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제가 진짜 정치 전문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그 중 46명이 법조인, 그러니까 판사·검사·변호사 출신이다. 27명은 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 합격자들이다. 언론인 출신 역시 20명이나 된다. 법조인과 관료, 언론인 출신만 합해도 93명. 전체 국회의원의 30%가 넘는다.
이상한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 중 법조인과 관료, 언론인 비율은 얼마나 될까. 1%도 안 된다. 전체 인구의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국회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엘리트 독점정치’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리고 이 ‘엘리트 독점정치’ 구조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있다. 김재경 전 광주시재향군인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전 회장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지금도 그는 한국전력공사 광주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광주시재향군인회 회장을 지냈고, 지난해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에 경기도 광주시장으로 출마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수많은 직장인들을 대표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평범한 직장인’인 김 전 회장은 왜 정치 입문을 결심했을까. 정말 현직 직장인이 국회에 입성하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시사오늘>은 4월 20일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도자공원에서 김재경 전 광주시재향군인회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스펙 부족? 일반 직장인인 게 최고의 스펙”
김 전 회장을 만난 4월 20일은 목요일이었다. 평일 낮. 직장인에게는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시간. 악수를 나눈 뒤 ‘어떻게 시간을 내셨냐’고 묻자 그는 껄껄 웃으며 “어제 야간 근무를 해서 오늘 낮은 쉬는 시간”이라고 답했다. 집에서 쉬는 대신, 사람들을 만나고 봉사활동을 한다는 설명이다. 곧바로 궁금증이 따라붙었다.
-직장 생활만 해도 힘들 텐데, 정치 입문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연찮게 광주시재향군인회 회장을 맡게 된 뒤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저는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안보도 탄탄해진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왜 국가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안보는 무너집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회장직을 맡았던 당시 재향군인회는 불우청소년을 위한 반찬봉사,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빨간밥차 봉사활동,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스크 나눔 행사 같은 활동들을 펼쳤어요. 그런데 재향군인회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줄이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민들을 위해 더 큰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 봉사’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정치라는 활동은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그런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제가 더 정치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신뢰 받는 정치인이 많다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잘 생각했어, 정치는 좋은 일이니까 한 번 해 봐’ 이런 말씀을 하지 않겠습니까. 정치는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치를 하면서 ‘저렇게 봉사 정신이 있고 헌신적인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하는 거구나’라는 걸 알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선거에 출마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광주시재향군인회 회장을 할 때도 비슷한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전력 기능직 직원으로서 교대근무를 합니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일을 하죠. 어젯밤에도 근무를 하고 나왔습니다. 야간에 근무를 하고 낮에 자면 생활 패턴이 깨지기 때문에 오히려 낮에 더 열심히 움직이려고 합니다. 재향군인회 회장 시절에도 저는 한 달에 20일씩 사무실에 나가서 업무를 보고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정치를 하더라도 밤에 근무하고 낮에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패턴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떤 이유로 걱정을 하시는지 알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냥 하던 걸 계속 하는 겁니다. 하하.”
-일반 직장인이 정치를 하는 데 대해 편견을 가진 분들도 계실 텐데,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누군가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직장인이 정치를 한다는 게 너무 생소하다. 정치적인 스펙도 없지 않느냐.’ 하지만 저는 오히려 제가 직장인이고 정치적 스펙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에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결국 정치는 다수의 일반 국민을 위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이 어떤 점을 어려워하고 무엇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때문에 진짜 정치 전문가는 오랜 시간 정치를 한 사람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 속에서 상생하며 같이 호흡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일반 직장인이라는 점이 제 최고의 스펙 아닐까요.”
“민주당, 어느 순간부터 친북·친중 가까워져”
-정치에 입문할 때 국민의힘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아시다시피 광주는 신익희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입니다. 신익희 선생은 민주당계 정당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분이죠. 그래서 저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크게 나쁜 생각을 갖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이 친북, 친중 사상에 가까워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안보단체인 광주시재향군인회 회장을 지내는 동안 국가 정체성 확립을 위한 일들을 해온 저로서는 당연히 국민의힘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내 경선조차 못해보고 컷오프를 당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때 상황이 궁금합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에서만 시장 후보 여섯 명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경선도 없이 4명이 탈락됐죠. 당연히 아쉽긴 했지만, 중앙당에서 하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중앙당에서 내린 결정이 내 마음에 안 든다고 강하게 어필하는 건 원칙을 어기는 거니까요. 악법도 법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너무 서운하고 아쉬웠지만, 그래도 속으로 삭이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광주시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나요.
“광주시는 너무 많은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팔당댐 때문입니다. 팔당댐은 수도권 2800만 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팔당댐이 수도권 2800만 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광주시는 발전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팔당댐의 존재로 광주시민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국가 차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정치를 가장 높은 차원의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봉사활동을 해온 제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만약 국민의힘에서, 나아가 광주시민들께서 제가 정치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국가와 광주시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뛰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