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의 리브랜딩…‘하이’와 불편한 동거 끝내나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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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의 리브랜딩…‘하이’와 불편한 동거 끝내나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5.22 11: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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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 계열 사명 DGB vs. 하이 양분화
DGB대구은행, iM뱅크로 시중은행 도전장
iM브랜드 대세론…iM금융지주로 탈바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DGB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DGB대구은행이 iM뱅크로 사명 변경을 확정하면서 지주명 변경 여부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시사오늘 이근

DGB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DGB대구은행이 iM뱅크로 이름을 바꿉니다. 이는 단순히 사명을 변경하는 게 아닙니다. 1967년 설립된 국내 첫 지방은행이 2024년 시중은행으로의 첫 전환을 이뤄냈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대구은행의 새이름이 될 ‘iM’이란 브랜드는 일종의 서브 브랜드였습니다. 대구은행의 인터넷뱅킹 이름이 바로 ‘iM뱅크’이죠. iM은 ‘I am’을 의미하며 DGB금융은 ‘내 손 안의(에)’라는 의미를 추가로 부여했습니다. 즉, iM뱅크는 내 손 안의 은행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셈입니다. DGB생명보험의 디지털보험 플랫폼 이름도 ‘iM라이프’를 채택했지만 사명이나 주요 브랜드는 아니었습니다. ‘iM’은 DGB금융지주의 디지털 서브 브랜드로서 인식되고 있었죠. 이같이 서브에 머물던 iM 브랜드가 DGB금융의 핵심인 대구은행의 새이름으로 채택된 건 향후 나아갈 방향성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부문이기도 합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이뤘다지만 기존 시중은행과 비교해 인프라와 경쟁력이 부족한건 사실입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은행 지점은 2023년말 기준 200곳에 불과하지만, 4대 시중은행은 이보다 2.5배~3.5배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죠. 4대 은행중 지점이 가장 적은 하나은행조차 지점수가 500곳이 넘으니 대구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채널 경쟁력이 시중은행 대비 열위에 놓인 건 당연한 일입니다.

대구은행 입장에서 당장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부문은 막대한 인력과 자본이 필요한 오프라인 영업채널 확보가 아니라 디지털이라고 할 수 있죠. 무리한 경쟁보다는 가성비 있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iM뱅크를 새사명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이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향후 iM 브랜드는 대구은행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의 새사명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DGB금융지주는 이미 지난해 10월 iM 브랜드를 활용한 iM금융그룹(지주), iM뱅크, iM투자증권, iM자산운용, iM생명보험 등 다양한 상표권을 출원한 상황입니다. 출원 상표권 중에는 iM손해보험, iM저축은행 등 현재 DGB금융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업 포트폴리오도 포함돼 있습니다. 상표권 출원만으로 사명 변경을 확정지을 순 없지만, DGB금융이 그린 로드맵에 iM 브랜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방증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괄적 브랜드 변경 추진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지만, DGB금융지주의 경우에는 그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DGB금융의 주요계열사 사명을 보면 DGB대구은행, DGB생명보험, DGB캐피탈, DGB유페이, DGB신용정보, DGB데이터시스템 등 ‘DGB’가 사명에 들어간 곳이 5곳, 하이투자증권, 하이자산운용, 하이투자파트너스 등 사명에 ‘하이’가 들어간 곳이 3곳으로 양분된 양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DGB금융내 ‘하이’ 브랜드가 처음 들어온건 2018년입니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내 계열사였던 하이투자증권이 DGB금융에 인수됐는데, DGB금융은 사명을 바꾸는 대신 ‘DGB’ 로고만 붙이고 하이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현재까지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해 DGB자산운용의 사명을 하이자산운용으로, 수림창업투자도 인수 후 하이투자파트너스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투자증권부문 계열사들이 ‘DGB’가 아닌 ‘하이’로 모두 이름을 바꾸면서 해당 브랜드는 DGB금융의 투자증권부문 브랜드로 인식됐습니다.

당시 일각에서는 DGB금융이 지방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하이’ 브랜드를 강하게 밀어준다고 봤습니다. 기존 DGB 브랜드가 대구와 경북지역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국구를 노리는 DGB금융의 입장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내세워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이라는 거죠. 하지만 ‘하이’ 브랜드 역시 약점이 존재했습니다. DGB 브랜드가 지역적 한계가 존재했다면 하이 브랜드 역시 약점이 있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 시절부터 써오던 하이투자증권의 ‘하이’ 브랜드였기에 DGB금융의 새로운 브랜드가 되기에는 내부구성원을 설득할 힘과 정통이 빈약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제반 상황들을 봤을 때 ‘iM’은 DGB금융 입장에서 그야말로 꼭 필요한 브랜드입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상징하기 때문에 지방을 넘어 전국에 영업망을 뻗고자 하는 DGB금융의 염원이 현실화된 의미를 반영하고 있고 하이 브랜드가 지닌 정통성 취약 문제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DGB금융내 디지털 서브 브랜드로 자리잡은 상황이라 내부구성원의 반발도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DGB 사명 계열사와 하이 사명 계열사의 불편한 동거가 일거에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失)보다는 득(得)이 커보입니다.

DGB의 리브랜딩은 현재진행형입니다. DGB금융지주가 iM금융지주로 이름을 바꾸고 계열사 사명을 모두 통일하는 획기적 변화를 꾀할지, 아니면 DGB, iM, 하이 3개 브랜드가 당분간 계열사 사명 지분을 3등분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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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괴성 2024-05-23 08:19:17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가 떠올라 살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그닥 좋은 브랜드명은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