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규제 완화에 수제맥주 OEM 적극 나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소주와 맥주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면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일본 불매운동 불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전했지만, 최근 소주 리뉴얼과 수제맥주 사업으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분기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388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3억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416.2%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63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 개선에는 그동안 부진했던 주류부문 성장세가 한몫을 했다. 롯데칠성음료 경영실적 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류사업은 지난해 1분기(1384억 원)보다 15.8% 성장한 16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176억 원의 적자에서 93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소주는 556억 원으로 0.7% 감소했으나 맥주 매출은 206억 원으로 67.1% 증가했다.
롯데칠성은 여세를 몰아 올해 제품 리뉴얼과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 제품인 소주 ‘처음처럼’은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했다. 저도화 음용 트렌드에 따라 알코올 도수도 기존 16.9도에서 16.5도로 낮췄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를 리뉴얼한 처음처럼의 신규모델로 발탁하고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패키지도 새단장했다. 특히 리뉴얼한 처음처럼 페트 제품은 투명한 패키지, 하얀 톤의 제품 라벨에 이어 병뚜껑 역시 기존 소주류 제품과 달리 은회색으로 바꿔 색감의 연속성을 더하며 부드러운 제품 이미지를 강조했다. 홈술, 혼술족을 겨냥한 250ml, 500ml 제품도 새롭게 선보이면서 용량 선택의 폭도 넓혔다.
맥주 부문은 주력 제품 ‘클라우드’와 수제 맥주 협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클라우드는 올해 출시 7주년을 맞아 패키지를 리뉴얼하고 여름 성수기 시장을 정조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광고모델로 방탄소년단을 선정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출시된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는 생맥주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신선한 맛과 톡 쏘는 청량감을 강조한 제품으로, 맥주 부문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제 맥주 시장 확장도 노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홈술 문화가 확산된 데다 편의점도 함께 성장하며 수제 맥주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제 맥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출발은 CU에서 판매된 ‘곰표 맥주’였다. 수제 맥주 전문회사인 세븐브로이가 생산하고 편의점 CU가 유통을 담당한 곰표 맥주는 품귀 현상을 빚으며, 편의점 역사상 처음으로 국산·수입 맥주를 통틀어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수제 맥주가 됐다.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세븐브로이는 롯데칠성음료에 위탁생산을 맡겼다. 주류 제조업체가 다른 제조업체 시설을 이용해 OEM을 할 수 있도록 주류 규제가 완화되면서 이 같은 협업이 가능해졌다.
클라우드와 피츠 등이 오비맥주 카스와 하이트진로 테라 등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했던 만큼 수제맥주 사업은 롯데칠성음료에 새로운 활로가 될 전망이다. 현재 롯데칠성음료는 곰표 밀맥주와 제주맥주의 제주위트에일을 자사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최근에는 ‘유동골뱅이맥주’, ‘쥬시후레쉬맥주’ 등을 선보인 더쎄를라잇브루잉과 3년간 주류 OEM 생산 계약을 맺었다.
롯데칠성 맥주공장의 가동률도 덩달아 상승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롯데칠성음료 맥주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20% 대비 2배 증가한 4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 수제맥주 OEM 사업이 본격화되면 추가 수주 가능성도 있다.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맥주 가동률 상승, 비용 절감, 음료 부문의 성장 동력 장착으로 올해는 주류 부문 턴어라운드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롯데칠성은 가장 적극적으로 수제 맥주 OEM 사업에 진출했기에 대기업 주류 제조업자 중 유일하게 수제 맥주 시장 성장 수혜를 누릴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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