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관내 생산 지원…“우리나라는 이대로라면 100% 수입 우려”
“민간으로부터 투자 활성화 위해 ‘정책 일관성’ 확보 과제” 제언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국내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내 수소 생산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정책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현재 국내 수소 정책은 해외로부터의 수소 수입에 기대는 형편이라,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단 것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H2 MEET 2024’ 컨퍼런스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현재 정부의 수소 경제 활성화 정책은 지난 2019년 발표한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이하 로드맵)과 이를 기반으로 2021년 구성한 ‘수소 경제 이행 기본계획’(이하 이행계획) 등으로 그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로드맵은 오는 2040년까지 △수소차 수출 330만 대 및 내수 보급 290만 대 달성 △연료전지 17.1GW(기가와트) 보급 달성 △연간 526만 톤 수소 공급 등 장기 목표를 골자로 한다. 이행계획은 해당 목표 달성을 위한 15개 세부 과제를 다룬다. △그린·블루 수소 생산 △수소 충전소 확대 △수소발전 확대 등이다.
이날 김 연구위원은 정부 계획에서 국내 수소의 자체 생산을 보호할 만한 장치가 빠져있음을 꼬집었다.
일례로 이행계획과 함께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이 정한 수소 공급방식을 살펴보면, 해외수입 비중은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이외 20%는 수전해 수소, 추출수소 및 CCUS, 부생수소 등으로 마련된다.
올해 시행된 ‘청정수소 인증제’ 역시 아직은 국내 생산을 보호하기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원료채굴부터 생산·수입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일정 이하인 수소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고려하는 셈이다. 다만, 부칙에 따라 아직은 탄소 배출량 산정 기준이 ‘원료채굴부터 수소 생산까지 발생한 배출량’에 그친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세계 각국이 자급자족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관내 7개 수소 허브를 선정하고, 70억 달러를 투자해 각지의 수소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애팔래치아는 천연가스를 이용한 탄소포집을 통해 청정수소를 생산토록 하고, 캘리포니아는 재생에너지와 바이오매스로 수소를 생산해 중장비 운송 및 항만 운송에 제공토록 한다.
유럽은 지난 2022년 ‘유럽연합 수소 은행’(EU Hydrogen Bank) 설립을 발표하고,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500억~750억 유로를 수전해 인프라인 전해조에 투자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청정 수소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한다면, 산업이 절대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다. 앞서 암모니아가 그런 길을 걷지 않았냐”며 “지금처럼 하다간 우리나라는 나중에 청정수소를 100% 수입하게 된다. 이제라도 국내 청정수소 생산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책 방향성이 일관성 있게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도 건넸다. 정권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뀌는 상황이 반복되면 민간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단 이유에서다.
정부가 바뀌고 지난 2022년 발표된 ‘수소경제 성장을 위한 3 UP 전략’이 대표적이란 설명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정책 방향을 이전과 바꾸겠단 식이다. △수송 부문은 수소 승용차 중심 보급에서 상용차 중심 보급으로 △발전 부문은 소규모 연료전지 중심에서 대규모 집중형 발전 중심으로 △생산 부문은 국내 그레이 수소 생산 중심에서 국내외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기지 구축 중심으로 전환한단 것이다.
이에 대해 김재경 연구위원은 “수소 경제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여러 기업의 CEO와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그때마다 들었던 질문이 ‘정권 바뀌어도 괜찮겠느냐’였다”며 “현재 여러 기업이 수소 관련 투자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하거나 유보하고 있다는데,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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