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위기감 원내대표 선거에도 이변 영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주요 변수는 남북 관계와 경제 문제다. 또 이는 일 년 남짓 남은 총선 결과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두 사안 모두 맥을 못 추는 탓에 출범 1년차 80%를 넘어섰던 때와 달리 취임 2년차 지지율은 반 토막 가까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 같은 지지율의 변화는 총선을 앞두고 원내대표 선거의 이변 등 정부여당 내 역학구도까지 변화를 몰고 오는 분위기여서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을 게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년차를 맞고 있었다. 힘이 좋을 때였다.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정점을 달리고 있었다. 지난해 5월 첫째 주 2~3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취임 1년이 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83%나 됐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10%에 불과했다. 이 시기는 4·27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때였다.
북한이 핵 실험장 공개 폐쇄를 추진했고, 남북 확성기 동시 철거,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출범 등도 원활히 추진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 협의도 진척을 이루던 중이었다. 아울러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대한 긍정 여론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이 쇼라고 강경 발언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여당(더불어민주당)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보내주는 분위기는 6·13 지방선거 결과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하루 전날 역대 처음으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를 위한 공동합의문 발표 등 진척을 보이자,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긍정평가가 높아지며, 여당이 선거에서 압승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선거 결과에 희비는 엇갈렸고, 참패한 야당에서는“우리가 평화 공세에 졌다”는 탄식도 쏟아졌다.
선거 다음날(6월 14일)의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선거 승리의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정점의 입지를 고수했다. 긍정 평가 79%로 취임 1년 평가 때의 지지율을 근사치로 유지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4·3 재보선을 한 주 앞두고 지난해 3월 26~28일 자체 조사한 한국갤럽 발표 결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3% 수준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또 부정 평가는 46%로 긍정평가보다 높은 데드크로스를 이뤘다. 이때는 남북 관계의 균열이 생길 때였다. 비핵화 및 교류의 진전은 보이지 않고, 북한 개성 연락사무소 인력은 철수와 복귀를 번갈아가며 대북 문제에 대한 국민 피로감을 높였다. 또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 7인의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 세트가 터져 나온 시기이기도 하다. 2기 개각의 책임이 있는 청와대는 인사 참사라는 비난에 직면하며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4·3 재보선 이후는 어땠을까. 당일(3일)이 포함된 지난 4월 2일부터 4일까지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1%로 긍정평가 수치가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정 수치는 49%로 긍정률보다 9%포인트 높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재보선을 통해 국회의원 및 기초의원 포함해 5석 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선거 패배와 인사 문제 등의 악영향으로 지지율은 전 조사 대비 2%포인트 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은 관련해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직무 긍·부정률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로 감소한 것은 작년 9월 초다. 당시는 최저임금·일자리·소득주도성장 논란 외 부동산 시장도 매우 불안정한 시기였다. 9월 중순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직무 긍정률 60% 선을 회복했으나, 이후 다시 점진적으로 하락해 12월 초부터 (지금까지) 긍·부정률 모두 40%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취임 1년과 6·13 지방선거 이후, 그리고 4·3지방선거 이후 만회하지 못하고 지속적 하락세를 보여 온 문 대통령의 지지율. 같은 시기 역대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내림세 보합, 정체기 경향은 취임 2년차가 되는 9일 기준 현재까지도 4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갤럽의 5월 첫째 주(4월 30일, 5월 2일) 조사에서도 45%가 긍정 평가했고, 46%가 부정평가 한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특히 일련의 지지율을 좌지우지한 주요 긍부정평가 원인은 경제 문제와 대북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판문점 선언 이후 지지율이 최고로 높던 작년 5월 첫째 주 조사에서 긍정 평가 이유 중 1위는 남북정상회담으로 35%를 차지했다. 뒤이어 북한과의 관계 개선(14%), 대북정책 안보 9%, 외교 잘함 5%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에서도 대북 문제는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우선 남북 관계 개선이 무르익음에도 이를 부정 요소로 보는 반대급부의 목소리도 높았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 중 대북 관계 친북 성향 23%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 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22%로 2위, 독단적 일방적 편파적(9%), 남북정상회담(7%) 등의 순으로 부정 평가 순위가 이어졌다.
6·12 북미 정상회담과 6·13지방선거 사후 조사에서는 대북정책 안보가 급상승(28%)으로 1위, 북한과의 대화 재개(23%) 2위 등이 긍정 지지율의 동력을 이끌었다. 반면 경제민생 해결 부족은 39%로 뛰어오르며 전체 부정 평가의 1위라는 경고등을 키운 바 있다.
올해로 넘어와서도 대북 정책 및 경제 문제가 지지율 긍부정을 이끈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해 대북관계가 좋아진 것이 지지율 상승 요인이 됐다면 올해는 관련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매겨지면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 단적으로 4·3 재보선 기간 조사에서 보면 지지율의 긍정 평가 이유 관련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16%로 1위이긴 했지만, 앞선 조사 때와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반해 부정 평가 중 1위인 경제민생해결 부분은 38%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취임 2년차를 평가하는 5월 첫째 주 갤럽 조사에서 보면 경제민생 해결 부족 문제는 더 뚜렷한 부정 평가 수치를 남겼다. 재보선 때 관련 부정 평가가 38%였다면 이번엔 44%로까지 오른 것이다.
따라서 대북 문제의 획기적 돌파구 마련이 적거나 경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출범 2년차를 넘어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더욱 탄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북한의 발사체 논란부터 두 번의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것 등은 앞으로의 대통령 지지율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할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때문에 지난 지선, 재보선을 거쳐 내년 총선에서는 집권 3년차에 대한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가늠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 8일 실시된 여당 원내대표 선거 또한 무난한 주류의 승리 대신 비주류에서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주류인 친문 쪽으로의 쏠림 대신 비문 이인영 의원으로 표가 몰린 것이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친문인 주류가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작용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후보 쪽으로 당내 표심이 이동한 것으로 보여 진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관계나 경제가 국민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하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게다가 재보선 이후 지지율 하강 기조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친문으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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