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60~70% 맞아?'…온오프라인서 불신 반응
정보비대칭 논란 속 국토교통부는 "어쩔 수 없다"
시장침체로 수요자 불안↑…계약률 공개 의무화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역대급 규제 완화 덕 봤다…둔촌주공 계약률 70% 선방", "둔촌주공 계약률 70%, 최종 90% 될 듯…1·3대책 약발 먹혔다", "둔촌주공 1400가구 미계약…규제완화에도 우려가 현실로", "둔촌주공은 구했지만…미분양 6만 가구 넘어"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정당계약이 끝난 후 지상파 방송과 주요 언론에서 보도된 기사 제목입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뉴스 검색을 통해 살펴보면 구체적인 계약률을 가장 먼저 '확정적'으로 언급한 매체는 대한건설협회 기관지였던 〈대한경제〉입니다. 대한경제는 정당계약 마지막날인 지난 17일 오후 3시께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 계약률 60% 이상 전망'이라는 기사를 통해 '올림픽파크포레온의 현재까지 정당계약률은 60%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다. 이어 〈연합뉴스〉는 같은 날 오후 4시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정당 계약률이 현재 60%대로 알려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송출했으며, 〈KBS〉도 오후 4시 30분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아파트 당첨자 계약률이 60%를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렸는데요. 이후 위와 같은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해당 기사들이 인용한 '계약률 60~70%'라는 수치는 공공기관, 조합, 시공사 등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인정한 통계가 아닙니다. 둔촌주공 조합은 오는 3월 즈음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때 계약률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고요. 시공사업단도 복수의 언론을 통해 계약률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도대체 어떤 자료를 보고 둔촌주공의 계약률을 확정적으로 보도한 걸까요. 기사들을 살펴보면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과 현대건설 등 시공사업단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국토교통부를 종합하면' 등 취재원 표기가 불명확하게 돼 있습니다. 기존에 친분이 있던 조합·시공사·국토부 관계자들로부터 듣고 작성한 기사이거나,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몇몇 홍보대행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누군가 만들어 배포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쓴 기사인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독자들의 반응은 불신 일색입니다. 누리꾼들은 '현장에선 20%대라는데 갑자기 60~70%라니 뻥이 심하다', '70%면 둔촌 일병 부상만 당한 정도이니 진작 공개했겠지. 혹시 50%로 전사한 거 아니냐', '70%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장위 자이 레디언트가 90%라고 기레기들이 거짓말했는데 현실은 50%대였던 게 팩트', '이거 백퍼 30% 미만이다. 워낙 폭망이니 60%쯤 나왔을 거라고 하는 거임', '60~70%? 보증할 수 있냐' 등 부정적인 댓글을 남겼습니다. 호의적인 내용의 댓글은 10 중 0.5 정도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기사 내용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목격됩니다. 〈KBS〉, 〈MBC〉, 〈SBS〉, 〈JTBC〉,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 내로라하는 매체들이 일제히 내놓은 기사임에도 독자들은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언론들이 정말 가짜뉴스를 보도한 걸까요. 아니면 독자들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일까요. 깜깜이인 듯, 깜깜이 아닌, 깜깜이 같은 둔촌주공 계약률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논란의 본질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본질은 현행법상 민간 아파트 분양사업 현장의 경우 계약률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민간 아파트 분양 계약은 사인과 사인 또는 사인과 사법인간 체결됩니다. 관련 통계 공개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특히 흥행을 이루지 못한 사업장이라면, 수요자로부터 계약 관련 서류를 받은 시행사·시공사가 더욱 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겠죠. 미분양·미계약 물량이 많은 단지라는 게 밝혀지면 수요자·투자자들이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 계약률 미공개는 마케팅 측면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건설사들이 계약률을 영업기밀이라고 주장하는 명분입니다.
문제는 이게 전형적인 '정보비대칭'이라는 겁니다. 계약률이 낮은 민간 아파트 단지여도 시행사·시공사가 이를 숨긴다면 수요자들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가계자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주택의 미래가치는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결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기준이 됩니다. 청약 흥행과 완판 여부는 그 미래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고요. 소비자 입장에선 마땅히 알아야 할 중요 정보인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민간 업체들이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는 건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있어 중요한 사항에 대해 은폐 또는 누락하는 기만적 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상당합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민간 아파트 분양·계약률을 분기마다 공개하긴 합니다. 그러나 수요자들이 궁금해 하는 단지별 통계가 미공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보비대칭 해소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이 같은 정보비대칭 문제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한발 물러서서 팔짱만 끼고 있는 눈치입니다. 실제로 이번 둔촌주공 계약률 사안과 관련해 국토부 측은 〈YTN〉 등 복수의 언론을 통해 '사업장에서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된, 부동산 시장 수요자라면 누구나 다 문제라고 꼬집는 부분임에도, 해결할 노력도 않은 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건 국가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위라고 여겨집니다. 우리나라 법학계에선 헌법 제10조, 제124조 등을 근거로 들어 소비자 권리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소비자보호법에선 소비자의 8대 권리 중 하나로 '알 권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건설사 부도설 등으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당분간 미분양·미계약 물량이 매월, 매년 쌓일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에서 정보비대칭을 해소시키고자 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과연 수요자들이 안심하고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을까요. 더욱이 얼마 전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전국 모든 지역을 비규제지역으로 풀면서 민간 사업자들의 계약률 공개 의무가 더욱 완화된 상황입니다. 정보비대칭성이 더 확대된 셈입니다. 아파트는 물론, 주택 상품 전반에 계약률 공개를 의무화해야 할 당위성이 생겼다고 볼 만한 대목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좌우명 : 隨緣無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