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뒤쫓다 이젠 ‘2强’ 한 축…2년 반 동안 11만383대 판매
연내 전기차도 출시…불황형 인기·친환경차 수요 흡수 기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데이터로 자동차시장 보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경차 시장이 현대자동차 캐스퍼 출시 이후로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경차 수요 위축에 따른 위기감이 팽배했으나, 캐스퍼 출시와 함께 고객 유입이 늘면서 반등을 이루는 양상이다.
특히 경차 시장은 판매 차종이 줄어드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앞서가는 레이와 뒤쫓는 캐스퍼 등 대표 모델들의 판매 호조를 앞세워 선전하고 있다. 2년 연속 10만 대 선을 가뿐히 돌파하면서 자신감까지 회복했다는 평가다.
7일 국내 완성차 업체 실적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차 시장 판매량은 코로나19로 접어든 2020년 연간 10만 대 밑으로 떨어졌다가, 2022년부터는 반등을 이뤄 12만~13만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차 시장이 수요 회복을 이룰 수 있던 배경으론 기아 레이와 현대차 캐스퍼의 활약이 꼽힌다. 우선 기아 레이는 지난해에만 5만 대가 넘게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스카 특유의 공간활용성을 무기로 소상용 및 차박 수요 등을 흡수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레이를 뒤쫓는 당찬 신예 '캐스퍼'의 존재감 역시 상당하다. 캐스퍼는 기존 해치백 스타일 경차들과는 차별화된 '경형 SUV'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는데, 이러한 기대감은 판매량으로 직결됐다. 지난 2021년 9월 출시 후 같은해 12월까지 4달간 1만 대 판매고를 이루며 시장 안착을 알렸다. 이어서는 2022년 4만8002대, 2023년 4만5451대의 높은 실적을 이어가며 승승장구 중이다.
캐스퍼의 등장은 소형 SUV 시장으로 옮겨갔던 첫차 수요를 경차 시장으로 다시 불러모으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욱이 비슷한 시기 단종 수순을 밟던 쉐보레 스파크의 이탈 수요까지 흡수해내는 등 시장 활력소로 큰 의미를 더했다.
캐스퍼는 출시 2년 3개월 만에 내수 누적 판매 10만 대를 넘어서는 위업까지 달성한 것으로 나타난다. 웬만한 볼륨 모델이 아닌 이상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로, 연간 10만 대조차 넘기 어려웠던 경차 시장의 위축 상황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2월까지 총 2년 6개월 간의 누적 판매량도 11만383대에 달한다. 지난해와 같은 기세를 이어간다면, 연말까지 누적 15만 대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는 캐스퍼의 등장으로 조성된 경차 시장 내 '2강' 경쟁 구도가 시장 관심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캐스퍼와 레이가 고르게 경쟁하면서 경형 SUV 및 박스카 등 다양한 형태의 매력적 선택지가 있음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해당 모델들은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쟁 구도를 이어가며 경차 수요 회복을 이끌어갈 전망이다. 레이는 지난해 9월 전기차 모델인 레이 EV로도 선보여져 합리적 이동수단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캐스퍼도 올해 중으로 사이즈를 키운 전기차 모델로 출시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차 시장이 인기 모델들로 재편되고, EV 모델 선택지까지 늘면서 수요를 견조하게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최근 경기 불황 등의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비싼 차 대신 합리적인 가격대의 차를 선택한다고 가정하면 캐스퍼의 인기는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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