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승용은 지난해 첫 10만 대 선 붕괴…아반떼도 못 막은 작은차 시장 부진
비인기 모델 단종 늘고 전기차 개발도 SUV 차급에 집중…반등카드 없어 ‘암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 이하 승용자동차의 판매 부진이 심화되는 추세다. 고객 수요가 SUV와 중·대형 차급 중심으로 쏠리면서, 경형(경차)과 소형·준중형 승용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차 시장에 이어 소형·준중형 승용 시장마저 연간 판매량이 10만 대를 밑돌아 작은차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경차와 소형 승용차(협회 기준 준중형 포함) 판매량은 각각 12.7% 줄어든 8만4759대, 16.8% 감소한 9만8727대를 기록했다. 나란히 연간 10만 대 판매 벽을 넘지 못한 건 이례적으로, 작은차 시장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 가능한 대목이다.
이중 경차 시장은 2020년 판매량이 10만 대를 밑돈 데 이어, 지난해에는 9만 대마저 넘지 못하는 등 내리막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아 레이(3만5956대)가 26.0%에 달하는 판매 확대를 이루며 선전했음에도, 모닝(3만530대)과 쉐보레 스파크(1만7975대)의 실적 낙폭이 20~30%로 불어나 시장 회복이 요원해졌다는 평가다.
물론 지난해 경차 시장의 판매 위축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상 신형 경차 캐스퍼가 SUV로 분류된 영향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캐스퍼(1만806대)를 포함할 경우에도 경형 승용 시장 규모는 9만5565대로, 비록 낙폭은 전년 대비 1.6%까지 좁혀지나 여전히 10만 대 밑이다. 신차 투입에도 경차 시장이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더한다는 분석이다.
작은차 시장의 부진은 경차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소형·준중형 승용차급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2019년 12만6731대 규모였던 소형·준중형 승용차 시장은 이듬해인 2020년 11만8673대로 6.4% 감소하더니, 2021년에는 16.8% 줄어든 9만8727대에 그치면서 10만 대 판매선이 무너졌다. 외산으로 분류, 제외된 쉐보레 볼트EV의 판매량(1016대)을 포함해도 10만 대를 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소형·준중형 승용차 시장 내 최다 볼륨 모델인 현대차 아반떼가 주춤했던 탓이 컸다. 그간 신차 효과를 누려 온 아반떼지만, 지난해만큼은 반도체 수급난에 기인한 물량 적체에 시달리며 판매량이 19.0% 줄어든 7만1036대를 기록했다. 기아 K3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한 신차효과로 판매량(2만6405대)을 12.7% 늘렸으나 아반떼의 실적 낙폭을 받아내지 못했다. 이밖에 비인기 해치백 모델인 벨로스터, 르노 조에 등은 시장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에선 중형 이하 승용 시장의 부진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i30 △아이오닉 △SM3 등 비인기 모델의 계속된 단종과 고객 선택지 축소가 어려움을 가중시킨 데다, 최근 인기를 끄는 전동화 모델마저 배터리 탑재에 유리한 SUV 차량에 집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가격 저항이 줄어들고, 풀옵션과 프리미엄 모델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작은 차급의 승용 모델 경쟁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레이는 박스카 특유의 공간활용성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방향성을 제시한 덕분에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캐스퍼의 성공 사례도 경차 유일의 SUV라는 카드를 내세운 덕분이다. 작은차 시장이 살아남으려면 SUV 트렌드를 따르는 수 밖에 없다"며 "종국에는 기존 내연기관 해치백이나 세단 모델들도 전동화 전환을 거치며 SUV나 크로스오버 중심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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