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서지연 기자)
은행권, 단기적 실적 악화 우려…“외화 유동성은 풍부”
은행권은 무엇보다 외화 유동성 점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브렉시트로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 영국과 유럽계 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빌려준 자금회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은행들의 실적 악화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산업별 진단’ 보고서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저금리가 심화돼 금융부문으로 큰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며 “일부 은행은 급등한 달러가치로 평가손이 발생해 당장 2분기 실적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은행권은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6월 27일 국내 시중 은행들은 부행장들 주재로 회의를 열고 외화 유동성을 비롯해 여신, 자금조달, 현지 지점 및 법인 상황에 대해 긴급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용병 신한은행장,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박인규 대구은행장 등 은행 8곳의 행장이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은행장들은 외화유동성 점검, 건전성 관리, 실물부문 지원 강화 및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재점검 등의 조치를 통해 대외 충격에 대한 완충 여력을 유지키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철저한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응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긴급회의를 열어 여신, 자금조달, 파생상품 분야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KB국민은행도 브렉시트 대비 모니터링 회의를 미리 열고 브렉시트가 현실화했을 때의 대응책을 분야별로 논의했다.
우리은행은 브렉시트 충격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직원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사주가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우리은행 사주조합은 지난 5~7일까지 직원들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 신청을 받았다. 우리사주는 최소 100만원, 최대 본인 연봉의 2배까지 자사주 매입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시중 은행들은 대체로 단기간은 외화차입이 없더라도 버틸 수 있는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상황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내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기준 외화 유동성 비율(유동화 가중치 적용)은 △신한은행 (127.05%) △우리은행(124.99%) △국민은행(115.73%) △NH농협은행(105.92%) △KEB하나은행(105.15%) 순으로 대부분 100%를 상회하며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 85%를 넘는 수치다.
보험권, 생보사 타격…“해외자산 운용전략 재검토 필요”
브렉시트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업종은 보험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기금리 추가 하락으로 인해 하반기 중 국고 10년물 금리가 1.3%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확정형 상품을 다수 보유한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에 비해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보험사들이 해외자산 운용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보험연구원이 6월 발표한 ‘브렉시트 현실화가 보험회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 여파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도 즉각 반영돼 원화가치 하락 및 주가 폭락과 더불어 금리가 하락 중이다.
임준환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보험사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보험상품 포트폴리오, 해외자산 운용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브렉시트 여파 때문에 다른 회원국의 EU 탈퇴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상당 기간 금융시장의 공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내 보험사의 이차역마진 부담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도 내세웠다.
임준환 연구원은 “보험업은 저금리 상황에서 일부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겠으나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의 부담은 규제 강화와는 상관없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져 주로 채권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투자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모든 보험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기업 금융, 소매 금융 등 신규 수익원 발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영국의 탈퇴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 섣불리 움직이기엔 조심스럽다"며 "장기적으로 두고 보며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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