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갑의 횡포´, 위장 도급·경영 컨설팅으로 협력업체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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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갑의 횡포´, 위장 도급·경영 컨설팅으로 협력업체 관리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3.06.25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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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들 힘 모아 공동대응 할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는 삼성전자 소속일까?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삼성전자 서비스는 삼성전자가 99.4%의 지분을 가진 계열사다. 하지만 전국 124개의 서비스 센터 중 당 7개만 직영점이고 나머지는 모두 GPA(Great Partnership Agency)라는 명칭의 협력업체다.

그럼 서비스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디 소속일까? 계열사라는 점을 보면 삼성전자의 직원이라 생각할 수 있고, 대부분이 협력업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협력업체 직원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17일 민주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이상할 정도로 협력업체의 많은 부분을 삼성전자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위장 도급의혹

▲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협력업체 직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열린 피해자 기자간담회에서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뉴시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서비스는 가전제품의 점검·수리를 담당하는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기사들은 삼성직원이 아니다"라며 "삼성 임직원들이 사장을 번갈아가며 맡아 위장도급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협력업체는 본사로부터 분리돼 직원들의 처우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한과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서비스가 헙력업체를 직접 관리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소속만 협력업체로 신입사원 교육과 업무지시, 평가를 모두 본사로부터 전달받고 있었다. 심지어 업무에 사용되는 PDA의 위치정보 이용 동의서까지 삼성전자서비스 명의의 서류에 서명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처우는 협력업체 직원을 벗어나지 못한다. 직원의 고용과 해고에도 삼성전자서비스가 관여하고 있지만 막상 계약은 협력업체와 맺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름을 달고 열심히 일한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불법파견 근로자가 됐다.

현행 노동법은 '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에서 업체와 2년 이상 계약을 유지했다면 본사와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계약을 해야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에 직원의 고용을 떠넘기고 근로계약이 2년에 가까워오는 직원들에게 계약 연장을 해 주지 않는 식으로 운영해 비정규직 문제로부터 한발 옆으로 비껴갔다.

또 협력업체 직원들의 잦은 야근과 휴일근무, 수수료 미지급, 최저임금 불이행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파견근로의 문제점을 집대성해 보여주고 있지만 본사는 법적으로 자유롭다.

민주당과 민변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면서 '바지사장'을 두는 것만으로 '근로자의 처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협력업체를 방패막이로 쓴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원청이 협력업체의 계약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지시·감독을 하거나 하청업체의 경영권 실체가 없으면 불법 파견(위장도급)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판례를 이용해 협력업체 사장을 내세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주장할 근거를 마련했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 노동위원장은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경영상 독립성이 거의 없어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더 가깝다"며 "만약 협력업체 실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경영 컨설팅? 실상은 계약을 볼모로 한 경영 간섭

삼성전자서비스의 관리는 협력업체에도 이어졌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본사가 원할 때 협력업체는 경영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 이는 본사와 협력업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계약 연장을 볼모로 협력업체의 사장을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협력업체를 운영했던 신현오 씨는 2011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가 경영컨설팅을 제안하며 1년 6개월치의 손익계산서를 요구했지만 경영간섭이라 여겨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이후 삼성전자서비스는 '신입양성인력 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를 통보해 왔고 직원들은 삼성전자서비스의 간부가 만든 협력업체로 집단 이직했다.

신 씨는 불공정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공정위가 회사와 업체 간의 계약 분쟁으로 판단하며 분쟁조정위원회로 넘기면서 사건은 유야무야 마무리됐다.

신 씨는 전형적인 '갑의 횡포' 임에도 상대가 삼성이라는 이유로 공정위가 눈치를 본다며 분개했다.

신 씨는 자신과 비슷한 부당함을 겪은 타 지역 업체 사장들과 함께 공동대응을 하기 위해 '삼성을 반대하는 모임(삼반모)'을 만들어 사회적 여론을 조성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삼반모는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차후 더 많은 협력업체들이 모일것으로 예상했다.

박호성 삼반모 회장(의정부서비스점)은 "남양유업이나 국순당은 그래도 언론이나 관련 당국에서 대응을 해 줬지만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다들 눈치만 보고있다"며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생적을 삼반모를 만들어 싸우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고용부, 삼성전자서비스에 한 달간 수시 근로감독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늘주터 한달간 삼성전자 서비스에 대해 수시근로 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날부터 40여 명의 감독관을 투입해 수원 본사와 부산, 인천, 수원의 A/S센터, 이들을 관리하는 지점 등 10여개 소를 수시감독 하게 된다.

권영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특별감독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법 위반 사항 등의 요건이 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국회와 민변이 제기한 사항을 다 들여다볼 것" 이라고 말했다.

박천호 삼성전자 홍보팀 부장은 "24일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만큼 성실히 임할 것이며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결과로 답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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