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전략과 더불어 한국식 모델 적극 수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대형마트가 내수 시장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해외 진출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경기 불황과 규제 등으로 더 이상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를 벗어나는 건 필연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대형마트는 과거 호황을 누리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타진했는데, 2010년대 중후반부터 지나친 확장 등으로 해외 점포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또 한 번의 해외 전성기를 노리는 대형마트의 현재 전략은 어떤 모습일까.
이마트, 중국에서 업계 첫 해외 진출
국내 대형마트 중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튼 곳은 업계 1위 이마트다. 지난 1993년 11월 서울 도봉구 창동에 국내 1호점을 내고 가파르게 점포 수를 늘려가던 때다.
국내 할인점으로는 처음으로 E마트가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E마트는 중국 상해시에 위치한 상해무역센터에 매장 면적 3810평 규모의 중국 상해점을 1일 개점한다. E마트는 상해무역센터의 1, 2층을 10년간 장기 임차해 「易買得(역매득)」(이매득, 이마트의 중국식 발음)이라는 상호로 영업한다. 1층은 2060평으로 식품, 주거, 생활 필수품을 취급한다. 또 2층 1750평에는 남녀의류패션잡화 레저 문화용품 등을 진열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전생활쇼핑공간으로 운영한다.
1997년 2월 1일, 매일경제 〈할인점 E마트 중국 진출〉
당시 국내에서 이마트의 기세는 해외 최대 유통기업보다도 매서웠다. 실제 1990년대 중반 미국 유통기업 월마트와 프랑스 최대 유통채널인 까르푸도 이마트의 아성을 넘지 못 하고 국내 진출 10여 년 만에 철수했을 정도다.
이마트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 물꼬 트기에 나섰다. 당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앞두고 중국 유통 시장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할인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데 따른 국내 시장 포화 우려도 더해진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할인점 업계 1위 업체인 신세계 이마트가 중국 진출을 확대한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97년 개점한 상해점이 성공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데 힘입어 올해 안에 중국 내에 이마트 점포 2, 3개를 추가 개점한다는 목표 아래 제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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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이 모두 들어와 있는 한국에서 이마트가 해외업체들을 제치고 업계 1위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시장이 큰 데다 같은 동양 정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마트의 성공가능성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내년이면 국내 할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자금력이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2002년 1월 13일, 연합뉴스 〈신세계 이마트 중국 진출 확대〉
시장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이마트 1호점은 오픈 1년 만에 이익을 냈다.
17일 기자가 방문한 이마트 상하이점은 1600평의 매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몰려든 고객들로 붐볐다. 한 번 쇼핑으로 다양한 물품을 살 수 있는 데다 가격도 재래시장보다 10∼15% 싸 실리적인 중국인들이 몰려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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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이마트 1호점은 오픈한 지 1년 만에 이익을 내기 시작해 작년 매출액이 430억 원에 이르렀다. 작년에 상하이에서 독립 할인매장으로는 유일하게 흑자를 내기도 했다.
2002년 3월 25일, 동아일보 〈이마트 “중국은 기회의 땅”…2010년까지 40곳 개설〉
신세계는 지난 97년 2월 1일 중국 상해에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유통업체의 첫 해외 진출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현재 단일점포로는 유일하게 흑자로 연간 매출외형은 400억 원 수준이다.
2005년 3월 10일, 파이낸셜뉴스 〈이마트…업계 첫 해외 진출,연간 매출 400억 달성〉
롯데마트는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특히 베트남 진출은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 처음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이철우 롯데마트 대표는 “베트남은 연평균 7%를 웃도는 높은 경제 성장률로 잠재력이 크고 월마트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가 아직 진출하지 않았으며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첫 매장인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은 대지면적 3만1000㎡(9450여 평)에 연면적 3만3400㎡(1만100여 평), 매장면적 1만5854㎡(4800여 평) 규모로, 지상 1층부터 2층까지는 롯데마트 매장과 문화센터가, 지상 3층에는 롯데시네마(1200여 평)를 비롯해 패밀리 레스토랑과 볼링장, 당구장 등 대규모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중국 베이징에 2008년 상반기 매장을 열기로 한 데 이어 롯데마트도 베트남 호치민에 진출해 같은 시기에 할인점 1호점을 개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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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는 연내 롯데가 80%의 지분을 갖는 합작법인 '롯데-베트남 쇼핑 주식회사'(자본금 1500만 달러)를 설립하고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08년 상반기 호치민에 1호점을 낼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호치민, 하노이 등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15~20여 개 점포를 출점한다는 목표다.
2006년 11월 5일, 서울경제 〈롯데마트 베트남 진출한다〉
롯데마트는 18일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베트남 호치민에 첫 점포인 '남(南)사이공점'을 열고 본격적인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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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을 연 롯데마트 베트남 1호점인 남사이공점은 베트남 경제 중심지인 호치민시 7군(郡)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베트남에서 비교적 소득수준이 높은 약 35만 세대, 14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인근에 대규모 신도시 개발 지역인 푸미흥(Phu My Huong) 지역이 위치해 있어 우수한 상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상권 내에 한국, 일본인 등 외국인 집단 거주 지역이 많아 선진화된 유통시설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롯데마트 측은 설명했다.
2008년 12월 18일, 아시아경제 〈롯데마트, 베트남 첫 매장 '남(南)사이공점' 오픈〉
‘롯데마트’ 간판을 단 중국 점포 1호점이 오는 18일 베이징에 오픈한다.
롯데마트 베이징점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계 중국 대형마트 ‘마크로’를 인수, 중국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한 롯데마트가 자체 상호를 내걸고 중국 내 선보이는 첫 번째 매장이다. 롯데가 중국에 오픈하는 첫 유통 매장이기도 하다.
2008년 6월 12일, 머니투데이 〈‘롯데마트’ 간판 단 中 첫 점포, 18일 오픈〉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며 중국 점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한때 중국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고, 롯데마트는 매장을 112개까지 확장했는데, 점포 입지 선정과 운영전략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17년엔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보복 여파로 영업 환경까지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업체들은 현지 매장 전면 철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마트 차오안점은 인근에 까르푸 오샹마트 등 10여 개 점포가 경합하는 지역에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 성공한 점포 모델을 내세워 중산층 이상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중략) 롯데마트 청양점은 같은 상권의 복합쇼핑몰 개발이 지지부진했고, 경쟁력에서도 리췬(중국 현지 마트) 월마트 등 인근 점포에 밀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27개 점포를 운영하며 6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손실도 75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마트는 이런 결과가 확장 위주의 출점과 방만한 운영에 따른 것으로 보고, 구조조정과 사업전략 전면 수정을 통한 내실화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1년 3월 2일, 한국경제 〈이마트·롯데마트, 中간판 점포 잇따라 문 닫아〉
해외 지역 다각화와 함께 K-브랜드 수출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해외 문이 닫혔던 시기가 지나고, 대형마트도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첫 진출 시기와 달리 현재는 업황 자체가 부진하고 경기는 더욱 악화됐지만, 해외가 기회의 땅인 건 여전하다. 특히 중국에 집중됐던 사업 전략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로 분산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지난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4년 만에 신규 매장 ‘몽골 이마트 4호점 바이얀골(Bayangol)점’을 열었고, 최근엔 대형마트 최초로 라오스에 진출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 오픈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 매장을 열었고, 지난 1월엔 인도네시아 간다리아점을 3개월간 재단장해 오픈했다.
현지 매장에서 한국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국내에서 도입 중인 미래형 마트의 모습을 이식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해외 시장 진출 초창기 대형마트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취하면서 현지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이마트 상해점은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도록 설계된 까닭에 외국계 할인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마트의 현지화 노력이 곳곳에서 묻어나기 때문이다.
2005년 3월 10일, 파이낸셜뉴스 〈이마트…업계첫 해외진출,연간 매출 400억 달성〉
롯데마트는 베트남 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할 예정이다. 현지인 점장을 채용하는 것은 물론 베트남 상품을 우선적으로 취급, 판매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구매 성향과 소득수준 등을 감안해 매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2006년 11월 5일, 서울경제 〈롯데마트 베트남 진출한다〉
최근 문을 열고 있는 해외 점포는 대형마트의 자체 경쟁력이 보다 스며드는 분위기다. 실제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 간다리아점을 K-푸드 중심의 ‘그로서리 특화 매장’으로 꾸몄다. 이 매장은 인도네시아 롯데마트 중 최초의 그로서리 혁신 점포로, 식료품 매장의 면적을 기존 대비 20% 이상 넓혀 80%까지 늘리고 차별화 특화 매장을 구역별로 배치했다.
특히 즉석조리 특화 매장 ‘요리하다 키친’을 중심으로 직영 베이커리 ‘풍미소’, 자체 피자브랜드 ‘치즈앤도우’까지 간편식 매장이 전면에 들어섰으며, K-푸드 간편식 상품은 한국에서 직접 개발한 조리법을 적용했다. 구매력이 높은 중상류층 고객과 MZ세대 사이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이 반영됐다.
이마트 몽골 4호점 또한 한국 콘텐츠로 가득하다. 매장 공간 구성부터 판매 상품과 매장 내 입점 테넌트까지 ‘한국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인테리어는 리뉴얼 개장한 ‘미래형 대형마트’ 인천 연수점을 본떴다. 한국 브랜드인 탑텐, 맘스터치 등도 입점했으며, 매장 내 델리 코너에서는 김밥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을 즉석조리 메뉴로 판다.
올해 하반기 문을 여는 라오스점도 한국의 최신 대형마트 문화를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전무)은 “K-유통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라오스 국민들에게 양질의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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