 유튜버, 지역지 채널 등을 합하면 폭발적으로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빅데이터, 구글 트렌드 등에서도 검색량이 급상승되면서 상당한 파급력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김만배 녹취록 관련 “자기편끼리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며 “제2의 김대업·생태탕·드루킹”과 같은 전형적인 네거티브라고 규정했다.)
- 막판 선거를 좌지우지할 만큼 컸다고 보나.
“결정타였다기보다는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면서 이탈했던 세력들, 호남이 대표적일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과 2030여성, 이분들이 민주당 쪽으로 대거 결집하면서 추격전이 된 것 같다. 그 정도로 녹취록 이슈가 선거 막판 블랙홀로 떠오르면서 윤석열 후보의 도덕성을 타격하는 동시에 경쟁자 관련 리스크는 덮어버리는 반대급부가 매우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녹취록이 터진 이후 법카 논란 등 이재명 후보 관련 리스크는 행방이 묘연했다. <뉴스타파>가 9회 말 끝내기 역전 홈런은 아니더라도 턱 끝까지 추격할 정도의 쓰리런 홈런 정도는 날렸다. 2012년 대선 3일 전 오밤중에 ‘국정원 댓글조작 없었다’와 유사한 상황극으로 보인다.”
- 이런 이슈인데 7~8일 여론조사에서는 잡히지 않았던 것인지?
“여론조사는 아무래도 이슈가 합산되고 여론이 다 수렴되려면 약간의 타임래그(time lag, 시간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측조사를 하다 보면, 선거 당일 데이터가 튀는 경향이 있다. 막판까지 김만배 녹취록에 대해 민주당 진영에서 전방위적으로 공유했는데, 우리는 본 투표일인 9일 당일은 조사를 안 했다. 아마 그게 좀 오류였던 것 같다.”
- 조사 방법상 고민이 될 것 같다.
“오차가 컸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한계점에 봉착한 거냐. 아니면 이번 대선과 같은 막판 변수가 발생해 출렁이면서 여론조사가 못 쫓아간 거냐.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재검증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끝으로 이번 대선에 관해 총평한다면?
“우리가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젠더 구도의 갭이 크다는 게 성립됐다. 같은 이십대, 삼십대 또래 남녀 집단의 성별이 극명하게 갈리는 게 확인된 최초의 선거다. 젠더 갈등이야말로 정치권과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커다란 숙제로 떠올랐다.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는 것이 정부나 정치권의 역할인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확산시킨 대선이었다. 결과가 뚜렷이 갈리는 굉장히 서글픈 대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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