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처분시 최소 2000억규모 차익시현 기대
IPO철회에 시장 기대감↓…비상장주가 급락
KCD컨소시엄 참여…양다리 vs. 뉴인뱅 올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가 또 한 번 좌절됐다. 케이뱅크는 2025년초 상장을 목표로 다시 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잇따른 계획 철회로 기업 고평가 논란이 확대되면서 향후 성장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따라 케이뱅크의 2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21일 케이뱅크와 우리은행 공시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우리은행을 통해 보유한 케이뱅크의 주식수는 4563만5977주로, 지분율은 12.15%(10월15일 기준)다. 해당 지분의 장부상 가치는 2362억원이다.
지분투자목적은 ‘경영참여’로, 이번 IPO에서도 전략적 투자자(SI)로 분류됐다. 단순투자 목적의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장기적으로 전략적 협업을 꾀하기 위한 지분투자로 시장에 받아들여진 셈이다.
다만 케이뱅크의 잇딴 IPO 철회로 인해 시장 기대감이 크게 하락하면서 차익 시현 시기와 방안을 두고 우리금융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앞선 IPO에서는 우리금융이 구주매출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전략적 투자자로서의 위치를 사수했다. 구주매출이란 기존 주주가 보유주식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매도하는 걸 의미한다.
이번 IPO에서 케이뱅크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상단이 1만2000원, 하단이 9500원이었다. 하단인 9500원으로 계산하면 우리금융 지분 전량 매각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이익은 4335억원으로 지분가치 대비 차익은 1975억원, 2000억원에 달한다. 고평가 논란 등을 감안하면 내년 초 진행될 IPO에서 구주매출에 동참하더라도 시세차익은 이보다 작을 전망이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이번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게 나오자 공모가를 하단 밑인 8500원까지 내리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최종적으로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상장 후에도 추가 주가 상승 기대감이 없다면 우리금융은 일부 지분매각 등을 통해 차익 시현에 나설 수도 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상장 후 1년여가 흐른 시점에 지분 일부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도 한 바 있다. 2022년 8월18일 당시 카카오뱅크 3대 주주였던 국민은행은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4200억원 이상을 현금화했다.
국민은행-카카오뱅크 사례는 상장 후 주가 급등으로 막대한 차익을 시현했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케이뱅크가 바라는 지향점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케이뱅크가 상장하더라도 고평가 논란, 시장경쟁 심화 등 거쳐야 할 난관이 많다. 잇따른 IPO 철회에 따른 케이뱅크 몸값 하락에 우리금융이 아쉬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증권신고서 철회 전인 지난 16일 케이뱅크 1주 시세는 1만2100원이었지만 이후 17일 1만900원, 18일 8300원으로 큰 폭 하락했다. 21일 현재(오전 11시) 시세는 주당 8500원으로 케이뱅크 희망 공모가 하단을 밑돌고 있다.
특히 케이뱅크가 재재도전을 약속한 내년은 제4인뱅 출범을 앞둔 시기다. 케이뱅크 IPO 일정과 제4인뱅 출범이 겹칠 경우 시장 경쟁 과열 우려 등이 흥행 여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최근 출범을 준비하는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중 하나인 KCD뱅크 컨소시엄에 참여를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경쟁관계가 될 두 인터넷은행 지분을 우리은행이 보유하는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성장 단계를 지난 케이뱅크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단계적 엑시트(EXIT)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통상 시중은행의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는 투자 목적 외에도 은행업 노하우 전수 등이 주요 이유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이미 흑자 전환과 함께 여수신 자산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앞으로 출범할 인뱅은 시중은행의 참여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다만 우리금융이 단기간내 케이뱅크 지분매각 등을 단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법상 타 회사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없는 우리은행은 전략적 협업을 내세워 당국으로부터 예외 사례로 인정받아, 차익 시현을 이유로 쉽게 지분매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IPO 진행과정에서도 구주매출에 참여하지 않은 걸 보면 당장의 차익 시현이 급해보이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최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BIS 보통주 자본비율 하락폭은 미미해 케이뱅크의 지분을 팔아 자금확보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도 “내년초 있을 케이뱅크 IPO 성과와 우리금융 비은행 자회사들의 시장 정착 및 안정화 여부 등에 따라 지분처분을 고려하는 등 전략이 급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