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그룹사장 르네 코네베아그)가 지난해 하반기 신차 투입을 기점으로 완연한 판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브랜드 이미지는 뒷걸음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Q7을 둘러싼 사기판매 논란으로 눈총을 샀음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연말 아테온의 파격 할인을 내세워 장사에만 급급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해 상반기 배출가스 인증 지연 문제로 판매량이 급감했다가 신차 투입이 이뤄진 하반기부터 유의미한 실적 반등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아우디는 2560대, 폭스바겐은 177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으나, 하반기에만 각각 9370대, 6735대를 추가하며 상반기 대비 4배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이에 힘입어 아우디는 연간 1만1930대의 판매량을 기록, 상반기 부진에도 실적 낙폭을 전년 대비 4.2%로 줄였다. 상반기까지의 판매 감소율이 48.9%에 달했음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로 해석된다. 폭스바겐도 하반기 뒷심을 발휘, 지난해 총 8510대를 판매하며 상반기 66.3%에 달했던 낙폭을 44.7%로 줄였다. 연간 판매량은 2018년 대비 반토막났지만 상반기 부진을 만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실적 반등 배경에는 지난해 5월 연식변경 모델로 돌아온 폭스바겐 아테온과 7월 출시(사전예약 기간 포함)된 아우디 Q7의 활약이 자리잡고 있다. 아테온은 출시 8개월만에 5546대(연간 5595대)가 팔리며 브랜드 내 65.7%에 이르는 판매 비중을 차지했다. Q7 역시 6개월 만에 4155대가 팔리며 34.8%의 비중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출시와 동시에 효자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모델 모두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에 따른 반짝 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판매량 증가 측면에서는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차량 본연의 상품 경쟁력보다는 할인이 브랜드 실적을 이끌었다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실제로 Q7은 지난해 7월 사전계약이 이뤄졌을 당시 700만원에 달하는 최대 할인을 내건 데 이어 9월 출시 후에도 바우처 포함 600만 원 가량을 추가 할인하는 등 신차로서는 이례적인 프로모션 정책을 펼쳐왔다. 이에 확보물량은 출고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확인된다.
아테온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최대 14%에 달했던 할인율을 지난해 연말인 12월 22%까지 대폭 늘렸고, 그 결과 해당 월에만 아테온 연간 판매량의 절반이 넘는 2098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냈다. 5월부터 11월까지의 월 평균 판매량이 500대 수준이었음을 상기하면 할인 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판매 급증이라는 분석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은 판매 확대를 위해 할인에만 몰두하다가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린 점도 열세로 지목된다. 당장의 판매량은 크게 늘어났지만, 오락가락식 고무줄 가격 정책을 펼친 탓에 일찍 구매한 소비자들만 이른바 호갱(호구+고객의 줄임말)으로 전락시켰다는 이유다.
이를 방증하듯 아우디폭스바겐은 Q7 사전 계약 고객들을 상대로 두번 다시 없을 최대 폭의 할인임을 강조했다가 출시 이후 돌연 2배에 달하는 할인을 추가 진행해 사기판매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피해 고객들은 지난해 말 아우디폭스바겐 불매운동 및 성토 기자회견을 열며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는 등 집단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아우디폭스바겐 측은 "딜러사의 판매정책에 관여할 수 없다, 고객들에 대한 보상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아테온의 연말 프로모션까지 대대적으로 진행하며 해당 문제에 대해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업계는 아우디폭스바겐이 당장의 판매 확대에만 매몰된 근시안적 판단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라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Q7 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주관한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Q7 사기 판매 논란은 사전계약 시 최대할인 폭임을 강조해 고객들을 현혹시켜 놓고서는 추가 할인으로 사전구매 고객들에게 피해를 준 게 문제가 된 사안"이라며 "아테온의 경우에는 연말 파격 할인을 통해 구매 장벽을 낮춰 판매량을 끌어올렸기에 문제삼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점은 아우디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가 '무조건 할인받아 사야 하는 차'의 이미지를 제 스스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도 "나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견고한 이미지를 구축해 왔지만, 디젤게이트 이후 또 다시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로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볼보의 사례처럼 처음 차량을 들여올 때부터 한국 시장을 위한 공격적인 판매 가격을 설정하고 꾸준한 프로모션을 펼친다면 충성 고객이 크게 늘어날 수 있겠지만, 아우디폭스바겐처럼 판매에 나선다면 고객 이탈뿐 아니라 수입차 시장 경쟁에서도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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