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 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 12조↑
인플레이션 가능성↑…금리 인상 압박 가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가계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대출이 지난달 말 10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1%만 올라도 전체 가계가 내야할 이자가 12조원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주요 시중은행 금리 줄줄이 인상…7개월만에 신용대출 금리 0.62%포인트↑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1일 현재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61∼3.68%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말 1.99∼3.51%와 비교해 하단이 0.62%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또한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코픽스 연동)는 연 2.52∼4.04%다. 지난달 25일 주담대 금리는 2.34∼3.95%였다. 불과 2주 만에 최저 금리가 0.18%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연중 저점이던 작년 7월말(2.25∼3.95%)과 비교하면 최저 금리가 0.27%포인트 올랐다.
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속속 인상되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이 지난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모두 0.2%포인트씩 인상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8일부터 우대금리 혜택을 줄여 실질적인 대출금리를 올렸다. 우선 가계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연 0.3%포인트 인하했다. 신규 대출자에게 제공하던 연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아예 없애고, 단기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할 때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0.1%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오른 배경은 은행채 금리 상승 등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채 6개월, 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데,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가 작년 7월 말 0.761%에서 지난 11일 기준 0.885%로 6개월여 만에 0.124%포인트 높아졌다.
또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규제로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깎으면서,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에 맞춰 작년 말 은행들이 앞다퉈 우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줄였다.
대출금리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대출 이자 12조원 불어
대출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자부담도 커진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현재 대출을 보유한 전체 가계가 내야 할 이자가 12조원이나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욱이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모두 가진 자영업자의 경우, 이자 부담이 5조원이상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 8000억원 증가한다. 특히, 고소득층을 제외한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이자부담이 6조 6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 총 잔액은 1630조 2000억원이다. 한은은 작년 3분기말 기준으로 전체 가계 대충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72.2% 정도로 추정했다. 이 변동금리 가계대출 잔액에 금리 인상 폭 1%포인트(0.01)를 곱해서 총 이자 증가분(11조8천억원)이 산출됐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할 때,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5조 9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가정하면 전체 가계의 이자 증가액은 2조 9000억원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경제적 상황이 악화된 자영업자의 이자부담도 커진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들의 이자가 5조 2000억원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자는 사업자 대출 뿐 아니라 운영자금과 생활고 등 문제에 개인 명의로 가계대출도 받았다. 또 일반 가계대출 보다 이자가 비싼 비은행권 대출 비중도 높기에 이자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출금리 인상 압박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은행채 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압박 외에도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주된 요인이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 물가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낮추도록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최근 한은, 통계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올 1월 한국의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6.5%였다. 이는 OECD 전체 평균 3.1% 보다 두 배나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낸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백신 접종 등에 따른 빠른 경기 회복과 경제활동 정상화로 억눌렸던 수요가 분출하고 국제 원자재값이 오르면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한국과 주요국의) 급격한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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