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재명 치명타, 대표직 수행 어려워”
“가결 의원 정치생명 끊겠다?.. 정계 개편 이어질라”
“민주당, 서둘러 지휘부 개편 모색해야”
“국민의힘,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 많다”
“국민 스트레스 지수, 뚝 떨어졌을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 동의안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에서 ‘이재명 체포에 찬성’한 의원이 예상외로 많았다. 최소 29명이 가결 표를 던졌다.
이재명 의원은 이제 법원에 가서 영장실질검사를 받고 이어 기나긴 재판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표결 결과에 따라 이재명 대표 체제의 지속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게 정상이다. 강성 친명계 의원들과 개딸들의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압박도 이젠 자제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칫 이번 사태를 잘 못 추스르면 민주당의 분당이나 상당수 의원의 탈당 사태로 이어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새 판을 짜야 하는 이유
여러 차례 반복해 온 방탄 국회에 이은 방탄 단식, 그리고 막판 자당 의원들을 향한 이 대표의 ‘부결 호소’도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지자들은 아직 영장심사가 남아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은 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당내의 적지 않은 불신과 불만이 확인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설명을 통해 새로운 혐의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이재명 대표 체제 지속은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봐야 한다.
법조계 인사들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도 매우 낮게 보고있다. 그러니 민주당은 하루빨리 새 판을 짜서 내년 총선에 대비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끝까지 이 대표를 지키겠다”라는 충성의 말은 그런 유의 말이 으레 그렇듯 지속 가능한 말이 못 된다. 체포 동의안이 가결되자 “우리 대표님 불쌍해서 어떡하냐”라며 오열하고 고성을 지르던 열성 지지자들도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새 민주당’을 바라게 될 것이다. 세상인심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닌가?
그들의 “가결 표 찍은 수박들 정치생명 끊겠다”라는 험한 말은 자칫 민주당을 와해시키는 길로 나아갈 수도 있는 위험한 말이기도 하다. 앉아서 개딸들에 의해 정치생명을 끊길 의원이 어디에 있겠나. 피고인 이재명에 대한 재판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하나둘 친명 의원들이 떠나게 마련일 거고, 공천 탈락의 위협을 느끼는 의원이 있다면 또 당연히 민주당을 떠날 것이다.
그들은 끼리끼리 모여 신당을 만들 수도, 개중에는 국민의힘으로부터 손짓을 받을 의원도 있을 것이며, 일찌감치 민주당에서 손 털고 나갔던 금태섭의 신당에 합류하는 등 선택지는 매우 많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매여 길게 끌려다닐 게 아니라 조속히 새판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또 그런 정치공학적인 계산을 떠나서라도, 대선 과정에서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후 다시 반복해서 그 권리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가 또 금세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고 자당 의원들에게 호소했던 ‘이재명의 민주당’은 비명계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도 잃었다고 봐야 한다.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건 두 말이 필요 없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국민의힘은 좋아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일단 조심스러운 가운데 자축 분위기다. 그동안 이재명 리스크가 오래 줄타기하면서 국민의힘 리스크로도 전염될 기미를 보여왔으니 자축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의힘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그동안 반대급부를 누려온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더욱 상대하기 벅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새 리더십이 들어서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 대비, 그야말로 심기일전해 말 그대로의 당 개혁에 나설 것이다. 민주당이 당 개혁과 함께 정부 여당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 민주당 못지않은 각종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국민의힘이 감당할 수 있을까?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영입을 둘러싼 잡음이 시작됐고 대통령실의 공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가운데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강해질 경우 새 옷을 입을 민주당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보수당은 단결이 잘 안되는 전통을 갖고 있고, 지금은 경제 분야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중이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연일 화려하게 외신을 타고 들어오지만, 국민에게는 그런 화려한 뉴스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보다는 당장 추석상 차릴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소식이 아쉽다. 문제는 경제다.
정부 여당이 살길, 총선대책은 경제살리기에 모아져야 마땅하다.
어쨌든 국민들의 ‘이재명 스트레스’ 지수는 뚝!
사람들은 원래 딱딱한 경제뉴스보다 다이내믹한 정치뉴스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언론사가 정치뉴스를 앞세우고 비중도 크게 두는 것이다. 독자와 시청자들은 그렇게 변화무쌍한 정치뉴스를 읽고 보는 동안 흥분도 하고 환호도 하며 희비가 엇갈린다. 정치를 일상의 한 재미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대장동으로 시작된 이재명 사법 리스크 관련 보도는 그와 거리가 멀었다. 한마디로 지나쳤다. 도대체 진위를 가릴 수 없는 사안이 지속적으로 터져나오고 손바닥 뒤집 듯 하는 특권 포기 운운이 반복됐으며 친명계 의원들의 이해 못 할 과잉충성이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다. 어느쪽이 옳은지 판단하기도 힘들었다. 스트레스만 계속 쌓여가며 이재명과 검찰에 대한 불신이 함께 치솟아 올랐다. ‘검찰이 됐든, 이재명이 됐든 빨리 결판을 내라!’ 하던 차에 일단 검찰의 1승이 기록됐다.
국민들뿐만 아니라 정부 여당과 심지어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조차도 이번에 한숨을 돌렸을 것이다. 워낙 지겨웠고 지쳤으니까.
지루한 재판 과정이 이어지겠지만 전쟁터는 일단 법원으로 좁혀졌다. 그것만 해도 국민들의 눈과 귀의 피로도는 많이 줄어들게 됐다. 재판부가 ‘대한민국’의 이런 힘든 현실을 고려, 신속정확하게 재판을 이끌어나가기를 기대한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