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나눠주기’ 안 하면 선거 진다? [정진호의 정치여담]
스크롤 이동 상태바
‘자리 나눠주기’ 안 하면 선거 진다? [정진호의 정치여담]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4.05.01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적 문법 익숙지 않은 尹정부, 보수결집 실패로
총선패배로 작용…낙하산 인사 아이러니의 단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한국공항공사와 국가철도공단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국토교통부 관료출신 낙하산 상임이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공항공사와 국가철도공단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국토교통부 관료출신 낙하산 상임이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무려 175석을 차지했고, 조국혁신당 또한 12석을 얻어냈습니다. 범야권이 300석 중 189석을 확보한,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승입니다.

야권의 대승은 곧 여권의 참패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겨우 108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습니다. 국민의힘에서 떨어져나간 개혁신당이 3석을 가져가긴 했지만, 개혁신당은 반윤(反尹·반윤석열)을 외치고 있는 만큼 범여권으로 묶기엔 애매합니다. 그만큼 여당은 충격적인 패배를 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당의 참패를 예측했다는 겁니다. 사실 민주화 이후 여당은 총선에서 크게 패한 적이 없습니다. 졌다고 해봐야 1석 차이로 원내 제2당이 되는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의 대패를 점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윤석열 정부가 국정 운영을 너무 못해서였을까요. 아마 그 원인이 제일 크게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선거 전부터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부분이니,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다만 오늘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얘기입니다.

역대 어떤 정부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로운 정부는 없었습니다. 보수정부 진보정부 가릴 것 없었고,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비교적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적었던 정부로 꼽힙니다.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말입니다.

그게 윤 대통령의 정치 철학인지, 정치 경험 없이 바로 대통령이 돼 정치권에 ‘빚’이 적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자리 나눠주기’를 소홀히 한 윤 대통령에게 서운해 하는 보수진영 사람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대선에서 이기려면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유명 정치인들은 당연하고, ‘아는 형님·누님·동생’들이 많은 지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도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이들이 열심히 뛰는 이유는 당선 후 자신들에게 떨어질 이익을 기대해서고요.

바로 이렇게 이뤄지는 게 낙하산 인사입니다. 수많은 표를 긁어모았으니, 그들에게 자리를 하나 내주는 겁니다. ‘공이 있는 자에게는 상을 주고 능력이 있는 자에게는 자리를 주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이상(理想)일 뿐입니다. 상 받자고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가며 선거운동을 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정치적 문법에 익숙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몇몇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끝났는데도 아직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자리를 노리고 윤 대통령 선거를 도왔던 보수진영 인사들은 자신의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것 같아 큰 서운함을 느꼈고요.

이런 상황에서 총선이 치러졌으니 선거운동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요컨대 윤석열 정부가 대선 승리 공신들에게 자리 나눠주기, 즉 낙하산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보수를 결집시키기 못했고 이게 총선 패배에 한몫을 했다는 겁니다.

능력이 아닌 정치적 요인에 의해 자리가 채워지는 낙하산 인사는 한 조직, 나아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좀먹는 적폐(積弊)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공학적으로 보면,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선거 승리 공신에 대한 ‘전통적 방식’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건 선거에서의 ‘지지층 결집 실패’로 이어지고요.

국가 전체적으로는 나쁜 일이지만 특정 정치 세력 입장에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돼버린 낙하산 인사. 이 아이러니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