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대중 정치인 한동훈’의 길 [박동규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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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대중 정치인 한동훈’의 길 [박동규의 세상만사]
  • 박동규 정치평론가
  • 승인 2024.07.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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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불가근불가원’ 관계 설정 구체화 중요
긴 호흡으로 진정성, ‘진보하는 새로운 보수’ 구축이 정치생명의 핵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동규 정치평론가]

윤석열 대통령의 ‘황태자’로 불리며 현 정권의 법무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검사 출신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결국 전당대회를 통해 ‘대중 정치인 한동훈의 시대’를 만들었다. 총선 실패 이후에도 보수 지지층과 당심까지 강한 뒷배경을 딛고 62.84%의 압도적 당선으로 집권당은 ‘한동훈 대표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비로소’ 대중 정치인 한동훈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당내 기라성 같은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등 당에 뿌리가 깊고 정치 경험도 풍부한 3명이 얻은 득표율 합산을 훨씬 뛰어넘었다. 한 대표는 3명의 당 대표 후보들로부터 ‘反 윤의 상징’, ‘당 분열의 원흉’으로 공격받았다. 그러나 당심도 민심도 새로운 보수 인물, 미래권력의 기대주로 한동훈 대표를 아주 세게 밀어준 것이다.

국민의힘 스스로가 전당대회가 아닌 ‘분당대회’라 비판할 정도로 거센 정쟁의 전대였지만, 한 대표 당선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보수는 ‘새로운 인물을 통한 새로운 변화’를 택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될 것 같다.

한 대표의 ‘심벌 메시지’는 ‘민심에 반응하는 것’, ‘국민 눈높이 정치를 하는 것’으로 대별된다. 당 대표로 화려한 컴백을 했지만 한 대표는 ‘反 윤’과 ‘反 용산의 중심 축’으로 사실 국민의힘 주류 세력들에겐 정치적 제거 대상이었을 것이다. 한 대표의 컴백은 민심에 호응하지 않는 불통과 공정, 상식을 집권 정신으로 삼아온 윤석열 대통령의 거꾸로 가는 국정운영과 아집 스타일에 지친 보수 지지층의 반란인 셈이다.

총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변함없이 앵무새처럼 ‘당대(당과 대통령실)일체론’ 만 노래 부르며 협치 살리기엔 무심한 여당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셈이기도 하다.

‘비로소’ 대중 정치인이 된 한동훈의 길은 사실 꽃길보다 험난한 길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물론 지난 총선까진 ‘윤심’을 등에 입은 꽃길이었다면 이번 전대는 대중적 정치인으로서 자생적 정치력을 처음 인정받은 데 대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반전의 기미도 없는 마당에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거대 야당까지 기어이 ‘탄핵의 길’을 가려는 듯한 결사항전의 정국 상황은 한 대표에게 가장 힘든 정치 환경일 수밖에 없다. 

당내 세력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지지기반 역시 취약하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이다. 당내 통합 리더십과 윤 대통령과의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절묘한 긴장과 협력의 관계를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 해낼지도 관건이다.

험난한 길이 한 대표에겐 ‘보수의 아이콘’을 넘어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자리매김을 확고히 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민심 반응’도 느리고 국민 눈높이에 잘 맞추지도 못하는 현 정권 및 주류 세력과 달리 한 대표가 발 빠른 민심 대응에 나서면 아마도 ‘친윤 세력’과 경쟁자들은 ‘야당 흉내 내기’나 ’대권주자 연습’하냐고 질타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자신의 말처럼 ‘변화에 호응하는 것이 주어진 시대적 책무’임은 전당대회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의 설익은 의도적 차별화 방식으로 이어진다면 당내 반발로 이어져 ‘변화’보다는 ‘분열과 혼란’ 자초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거대 야당의 불합리하고 막무가내식 입법 독주는 차단하되 적극적 협치를 통한 생산성 있는 국회 모습과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 결과물들을 창출해 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인 ‘한동훈식 리더쉽’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협치를 외쳤던 거대 야당과 이재명 대표가 강력한 잠재적 대선 경쟁자로 부상한 한 대표에게 협치의 성과물을 순순히 내놓치는 안겠지만...

이제 50대 초반 젊은 나이의 한 대표,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의 성과보다 충성도 높은 견고한 지지층과 긴 호흡을 가지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진정성’과 ‘진보하는 보수의 모습’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긴 세월 동안 보수의 희망이라는 탄탄한 울타리를 쳐오면서 거듭된 ‘위기와 변화’ 속에서 강한 정치생명력을 유지했던,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검사 윤석열과 한동훈의 칼날’에 무너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박동규 정치평론가는…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하고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국회 정책연구위원, 독립기념관 사무처장을 비롯해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정치평론가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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