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꼼수 이전’ 비판…천막농성등 강경투쟁으로 선회
노조위원장 출신등 野의원 접촉…개정안 저지 총력 병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KDB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제22대 국회에서도 새로 관련 개정안을 발의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내부 갈등도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 부산이전 찬반 갈등은 산은 내부를 넘어 국회,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내건 공약 중 하나지만 취임 후 2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산은 본점을 서울로 명시한 산은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하기 때문에 최종 키는 국회가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때문에 산은 부산이전을 그동안 반대해온 노조 측은 여야 양당 국회의원 중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함께 이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내부와 소통을 단절한 강석훈 회장과의 대화 노력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산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산은 경영진도, 노조도 이미 내부 대화로 이전 갈등을 해결할 시기가 한참 지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현재 부산 이전 갈등은 장외전 양상”이라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노조는 최근 정치권과 접촉하며 이전 반대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싣고 있습니다.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 박홍배 의원의 경우 산은 노조와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죠. 정무위가 아닌 환노위 위원으로 영향력이 크진 않다고 볼 수 있지만 박 의원 외에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 김현정 의원이 정무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노조 측에서도 꾸준히 접촉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오세훈 서울시장도 산은 서울 존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전 반대를 주장해온 노조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직접 나서 정부와 여당을 설득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죠.
반대로 산은 부산이전을 추진해야하는 입장인 강석훈 회장을 비롯한 산은 경영진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이후 조용하게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산은 경영진은 이사회를 열고 일방적 조직개편을 추진하며 상당수 인력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는 방안을 강행하고 있죠. 이는 산은법 개정 전에 부산 거점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노조 측에서는 이를 ‘꼼수 이전’으로 규정하며 불법적 부산 이전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논란에도 산은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부산으로의 인력 이동을 포함한 ‘2차 부산 이전 조직 개편’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다만 산은 경영진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조직개편을 통한 우회적 부산이전을 추진하는 건 차선책이 아닌 실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스스로도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음을 자인하는 꼴이니까요. 또한 노조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산은 내부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석훈 회장 취임 초기 불거졌던 출근 저지 시위가 또 한번 재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만큼 현재 노조 내부에서는 참을만큼 참았다며 강경 대응 방식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아울러 산은 경영진 편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지역에서 요구하는 사안이 산은 본점의 부산행이지 일부 부서의 이동이 아니기 때문에 아군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죠. 현재 부산지역에서는 정재계 인사들이 산은 부산이전을 촉구하는 챌린지를 진행하며 국회입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산지역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함께 불만도 감지됩니다. 이들은 부산지역 산업부흥을 위해서는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여당 일각에서 말하는 기금 조성 등으로는 부산지역 산업부흥은 요원하다는 주장입니다. 일각에서는 산은의 플랜B(조직개편을 통한 부산이전 효과)가 부산지역 산업부흥 기금 조성과 엮여 부산 이전 대신 당근책으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반면 본점 부산 이전을 앞두고 전초기지 마련 정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강 회장도 후자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산은법 개정의 마지막 저지선이 국회라는 점에서 꼼수처럼 보이는 부산 중심 조직개편은 야권의 심기를 건드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칫 국회 패싱 논란으로 점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국감을 앞두고 불거진 조직개편 논란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즉, 강석훈 회장을 비롯한 산은 경영진이 진심으로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보다 활발한 국회 설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강 회장이 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려는 노력과 자세를 보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현재처럼 우회적인 방법만을 찾는다면 산은 부산 이전 추진을 둘러싼 대내외 갈등만 키울뿐,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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