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재도전
“상호금융미래 농민태평시대 열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상반된 결과로 이어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은 전자에 속한다.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 백성은 먹을 것이 하늘이라는 뜻의 한자성어처럼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생장물사업을 통해 지역농협 최초로 직접 농장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생산부터 가공, 판매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국 최초로 냉동딸기 유통에 성공했고 해외 수출 판로를 개척했다. 양파즙 등 농산물 가공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나갔다. 스마트팜 첨단기술개발과 차별화된 로컬푸드산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왔다.
그 결과 부실 농협에 가까웠던 조합은 강소농협으로 변모했다. 농협중앙회 경영평가에서 전국최우수만 세 차례 수상했다. 농가소득 증대의 공로로 법무부장관 표창과 철탄산업훈장이 돌아갔다.
내년 1월25일 200여만 농업인을 대표하는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실시된다. 13년만에 직선제로 치러진다. 예비후보 등록기간부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강 조합장은 지난 선거에 처음 도전해 3위까지 올라갔다. 당시 그는 6800억원에 머물던 농협중앙회 당기순이익을 1조5000억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성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농협중앙회가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내고 있어 강 조합장의 통찰력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선거에서 경남권 후보들 간 단일화만 이뤄졌다면 당선도 어렵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재도전 길에 오른 강 조합장.
각오도 남다를 터다. 이에 그는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민’이고 농협의 존재가치는 ‘판매농협’ 구현이라는 비전을 현장에서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도 이러한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며 “농업인의 안정적 경영과 고부가 가치로 인한 소득증대와 농업인이 잘사는 농협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호금융이 견고해야 농‧축협 허리가 바로 선다. 도농간 격차와 지역 상호금융의 독립법인화 문제를 상생금융의 길로 슬기롭게 해결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오전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상호금융 현안과 농협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견해를 듣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현장서 나눈 대화와 서면 답변을 참조해 정리했다.
“위기의 농협을 강소농협으로”
질의에 앞서 지난 조합장 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된 것에 대한 축하를 건넸다.
- 5선에 4번은 무투표 당선인데 비결이 뭔가.
“위기의 농협을 강소농협으로 키워내고 지역민들의 현안 해결과 농업‧농촌 발전에 대한 농민 조합원의 염원을 담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위기가 닥칠때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며 조합을 이끌었다. 직원들과 함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경영을 해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듯 싶다.”
- 이 기회에 합천율곡농협에 대한 자랑 좀 해달라.
“율곡농협은 전국에서 몇 안되는 1개 면단위 단일농협으로 조합원수가 1067명 정도인 농촌형 조합이다. 율곡농협이 강소농협으로 불리는 이유는 경제사업량이 합병농협에 견줘도 비교 우위를 보일 정도로 견고하기 때문이다. 올해 6월기준 율곡농협의 직원 1인당 경제사업량은 9억6000만원(경제사업 규모 193억원)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초과하는 실적을 거뒀다. 또한 율곡농협은 15년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협이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생장물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통해 직원들이 생산-가공-판매 전과정을 몸소 체험함으로써 지금의 농작업 대행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 조합장 부임 초창기는 어려움도 적잖았다고 들었다.
“율곡농협이 지금은 강소농협으로 불리지만 1987년 처음 입사할때만해도 농협중앙회로부터 합병권고를 받은 부실농협에 가까웠다. 하지만 혁신적 경영을 통해 체질을 바꿔나갔고 지금은 자타공인 ‘경제사업에 강한 농협’으로 변모했다. 지금은 율곡농협이 위기에 강한 강소농협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농협의 존재이유는 농민”
강 조합장은 농협중앙회장 선거 재도전을 선언했다. 예비후보등록도 마쳤다.
- 어떤 결기로 임하고 있나.
“평소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민’이고 농협의 존재가치는 ‘판매농협’ 구현이라는 비전을 현장에서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도 이 신념은 변함이 없다. 누구보다 농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농촌에서 생활해오면서 애절함과 간절함을 갖고 농업경영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농민이 잘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농가소득 증대에 혼신을 받쳐왔다. 농협중앙회장 도전에 준비된 경영인으로서 그간의 저력을 바탕으로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를 갖고 농협중앙회의 새로운 60년 미래의 기반을 다져나가고자 한다. 지역농협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지역이 중심이 돼 농협중앙회와 공존하고 상생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의 시대를 열겠다.”
-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입장이 궁금하다.
“이제는 범농협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농·축협과 금융지주가 본질에서 벗어나 서로 경합하는 문제도 협동조합의 소유, 통제 원칙이 모호해 발생하는 문제다. 상호금융의 지배구조가 바로서야 협동조합의 허리인 농·축협이 더 튼튼해질 수 있다. 상호금융의 독립법인화 문제는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충돌적 관계가 아니라 농·축협과 농협금융이 각자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공감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상생금융으로의 길을 찾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 당면 현안으로 삼고 있는 또 다른 과제는 뭔가.
“도농간 조합 격차의 문제다.”
강 조합장은 “농·축협의 지역격차 해소는 협동조합이 직면한 시대정신과도 같다”며 말을 이었다.
“상호금융은 1969년 출범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여·수신 규모가 800조 원에 달하는 지역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중은행 점포보다 많은 농·축협 영업점이 강력한 지역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인구 및 도시 접근성에 따라 농·축협의 신용사업 규모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데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농촌형 조합들은 경제사업 기반이 날로 위축되고 수익의 원천인 신용사업 수익기반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 농촌형 조합이 더 어려운 이유는 왜 그런가.
“농·축협은 신용사업의 성과를 기반으로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선순환이 잘 이뤄져야 내실 있는 성장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농촌에 있는 조합들은 도시에 있는 조합에 비해 이러한 환류 시스템이 견고하지 못하다. 경기가 어려울 땐 대출수요가 부진해 여유자금 운용에 대한 부담이 늘고 경기가 좋을 때는 부실위험이 높은 대출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는 농촌형 조합들이 많다.”
강 조합장은 “이러한 이유로 최근 농·축협의 부실채권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 농축협 부실채권비율 증가 현황은 어떻게 되나.
“2021년 1.3%에 불과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2.5%로 2배 가까이 올라간 상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산규모가 작고 대도시에서 먼 조합일수록 부실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결국 금융 격차가 농·축협의 도농 격차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 해법으로 보는 것은.
“인식의 전환부터 해야 한다. 도농간 조합 격차는 해당 지역 농·축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로 봐야할 것이다. 범농협 차원에서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중앙회 상호금융 역할론 부상”
중앙회 상호금융의 역할론도 대두될 전망이다.
-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올해 전국 228개 시군구중 절반 이상인 118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지방소멸 위험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역 농·축협이 직면한 금융양극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현안으로 여기고 있는 이유다. 농·축협을 둘러싼 금융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중앙은행인 상호금융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중앙회 상호금융이 견고해야만 지역 농·축협이 신용사업을 통한 활로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회 상호금융은 농·축협의 수익력을 높이는 수익센터인 동시에 조합간 상생금융을 견인하는 지원센터가 돼야 한다. 상호금융 공동대출 사례와 같이 기반이 약한 지역의 공동 신용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향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상호금융특별회계에 대한 제도적 개선도 요구되고 있던데.
“상호금융특별회계는 자금의 원천이 농·축협의 예치금으로 운영하고 있어 연합회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농축협이 여유자금을 특별회계에 예치하면 이를 운용해 예치금 이자로 돌려주고 이를 경제사업 활성화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 및 손익기반이 취약한 농·축협은 그동안 특별회계의 추가정산에 높은 의존도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농·축협들이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추가정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사업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농·축협들에게 어떻게 특별회계의 수익창출과 농·축협 환원력을 높일 수 있는가에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특별회계에도 새로운 인식과 제도적 변화가 모색돼야 할 것이다.”
강 조합장은 “상호금융이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농·축협의 눈높이로 보면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인가.
“상호금융 특별회계가 100조원이 넘는 굴지의 자금운용기관으로 성장했지만 저조한 운용수익률은 예나 지금이나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올해에는 제도변경으로 농·축협에 매년 5000억원씩 시행해 왔던 추가정산도 없다. 지금처럼 자산운용 역량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농·축협 경영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수익성 문제는 물론 꾸준히 제기되는 예치금 이자에 대한 투명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다음으로 지목한 것은 농·축협과 금융지주간 관계다.
“농·축협과 금융지주가 표면적으로 협력하면서도 선택적으로 경쟁하는 경합 관계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척의 거리에서 한 뿌리를 두고 있는 농협은행과 농·축협이 고객유치를 위해 점포 경합을 벌이면 금리와 금융서비스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축협이 밀려날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금융이 영업점을 놓고 서로 경합하는 비효율은 사업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고 협동조합의 소유 및 통제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농협은행은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경쟁력을 높이고, 농·축협은 지역금융 기반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농·축협이 제1금융권에 준하는 금융기관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이 역시 중앙회 상호금융이 풀어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 이를 위해 역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 있다면.
“가장 시급한 일은 중앙회 상호금융을 농축협의 수익센터로 혁신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회계를 금융환경변화에 맞는 자산운용 전문기관으로 만들어 도약시켜야 한다. 농축협이 모든 여유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보다 전문적이고 실행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중앙회 상호금융의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외부 전문인력을 수혈해서라도 시장과 견줄 수 있는 수익력을 복원해야 한다.”
“농·축협이 지역금융을 지탱하는 전문 금융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용사업 역량을 지금보다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특성에 맞는 여신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적합한 리스크 관리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농·축협 펀드 판매, 외국환 취급 등과 같은 상품 다변화도 지속 추진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농협중앙회의 비전과 관련해 명쾌하게 발언해나가는 모습에서 뚝심과 관록이 느껴졌다. 1963년 경남합천에서 태어나 1987년 율곡농협에 입사한 뒤 40년 가까이 한길 농협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어떻게 농협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태생이 농촌 지역 출신이다. 대학교 다닐 때와 군 생활을 외지에서 한 것을 제외하면 농촌을 삶터로 살아왔다. 농협이라는 조직과 함께 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 중 누나도 농협 직원 출신이다. 자연스럽게 농협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농협 생활을 하고 있다(웃음).”
조합장 5선에 이르기까지 농협중앙회 이사, 전국품목별협의회 회장단 부의장,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 등을 역임했다. 뼛속 깊은 농협맨으로서 자긍심과 보람이 엿보였다. 이런 그가 볼 때 농업의 미래는 어떨까. 온난화 기후 변화 속 식량 위기가 도래한다는 전망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 농업 정책에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농협중앙회 회장을 두고 농민의 대통령이라고들 한다. 농민을 대표하려는 입장에서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강 조합장은 사무실 한편에 있던 화이트보드 쪽으로 다가가 큼지막한 글씨로 ‘농협의 존재가치는 농민’을 써내려갔다. 인터뷰 중 여러 차례 강조했던 말이다. ‘하면 된다’는 경영 모토도 거듭 되새겼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FTA(자유무역협정) 개방 당시 농산물을 수입개방하면 농가가 다 죽고 만다는 공포가 확산된 바 있다. 하지만 건재하다. 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 위기일수록 농업정책에 집중 투자하는 기회를 만든다면 우리 식량이 세계로 역수출되는 호재를 맞게 될 것이라 자신한다.”
역발상이 인상 깊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까지 한 달여 남아있다. 연예인 강호동 씨와 이름이 같아 혼란을 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기억하기도 쉬워 강점이 될 듯도 싶었다. “하하” 중후한 미소가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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