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노동 정책은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높이고, 제도권 밖 사람들을 더 많이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이에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440원 인상된 9160원으로 13일 결정됐다. 또한 7월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며, 12개 직종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분명 제도는 과거에 비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상향에 더불어 높아진 인건비에 부담감이 높아졌다. 반면 청년들과 저임금 근로자의 삶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왜 우리의 삶은 정책 변화에도 나아지지 않을까.
노동 개혁이 뒷받침 되지 않은 정책이었다는 분석이다. 윤희숙-안철수-조정훈 세 사람은 노동계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노동 시장이 붕괴됐으며, 이들은 노동유연성을 이끌어낼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공공부문 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저서 <정책의 배신>에서,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비정규직 제로화 등을 그 예로 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 의원은 이를 강성 노조와 86세대 좌파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1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정부 체질을 빠르게 망가뜨린 두 가지는 최저임금의 대폭 상승과 주 52시간의 경직적 시행”이라며 “두 가지 모두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민노총이 돌격대 역할을 했고 그 청구서를 수리해주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는 ‘고용 경직성’을 지적했다. 강경 대기업 노조, 민노총 등 노동계가 지키려는 기득권을 문제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안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과도한 보호와 높은 임금을 밀어붙인다면, 조만간에 안정된 노동 시장이라는 둑은 터질 수밖에 없다”며 “수문을 열어 일부 과도한 보호 수준은 동결하고, 청년 근로자라는 새로운 물이 흘러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역시 ‘노동 유연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세계은행 출신인 조 의원은 지난 3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노동의 유연성, 즉 노동의 불안정성은 앞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하다 은퇴하는 것은 더 이상 기업도 개인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사회 구조의 변화에 국가는 ‘기본소득’이라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에 아직 정책이 미흡하다는 분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최저임금이 가진 본래 의미에 주목하며,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고 코로나에 따른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민주당 노동 부문 비례대표인 이수진 원내부대표는 “그동안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2년 연속 최저임금은 지극히 낮은 인상률을 보여왔고,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 흐름에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4%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보호와 소득분배의 개선을 고려하면 인상률이 최소한 ‘경제성장률 + 물가상승률’ 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 보다 낮으면 실질임금이 감소하며, 여기에 경제성장률을 더하는 것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저임금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제를 통해 배분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 또한 최저임금을 ‘소득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봤다. 이 수석대변인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최저임금은 사회적 임금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이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들만의 임금 소득이 아닌, 각종 정책 예산의 포괄적 기준으로서 모든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사회적 임금”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코로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 확장 재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소득과 일자리 단절로 인한 불평등이 심화됐기 때문에 오히려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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