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밸류업 프로젝트 일환
호재에도 불구 우리금융주가는 이틀연속 하락세
손태승 부적정 대출 금융당국 미신고 논란 여파
우리금융 “보고대상 아냐” 이복현 “자기 합리화”
동양생명 대주주 변경인가 최종권한 쥔 금융당국
우리금융 임종룡 “사과…조치 따르겠다” 또 읍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이틀새 4% 가까이 빠졌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금융 주가는 이날 개장과 함께 하락 출발하며 한때 최저 1만5710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전일 대비 250원, 1.54% 하락한 1만603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게 됐다. 앞선 27일 종가는 1만6280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280원, 1.69% 하락했다.
특히 이날은 임종룡호(號) 우리금융이 추진하는 최대 M&A인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안이 이사회를 통과한 날이다.
인수지분과 가격은 동양생명 75.34% 1조2840억원, ABL생명 100% 2654억원이며 총 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보험부문 M&A이자 밸류업 프로젝트 핵심인 동양생명 패키지 인수 완성에 한발 다가가는 호재였지만 주가 상황은 정반대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의 최핵심인 우리은행이 자초한 고객불신이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날 검찰은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 및 선릉금융센터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현장검사 결과 2020년 4월3일부터 올해 1월16일까지 모회사인 우리금융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등에게 모두 42건, 616억원의 대출 실행을 확인한 바 있다. 해당 대출건 중 28건, 350억원의 경우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전임 회장 관련 부적정 대출이지만 임종룡 회장 재임 기간과도 겹쳐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이와 관련해 부실채권 검사 과정에서 부적정 대출을 인지하고 관련자들의 귀책 사유를 확인했지만 해당 건을 금감원에 보고하지는 않았다. 우리은행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 ‘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에 근거해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난 13일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은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은행 해명자료 배포 후 일주일 뒤인 지난 20일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기관이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했다면 계좌추적권과 검사권 등이 있는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에 의뢰했어야 한다”며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의 공개저격과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전방위 압박을 받게 된 우리금융의 임종룡 회장은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임 회장은 28일 오전 11시 회현동 본사에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로 인해 국민들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손 전 회장 부적정 대출 검사결과가 나온 다음날(8월12일) 공개사과한 뒤 불과 보름만에 같은 건으로 또 한번 고개를 숙인 셈이다.
우리금융과 임 회장이 이처럼 납작 엎드린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위기감이 거론된다. 밸류업 프로젝트의 한축인 동양생명 M&A 패키지 인수의 최종 관문인 대주주 변경 인가가 최대 난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우리은행 부적정 대출이 우리금융 부실 내부통제 문제로 이어진 상황에서 대주주 적격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특히 관련 제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로 인해 우리금융 신사업 진출의 발목을 계속 잡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임 회장이 동일 사건에 대해 잇따라 사과 메시지와 대책수립을 강조한 것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밸류업 프로젝트의 핵심은 비은행 부문 M&A”라며 “우리투자증권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단숨에 보험업계 지각변동을 만들 수 있는 동양생명 패키지 인수 인가 여부는 우리금융 입장에서 밸류업 계획 성공 여부와 직결될 수 있어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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