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인센티브 택했지만 유보금 축적보다 유리한지는 ‘글쎄’
오는 5월 내 밸류업 2차 세미나…확실한 가이드라인 나와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단어로, 한국 증시 저평가로도 불린다. 국내 기업 주가가 해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가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지난 2월 말 한국거래소를 찾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이 상생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며 “기업 스스로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했다. 증시 부양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출발을 알리는 말이었다.
이후 자율과 인세티브에 초점을 맞춘 밸류업 프로그램이 대강의 모습을 드러냈다.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를 우상향시키기 위한 증시 부양책인 만큼 당장의 강력한 제재보다는 거부감이 덜한 당근책을 택했다는 느낌이 짙다.
한평생 국내 증시에 녹아든 저평가 상태를 다소 미지근한 정책으로 하여금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인다. 자율에 맡겨 쉽게 해결될 문제였다면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지도 않았을 터다. ‘법’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때론 강제성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일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 중 하나인 S&P500지수가 최근 10년간 3200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코스피는 700포인트 올랐다. 대표 지수 상승률이 미국과 비교했을 때 1/4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을 비롯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주주환원 미흡, 낮은 수익성, 후진적 지배구조 등을 꼽는다.
국내 주주환원이 해외에 비해 왜 미흡한지를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주주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소액주주들에 배당금을 지급하기보단 유보금으로 가지고 있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자회사 투자, 기업 인수 등의 사업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나아가 대주주는 배당을 받지 않더라도 고액의 보수와 본인이 보유한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존재한다.
주주환원 미흡은 기업의 수익성 저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유보금을 계속 쌓아두다 보면 기업의 수익성, 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자연스레 낮아진다. 자본의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는 셈으로, 과다한 현금 보유는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국도 이를 알고 있는 듯하다. 인센티브 중 하나인 K-밸류업 지수 편입에 ROE를 주요 투자지표로 활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주요 투자지표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흐름 등이 쓰인다. 이 외 우수 기업에 밸류업 표창을 시상하고,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면, 상장사는 매년 1회 자사 홈페이지나 거래소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물론 자율이기에 강제성은 없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단, 이를 성실히 이행할 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밸류업 프로그램은 발걸음조차 떼지 않은 상태다. 올해 5월 2차 세미나를 통해 가이드라인 세부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후 각 기업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올 상반기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게 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 3달 가량 시간이 남은 가운데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들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내리 패배하고 있다. 단순히 자율에 맞기고, 당근을 제시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율에 맡기되 당근을 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유보금을 쌓아두는 것보다 더 이득이 될 수 있도록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든 당장 반발이 발생할지언정 강제성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든 금융당국의 과감한 선택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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