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도권 지는데 익숙해졌나” “영남당 체질 혁파할 기회”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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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수도권 지는데 익숙해졌나” “영남당 체질 혁파할 기회” [현장에서]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4.04.23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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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의원회관서 ‘험지 낙선인에게 듣는다,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 열려
수도권 與 낙선자 목소리 내…이승환·박상수·손범규·박진호·류제화·함운경 등
“野 유능한 양아치 vs 與 무능한 조폭으로 비쳐…현실 인식 필요”
“수도권·영남 분열 지적?…경계할 것은 시끄러운 토론 겁내는 분위기”
“선명한 비전 없어 집권여당 불구 심판론 의지…민심 아는 리더십 必”
“‘혁신형’ 비대위 세워야…당대표 선거 룰 ‘민심 50%·당심 50%’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험지 낙선인에게 듣는다 - 2024 총선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제화 세종시갑 후보, 박상수 인천 서구갑 후보, 함운경 서울 마포구을 후보, 윤 의원,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승환 서울 중랑구을 후보, 박진호 경기 김포시갑 후보. ⓒ 뉴시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험지 낙선인에게 듣는다 - 2024 총선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제화 세종시갑 후보, 박상수 인천 서구갑 후보, 함운경 서울 마포구을 후보, 윤 의원,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승환 서울 중랑구을 후보, 박진호 경기 김포시갑 후보. ⓒ 뉴시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두 번째 세미나를 열었다. 첫 번째 세미나가 국민의힘 총선 패배 원인과 보수 위기를 지적하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면, 이번엔 ‘수도권 험지 낙선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이날 세미나에는 22대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박상수(인천 서구갑)·이승환(서울 중랑을)·함운경(서울 마포을)·박진호(경기 김포갑)·류제화(세종갑)·손범규(인천 남동갑) 전 후보와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번 총선에서 2위 후보와 초박빙 접전 끝 0.89%포인트 차로 승리해 5선에 성공한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여당 수도권 참패와 관련해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4년 뒤 더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경계할 것은 대참패에도 불구, 시끄러운 토론회를 겁내는 공동묘지 같은 분위기”라고도 말했다. 

윤 의원은 영남과 수도권을 분열시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본질을 모르는 생뚱맞은 이야기”라며 “영남당으로 고착한 당 체질을 혁파할 찬스로 삼기 위한 것이지 특정인을 말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남이 보수 심장이라면 수도권은 보수의 팔·다리다. 이번 총선에서 진짜 전투인 팔다리 싸움에 속하는 수도권에서 대참패한 것”이라며 “영남인이 바라는 건 영남당에 국한되지 말고 수도권·중원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중랑을 이승환 “심판론 대신 혁신기업 규제 완화 등 어젠다 던져야”


국민의힘 이승환(41) 전 서울 중랑을 후보는 “민주당 지지자가 보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지지자가 보는 민주당은 같이 악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가 보는 민주당은 유능했고, 보수 지지층이 보는 국민의힘은 무능했다. 무능한 조폭 대 유능한 양아치 싸움으로 비췄다”며 “국민의 눈에 당이 어떻게 비치는지 현실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 전까지 보수 진영 일부에 ‘이재명 대표는 구속될 것’ ‘민주당은 분열할 것’ ‘국민의힘 실책은 없을 것’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낼 것’ ‘대통령 지지율은 오를 것’ 등 5가지 환상에 빠져 날카로운 전략을 세우지 못한 게 실책이었다고도 말했다. 

이 전 후보는 또한 “일과 내 지역구 안에서 움직이는 유권자들은 조직 선거나 후보자 스킨십 등으로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었지만, 일상을 지역구 밖에서 보내는 이들에겐 중앙 정치 이슈와 정권심판론이 작용했다”며 “이재명·조국 심판론 말고 다음 세대, 사회를 위해 정책적 변화를 끌어내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성찰했다. 그는 차량공유서비스, 원격진료앱, 법률플랫폼 등 혁신기업 규제 문제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 등 야당이 거부할 어젠다를 과감히 던져 변화를 끌어낼 필요성도 덧붙였다. 

 

인천 서갑 박상수 “3040세대 유권자 못 데려오면 다음 없어”


박상수(45) 변호사는 인천 서갑에 출마했다가 민주당 김교흥 의원에 17.22%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그는 당이 수도권·3040세대에 소구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2년 후 지방선거, 3년 뒤 대통령 선거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서 3040세대 일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에 부동산 문제가 있다. 2017년 6억 원대였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문재인 정부 말기 11억 원이 됐다. 근로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없도록 오른 주택 가격에 유권자 불만이 누적됐고, 그 분노가 어찌 보면 보수를 돌아보게 했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수도권 주택 가격 안정됐다는 이야기 못 들었을 거다. 3040세대가 우리 당에 등 돌린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박 변호사는 “보수 전통 지지층,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하다. 하지만 점점 사라지고 있다. 3040세대 데려오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며 “여의도연구원 정책 기능을 부활해 3040세대를 공략할, 민주당의 현금성 복지에 맞설 정책·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호 김포갑·류제화 세종갑 前 후보
“정책 선거, 정권심판에 밀렸지만 가능성 봐”


ⓒ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로 뜨거웠던 경기 김포갑에 출마한 박진호(34) 전 후보는 “좋은 정책이 있어도 중앙 정치 위력이 더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정책 실현 의지가 있냐, 없냐가 초점이 아니라 실현 안 해도 좋으니 너희같이 나쁜 사람들이 심판받아야 한다는 게 마지막 여론이었다. 정교한 전략으로 대처했어야 하는데, 선한 시민들을 믿는다며 스스로 위안 삼은 것이 반성할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비록 낙선했지만 ‘정책 선거’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21대 총선만 해도 9대 1로 민주당에 패배한 지역 투표소에서 22대 총선에서 이기는 결과가 나타난 점을 들어 정확한 타겟을 잡고 정밀 타격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류제화(40) 전 세종갑 후보도 ‘정권심판론’ 바람이 강력하게 불었다는 점에 공감했지만,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이슈와 맞물린 지역 유권자들이 많은 표를 던져준 사실을 덧붙이며 “낮은 자세로 바닥 민심을 끌어올려 당에 전달하고, 행동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류 전 후보는 “어쩌다 당이 (이조) 심판론에 의지하는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생각해 보면 선명한 비전·가치가 없어서라고 본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선 민심을 반영하는 리더십이 들어서야 한다. 당이 융통성을 가져야 2030세대 현실적 문제와 부동산·교육·양육·세금 등 문제에 밀접히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 남동갑 손범규 “연이어 패배한 지역, 조직 등 선거 환경 열악”


손범규(56) 전 인천 남동갑 후보는 당이 연이어서 진 지역의 선거 환경이 열악한 점을 꼬집었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겨 영등포갑에 출마한 김영주 의원이 “와보니 조직이 하나도 없더라”고 한 점을 들며 “조직이랄 것도 없고, 시의원·구의원도 민주당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뭘 해보기 어려운 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상현 의원이 인천에서 5선을 지역 많이 다니고 소통해서 이뤘듯 나도 그렇게 실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손 전 후보는 보수 재건을 위해선 새로 구성될 국민의힘 비대위가 ‘혁신형’이어야 하고, 당대표 선거 룰을 ‘당원 투표 100%’가 아닌 ‘국민 50%·당원 50%’로 변경해 민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운동권에서 전향해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마포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함운경 전 후보는 “젊은 사람들이 국민의힘 당원인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는데,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민주화 이야기만 나오면 벌벌 떠는데, 민주화를 학생운동권이 했다는 것은 과대 포장이다. 실제로는 양보한 군부와 김영삼·김대중이 해낸 것”이라며 “민주화 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힘주어 설명했다.

그는 박정희 정부 때 건강보험, 박근혜 정권이 기초연금·마이너스 소득세 토대를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서민 중산층을 위해 정책 만들고 도입한 건 보수다. 이런 당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박명호 “국민의힘, 지지자 창피하게 만들었다”


발제자로 나선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총선 패배와 관련해 “한 마디로 (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창피하게 만들었다”는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당이 이렇게 됐는데도 잘못했다는 사람 하나도 없다. 위기의식과 절박함이 사라졌다”며 “국민의힘이 지는데 익숙해진 정당이 된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수도권 패배는 당연하게 인식하고 얼마나 덜 지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영남 자민련’ ‘수포당’(수도권 포기당)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인적혁신과 세대교체’ 등 차원에서 보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범여권 입장에서 수도권 보수와 영남 보수 차별화가 불가피해, 향후 장기적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관계 설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의힘 108명 의원이 3명의 개혁신당 의원을 담기가 쉽지 않을 거로 본다. 수는 많지만 전투력, 목소리 전달력, 내공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밀리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비전·정책 면에서 “지난 대선부터 국민의힘은 정치개혁 등과 관련한 고민이 하나도 없다”며 “민주당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진정성을 의심받는 경우라고 한다면 보수는 아예 생각이 없다. 대체 무엇을 하려고 권력 잡는 정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지, 대통령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의문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에서 소선거구제 역설 등을 말하며 의석수로는 패배했지만 득표율 차이는 얼마 안 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건 여태 몰랐던 사실 아니다. 그런데 여태 선거제도 개혁 논의할 때도 대안 자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동 소식과 관련해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능력이 정치력이다. 사람끼리 만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소통해야 할 사람들이 정상회담 하듯 만나는 것을 보며 그들 역할에 의문이 생긴다”고도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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