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노태우식 외교’ 필요한 때…北 문제 해결은 보수가 적임”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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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노태우식 외교’ 필요한 때…北 문제 해결은 보수가 적임” [북악포럼]
  • 유채리 기자
  • 승인 2023.04.05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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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25) 우상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한일 관계, 풀어야만 할 문제…근본 문제 간과한 점 실책”
“외교, 거대한 위기 상황…윤 정부, 진영논리로 외교 접근”
“‘북맹’의 시대,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는 달라”
“외교에 정경분리 원칙 필요…우리가 피해 입어서는 안 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국민대 정치대학원 북악포럼에서 ‘외교 안보 관련 최근 현안과 쟁점’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오늘 유채리 기자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국민대 정치대학원 북악포럼에서 ‘외교 안보 관련 최근 현안과 쟁점’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오늘 유채리 기자

“다들 광주가 고향인 줄 아는데 내 고향은 강원도 철원이다”

지난 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학술회의장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강의에 앞서 이 한 마디를 던졌다. 아무래도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 인식되는 점이 있다. 그 만큼 이 당에서 원내대표까지 지낸 우상호 의원 고향을 광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 듯싶다. 어쩌면 지역 정치인이 아닌 전국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싶은 속 마음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겠다.

이날 강연 주제는 ‘외교 안보 관련 최근 현안과 쟁점’이다. 그는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기 전, 자신이 외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부터 소개했다.

“아버지께서 1.4 후퇴 때 북에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가 이후 지금의 아내와 재혼을 하신 거다. 고향인 철원에서 어렸을 때부터 지뢰밭을 봐왔다. 농사를 지으려면 통과 심의를 받아야 했다. 친구들 중에는 숨겨져 있던 폭발물 등이 터져 다친 친구들도 있다. 아버지 이력 덕에 전쟁의 아픔을 체감하고 살았고 전쟁과 가까운 지역에 살며 태생적으로 (전쟁에) 민감하게 됐다. 그래서 외교 쪽으로 관심이 많다.”

실제로, 우 의원은 제19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국회 한-루마니아 친선협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우 의원은 최근 논쟁이 거센 한일 외교 문제부터 짚었다. 특히 ‘제3자 변제안’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기존 외교 방식은 일본에게 일정 부분 양보를 받고 우리나라도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양보를 하는 방식을 선호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윤 대통령과 측근 참모들은 ‘과감하게 선제적으로 양보하고 일본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접근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일본의 성의 있는 배려 등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일 관계만이 갖고 있는 특징과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이를 간과해서 벌어진 전략적 실책"이라고 규정했다.

우 의원은 그러면서 외교에도 ‘정경분리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 김대중-오부치 선언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한일 관계에 있어서 정경분리 원칙을 세운 것이다. '정치적 문제는 이정도 선에서 사과 받고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하되 일본은 문화를 개방하고 경제협력을 실현하자'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정경분리 원칙을 만들지 못했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에도, 외교에도 정치가 개입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더 꼬여버린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우 의원은 또 “윤 대통령 외교 전략 핵심은 진영 논리로 이뤄진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지금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완성시켜 미국의 전략에 봉사하겠다는 게 외교 전략이다. 큰 틀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진전되고 있음에도 한국의 국익이 무엇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 정부에 날을 세웠다.

그는 우선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도 한미일-북중러 구도를 복원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외교전략이 아니다"며 "왜 30, 40년 전으로 돌아가려 하는지 걱정과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는 다르다. 이 명제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북한과의 문제는 풀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들은 물론, 지도자층도 대다수가 북맹이다. 북한에 대해 알지 못하고 20, 30년 전 데이터로 북한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개탄했다.

우 의원은 외교 위기를 노태우식 외교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사오늘 유채리 기자
우 의원은 외교 위기를 노태우식 외교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사오늘 유채리 기자

그는 김정은 시대가 이전 시대와 다르다는 주장의 근거로 △장마당 등 시장 경제가 생겨나고 또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 △개인이 농사지은 생산품을 일정 비율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사적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 △휴대폰을 소유하는 개인이 증가하는 등 중산층이 생겨났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소년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본 것은 ‘자본주의’다. 기존 사회주의 노선과 다르고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김정은과는 담판을 질 수 있고 또 지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북한은 리비아가 핵을 포기하고 체제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구두 약속이 아니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이 대표부나 대사관을 평양에 개설해야 안심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현재 양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로 간의 신뢰 부족이) 북핵 문제를 푸는 데 딜레마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이날 ‘노태우식 외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 정책은 기존 외교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명적 정책이었다. 7·7 선언의 골자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사회주의 국가와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건데 소위 ‘빨갱이들과 손 잡겠다’는 선언에 버금간다. 육사 출신인 노태우가 외교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다”라며 “당시 중국, 베트남 등 국가들과 교역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버티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이들 나라는 한국의 주요 교역국이다. 대통령이 보수 출신이든 진보 출신이든 국익, 미래 먹거리 등을 위해 노력하는 게 외교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그러면서 진보와 보수, 각각이 풀 수 있는 문제가 따로 있다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서 보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과거 진보 정권이 중국, 러시아와 수교했으면 ‘빨갱이 국가들과 손 잡는다’고 비판받았을 것이다. 보수가 하니까 괜찮았던 것이다. 북한과 문제 푸는 건 보수가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 중국, 일본 모두 자신들의 패권을 형성하는 길로 가고 있다.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외교, 경제 정책은 무엇인지가 새로운 고민이 될 것이다.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에 대한민국의 국익은 무엇인지, 또 그 국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이 과정에서 우리가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는 게 나의 소신이다”라고 밝혔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보험·저축은행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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