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사옥’ 현대차 GBC…처음엔 돈만 쓰고, 눈치는 눈치대로① [옛날신문보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꿈의 신사옥’ 현대차 GBC…처음엔 돈만 쓰고, 눈치는 눈치대로① [옛날신문보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3.2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K, 자동차 왕국 건설에 10조 원 올인
기대 속 승자의 저주·노조 반발 뒤따라
서울시-강남구 신경전에 속앓이 지속
봉은사 일조권 문제에 조계종 반발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자동차 왕국 건설 꿈은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한 단어로 설명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모두 품을 수 있는 신사옥으로, 업무시설 뿐 아니라 전시 컨벤션과 호텔까지 갖춰 서울의 새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정 회장의 꿈을 실현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총알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마천루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허가를 받는 것부터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이해시키고 양해를 구해야 하기까지 큰 어려움이 뒤따랐다. 사업을 이끌던 정몽구 명예회장도 노쇠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그 공은 아들인 정의선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정의선 회장은 아버지의 숙원 사업을 이어받아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까. 이번 〈옛날신문보기〉에선 GBC 건립을 위한 험난한 여정을 되짚어봤다.

 

MK, 자동차 왕국 위해 10.5조 통큰 베팅…승자의 저주·노조 반발 고개


지난 2016년 7월 건물 해체 작업을 앞둔 옛 한전부지를 찾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의 모습.
지난 2016년 7월 건물 해체 작업을 앞둔 옛 한전부지를 찾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의 모습. ⓒ 연합뉴스

 

10년 전인 2014년, 정몽구 당시 현대차그룹 회장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옛 한전부지 인수에 ‘올인’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그룹 계열사를 한 데 모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신사옥을 짓기 위함이었다. 승부사였기에 배포도 남달랐다. 입찰에 참여한 삼성그룹을 따돌리고자 3조3000억 원의 감정가보다 3배 이상 높은 10조5500억 원을 입찰가로 써낸 것. 그 누구도 정 회장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해당 부지를 낙찰받아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정에 첫 발을 내딛는다.

`한전부지 현대차그룹 낙찰`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 한국전력 부지의 새 주인이 현대차그룹으로 최종 결정됐다. 한전은 최고가 낙찰 방침에 따라 10조5500억원을 입찰금액으로 써 낸 현대차그룹을 인수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금액은 감정가의 약 3배 규모다. (중략) 한국전력의 삼성동 부지는 축구장 12개 정도의 크기인 총 7만9342㎡ 규모다. 삼성동 한전부지는 작년 말 장부가액 기준 2조73억원, 공시지가 기준 1조4837억원이었다. 감정가는 3조3346억원 수준이다.

2014년 9월 18일자 〈한국경제TV〉 '10조원 베팅' 현대차 한전부지 새주인 됐다··삼성과 맞대결 승리

현대차는 2020년까지 GBC를 완공할 계획을 세웠다.  GBC는 독일 폭스바겐의 본사인 아우토슈타트를 벤치마킹해 자동차 테마파크와 최고급 호텔, 백화점 등을 모두 갖춘 랜드마크를 지향했다. 

다만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감정가의 3배에 달하는 입찰가는 무리한 베팅이었단 것이다. 해당 입찰가 외 수조 원의 건설비까지 고려해야 했다. 시장 우려에 한전부지 인수에 동참한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3사의 주가는 출렁였다. 부지 인수 발표 직후 3사의 시가총액은 8조4000억 원이 줄었다는 암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내부에선 극심한 노조 반발에 부딪혔다. 노조는 긴급성명을 내 한전부지 매입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임단협 시기여서 민감하기도 했다. 노조는 지금은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글로벌 메이커들처럼 연구개발비용을 늘릴 때임을 강조했다. 

(중략) 입찰 컨소시엄에 참여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3인방의 주가가 동반 급락할 만큼 시장의 충격은 컸다. 후유증은 이날 교섭에서도 이어졌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한전 부지 매입에 바가지를 쓴 건 전략적 투자가 아니다"며 "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R&D에 투자했더라면 교섭위원이나 조합원, 심지어 국민들까지도 현대차의 발전 전략에 힘을 모아주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2014년 9월 19일자 〈뉴스토마토〉 현대차, 임단협 재개..여윳돈이 없다

 

서울시-강남구 신경전에 현대차만 속앓이…진도 못 나간 GBC 프로젝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16년 2월 공개한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조감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16년 2월 공개한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조감도. ⓒ 연합뉴스

넘어야 할 산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가 제동을 건 것이다. 정부가 착공시기를 앞당겨 2016년 하반기부터 공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서울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앞서 착공 허가한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특혜 시비와 안전사고로 인해 시끌했던 터라 고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략) 반면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시는 정부 방침에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30일 한전부지에 대한 개발구상 및 사전협상 제안서를 접수하며 인허가 관련 협상을 본격화하게 됐지만 부지 용도변경과 지구단위 계획 입안 등을 거치려면 3년 이상이 걸리는데 정부가 내놓은 구상이 자칫 졸속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지난 정부가 특혜시비를 감수하며 착공을 허가한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가 시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한전 부지 개발을 둘러싼 양측의 기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월 30일자 〈뉴스1〉 현대차 한전부지 착공 언제?…정부·서울시·현대車 '동상이몽'

정부와 서울시 간의 신경전이 길어지면서, 관련 프로젝트는 표류한다.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1조7000억 원의 사용처 여부도 갈등을 부추겼다. 

강남구는 공공기여금을 오롯이 강남구에만, 특히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에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서울시는 한전부지를 포함한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에 송파구 잠실운동장을 포함한 만큼 공공기여금을 강남구와 송파구에 두루 사용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강남구는 공공기여를 강남구 개발 사업에만 써줄 것을 요구하며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지속 반대했다.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 개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복병을 만났다.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서울시를 항의방문을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략) 공공기여금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현대차그룹은 난처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의 주장이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강남지역 여론이 악화하면 현대차그룹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월 7일자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 한전부지 개발에 복병, 서울시와 강남구 의견 달라

강남구는 한전부지 지하에 위치한 변전소를 볼모삼아 반대 의견을 지속할 수 있었다. 삼성변전소 이전 인허가권을 강남구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해당 변전소를 부지 내 가장자리로 옮긴 다음에야 본격 착공에 나설 수 있던 만큼, 서울시와 강남구간 갈등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론 강남구가 뜻을 굽히면 일단락됐다. 한전부지 지하 변전소 이전 허가를 댓가로 중앙정부와 서울시에 '영동대로 원샷개발'을 요구하는 식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해당 갈등에만 꼬박 1년이 소요됐다.

서울 강남구가 논란이 된 한전부지 내 변전소 이전 및 증축을 허가했다. 이로써 105층(526m) 규모의 현대자동차 신사옥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는 12일 “한전부지 새 주인이 된 현대차를 환영하며 세계 최고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조성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한전부지 지하에 있는 변전소의 이전 및 증축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매입금 잔금을 완납해 변전소 부지를 소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변전소는 부지 내 가장자리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250억원 정도의 이전 비용은 현대차가 부담한다. 

2015년 11월 12일자 〈세계일보〉 한전부지 변전소 이전·증축 허가…현대차 신사옥 조성 탄력

 

종교계 반대 입김에 정부도 재고 선회…국정농단 특혜의혹 고발까지 ‘살얼음’


봉은사와 현대차 GBC 부지 위치도. ⓒ 네이버지도 갈무리

이번엔 종교계에서 예기치 못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봉은사에서 일조권과 조망권을 문제삼아 GBC 건설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종교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1000만 명에 달하는 불교 신자를 적으로 돌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조계종은 서울시의 착공 허가가 내려질 경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주민소환까지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략) 이들은 "GBC 105층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1200년 전통문화의 보고인 봉은사는 GBC 건축물의 그림자에 묻혀 겨우내 얼어붙고 이끼가 끼어 국가지정 문화재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봉은사 신도들의 수행환경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서울시장은 GBC 건축계획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6년 9월 9일자 〈연합뉴스〉  조계종 "반문화적 현대차 부지 개발계획 중단하라"

봉은사 측에선 GBC 프로젝트와 국정농단 사건 간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을 고발하기에 이른다. GBC 건립 반대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주민설명회 개최를 무산시키는 등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졌다.

28일 현대차와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뇌물공여죄로 특검에 고발했다. 대책위가 박근혜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박 대통령과 정 회장을 고발한 건 현대차의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신사옥 건립과 관련해 대가성 특혜 의혹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2016년 12월 28일자 〈브릿지경제〉 현대차 삼성동 한전부지 신사옥 건립, 최순실 특검 대상되나

현대차에게 있어 가장 든든한 우군이었던 서울시도 GBC 건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자세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취한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다양한 의견들을 숙고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발 물러난 셈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GBC 착공 목표 시기는 계속해 뒤로 늦춰지게 됐다.

현대차는 예상치 못했다. 꿈의 신사옥을 짓기 위한 첫 삽을 뜨기까지 이리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줄을 말이다. (*2편에 계속)

현대자동차그룹이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짓는 초고층사옥에 대한 첫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서울시가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105층, 569m 높이의 건물을 짓는만큼 한두번 심의를 받아 통과될 정도로 사안이 간단하지 않다"면서 "여러가지 보완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6월 13일자 〈매일경제〉 현대차 신사옥 착공 지연

담당업무 : 산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