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1990년,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민주화 투사’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군부독재세력의 후예인 노태우·김종필과 손을 잡았다. ‘3당 합당’이었다. 사람들은 ‘대통령병’에 걸린 YS가 민주화세력을 배신했다고 손가락질했다.
2021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발탁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정계 입문을 선언했다. 이러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발탁 은혜’를 입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며 ‘배신자’ 딱지를 갖다 붙였다.
같은 해 7월,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송 대표는 “우리 국민들은 어떤 인간의 신의를 배신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국민 배신, 신의 배신, 원칙 배신이고 배신자는 실패한다”고 공격했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정치권에서 특정 정치인을 ‘배신자’로 규정하는 논리는 단순하다. ‘우리 편’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상대 편’으로 넘어갈 수 있냐는 거다. 오로지 결과만을 놓고, ‘청팀’이 ‘백팀’으로 옮겨가면 ‘배신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식이다. 과연 이런 극단적이고 단순한 도식화는 정당할까.
시계를 돌려 보자.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지구당 배분 문제로 DJ와 갈등을 겪었던 YS는, 결국 후보 단일화를 위해 DJ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4자 필승론’에 심취했던 DJ는 YS와의 단일화를 거부했고, 단독 출마를 결행하며 노태우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겼다.
제13대 총선을 앞두고도 YS는 DJ가 주장한 야권 통합 조건인 소선거구제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합당 서명날인을 위한 곳에 DJ 측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1989년, DJ가 노태우와의 밀실협상으로 ‘중간평가 유보’에 합의하는 일이 벌어지자 DJ에 대한 YS의 신뢰는 완전히 끊어진다. YS가 DJ와의 야권 통합 대신, 3당 합당으로 나아갔던 건 이런 배경이었다. 요컨대 YS가 3당 합당을 결심한 기저에는 DJ와의 야권 통합을 통한 군정종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문 대통령이 윤 전 총장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건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살아있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던 그의 ‘강단’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윤 전 총장이 ‘현재 권력’인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대자, 여권은 윤 전 총장을 핍박하기 시작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려 했고, 검찰총장을 ‘패싱’한 검찰 인사로 수족을 잘라내며 윤 전 총장을 조직에서 고립시켰다. 정부·여당이 힘을 합쳐서 윤 전 총장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모양새였다. 윤 전 총장이 직을 던지고 대선 출마를 결심한 건 바로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선택이 아니었을까싶다. 결정은 윤 전 총장의 몫이었지만, 환경은 정부여당이 제공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던 회사원이 경쟁사로 이직한다고 해서 ‘배신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전체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정치권에서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떼어다 프레임화(化)하는 단장취의(斷章取義)적 각색이 성행한다. 우리가 ‘배신자’ 프레임에 걸린 정치인을 바라볼 때 조금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좌우명 : 인생 짧다.
Ys가 석두소리 들으면서도 87년도에 개대중 제안을 다받지요! 근데 개대중은 박차고 나가서 노태우를 도와줍니다! 돈 20억 플러스 알파! 88총선때 ys는 또 중선구제를 양보합니다. 본인에 욕심보다는 대의를 생각하는 양심때문에 결국 김대중이한테 뒤통수에 앞통수까지 맞는데. Ys는 대단하고 고맙고 미안한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