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용 시, ‘반이재명’ 여론 완화 위해 이 대표 개헌 카드 꺼낼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내일(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리면 4개월여 동안 이어지던 ‘탄핵 정국’이 마무리 될 텐데요.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그 다음’을 향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선고 결과에 따라 소요(騷擾) 사태나 전 국민적 불복(不服) 운동이 일어날 거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헌재 결정에 반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정치권이 ‘헌정질서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건 말 그대로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이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면 지지자들도 더 이상 거리로 나올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탄핵 선고 이후 정치권을 뒤흔들 키워드는 ‘개헌’이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우선 윤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당연히 개헌이 제1과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윤 대통령 스스로가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 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약속했던 까닭입니다.
비상계엄 선포로 리더십에 흠집이 나면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워진 윤 대통령으로서는 개헌과 자신의 퇴임을 연계시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려 할 테고, 이 경우 개헌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 왔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입장을 바꿀 공산이 커집니다.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개헌이라는 화두가 정치권을 달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개헌의 불씨는 여전히 남습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질주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재명 대표에게는 불안요소가 존재합니다.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반(反) 이재명 여론이 높다는 점입니다. 장기화되는 탄핵 국면 속에서도 이 대표의 지지도는 박스권에 머물러 있고, ‘정권 교체’ 여론을 오롯이 흡수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2일 치러진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게 패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습니다. 이 대표가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설 만큼 전폭적인 지원사격이 이뤄졌음에도 ‘텃밭’을 내준 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상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이재명 세력이 보수 중심의 ‘빅텐트’ 밑으로 모여든다면 이 대표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때문에 이 대표로서는 정권 교체 여론을 모두 흡수함과 동시에 반이재명 여론을 약화시킬 카드가 필요하고, 현 시점에서 ‘개헌’만큼 효과가 좋은 카드는 없다는 분석입니다.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악마화’해야 이득을 볼 수 있는 우리 정치 문화의 기저에는 40년 묵은 ‘87년 체제’가 있다는 분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개헌 논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미 민주당 비이재명계 대권주자들은 일찌감치 개헌을 요구하고 나섰고,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역시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도 2일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정무적으로 보면 윤 대통령은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 대표는 조기 대선에서 확고한 우위를 잡아나가기 위해 개헌론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며 “헌재 선고가 이뤄지고 나면 정치권은 개헌론으로 점철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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