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선거제도 개편, 중선거구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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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선거제도 개편, 중선거구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9.16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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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이 수용하기 어려워…절충점이 중선거구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선거제도 개편이 정치권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인간은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는 그렇다. 때문에 어떤 일이 성사되려면, 그와 연관된 사람들의 필요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적기(適期)’란, 바로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합치하는 시점을 일컫는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올해가 선거제도 개편의 적기라는 말이 나온다. 여야 5당 모두 변화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 자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더욱이 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든 만큼, ‘안전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6·13 지방선거에서 충격적인 대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은 ‘반전의 계기’가 절실하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례성 확대’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해왔다. ‘비례성 강화’라는 명분 아래 5당이 손익계산을 끝낸 현 시점을 선거제도 개편의 ‘골든타임(Golden Time)’으로 꼽히는 이유다.

언제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 문제는 각론(各論)이다. 큰 흐름에는 하나 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나, 어떤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작지 않다. 우선 민주당은 ‘관망(觀望) 모드’다. 당론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지만, 지방선거 대승 이후에는 일단 지켜보자는 쪽으로 선회한 분위기다.

한국당은 중·대선거구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의석수를 줄이고 군소정당의 입지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큰 까닭에,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선에서 개편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

이와 달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이 곧바로 의석수로 연결되는 제도이므로, 군소정당들의 몸집을 불리는 데 최적의 선거제도로 꼽힌다.

이처럼 각자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 보니, ‘절충점’을 모색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선거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도달했다면, 5당 모두를 ‘완벽히 만족시키지는 못하지만 수용할 수는 있는’ 수준에서 타협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대안이 중선거구제다.

이론적으로 중선거구제는 그리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비례성 강화라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데다, 거대 양당 중심의 독과점 구조도 깨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비대한 선거구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선진국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러다 보니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는 ‘중·대선거구제는 정치 개혁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중·대선거구제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선택지 중 하나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2~5명의 당선자를 뽑는 중선거구제는 사표(死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2위 후보가 당선될 수 있어, 지금처럼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의석을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소선거구제보다는 비례성도 높으며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 가능성도 커진다.

무엇보다 정략(政略)적 이해(利害)가 일치한다. 민주당은 선거구제 개편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거대 양당으로서의 기득권은 유지할 수 있다. 한국당도 반등 계기 마련과 거대 양당 체제 지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선거제도 개편이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역시 ‘허들’을 낮추면서도 거대 양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타협을 볼 확률이 낮지 않다.

실제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만 고집하지 않고 중·대선거구제 등도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일단 소선거구제를 벗어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국적으로는 중·대선거구제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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