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노리는 무선이어폰 시장 급성장…5년 만에 300배↑
무선충전기·C타입 이어폰 판매량 꿈틀…애플, 3000억 벌어
구멍 없애고 패키지에서 이어폰도 뺀다…애플, 8조 넘게 아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스마트폰에서 유선 이어폰 단자가 사라지고 있다. 애플을 필두로 삼성전자까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에서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확장 중인 무선 이어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과 더불어, 스마트폰 생산 단가를 낮추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부수적으로는 무선 충전기와 C타입 이어폰 판매량을 확대하기 위함으로도 분석된다.
삼성전자, 애플에 "끔찍하다" 하더니…중저가폰에서 이어폰 단자 제거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달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갤럭시A53 5G’와 ‘갤럭시A33 5G’는 지름 3.5㎜ 크기의 이어폰 단자(헤드폰 잭)가 없는 상태로 공개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0년 ‘갤럭시S20’부터 갤럭시S·갤럭시Z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리즈에서 3.5㎜ 단자를 제외했다. 그러나 보급형인 갤럭시A 시리즈에는 이어폰 단자를 제공해 왔다. 실제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표한 보급폰 갤럭시A72와 A52 시리즈엔 3.5㎜ 단자가 존재한 바 있다. 올해 출시 모델부터는 본격적으로 전(全)제품 라인업에서 이어폰 단자를 삭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어폰 단자를 가장 먼저 없앤 건 애플이다. 애플은 2016년 ‘아이폰7’ 시리즈부터 단자가 없는 제품을 출시해 왔다. 무(無)단자 제품 출시 초기 삼성전자는 애플의 이 같은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2018년 애플을 조롱하는 광고까지 유튜브에 게재하기도 했다. 해당 광고에는 유선 헤드셋을 착용한 고객이 어댑터를 통해서만 유선 이어폰을 쓸 수 있다는 아이폰을 보고 “끔찍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년 만에 태도를 바꿔 애플의 뒤를 따랐다. 업계에선 삼성의 급격한 태세 전환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한 복안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무선이어폰 절대강자 애플 '흔들'…삼성 '맹추격'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건 애플이 선도하고 있는 무선 이어폰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사실이다.
무선 이어폰 시장은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애플의 에어팟이 처음 출시된 지난 2016년 100만 대 규모에 그쳤던 판매량은 2021년 기준으로 3억 대까지 성장했다. 5년 만에 시장 규모가 300배 커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글로벌 무선 이어폰 판매량은 전년(약 2억3000만 대) 대비 24% 증가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늘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독보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는 애플이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샤오미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조금씩 치고 올라오며 애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애플 점유율은 25.6%로, 전년 대비 4.6%p 감소했다. 2019년 점유율(54%)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반면 3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점유율이 0.5%p 소폭 상승해 7.2%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버즈 프로'와 '갤럭시 버즈2'가 강세를 보이면서 연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무선 이어폰 시장이 확대될 경우 제조사 입장에서 무선 충전기와 C타입 이어폰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도 부수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은 이제부터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려면 USB-C 타입 유선 이어폰을 구매해야 한다. 또한 음악을 듣는 동안 폰을 충전할 수 없어, 무선 이어폰과 무선 충전기 중 하나를 구매해야 한다. 애플의 무선 충전기 '맥세이프'의 판매가는 5만5000원, 삼성 무선 충전기는 제품별로 3만 원대에서 9만 원대다.
시장분석업체 'CSS인사이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악세서리 판매로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2억2500만 파운드(한화 약 3633억 원)"라고 추정했다.
결국 ‘돈’인가…패키지서 충전기+이어폰 뺀 애플, 8조 넘게 아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은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유선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기본 패키지에서 제외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갤럭시S21' 패키지부터 충전기와 이어폰을 증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제품뿐 아니라 중저가폰 패키지에도 '미증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갤럭시A13' 패키지부터 어댑터와 이어폰을 별도로 판매하겠다고 공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패키지 생산 단가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성품을 줄여 비용을 아끼고, 포장 부피가 줄어들면서 운송 비용도 동시에 절감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애플의 경우 신형 아이폰 패키지로 약 50억 파운드(한화 8조690억 원)를 절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선 CSS인사이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한 대당 27파운드(한화 4만3500원)를 절약했으나 아이폰 제품 가격은 낮추지 않았다.
CSS인사이트 측은 "애플은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뺀 후 전 세계적으로 약 1억9000만 대의 기기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품 부피가 줄어 운송 비용 절감으로 얻는 추가 이익까지 합치면 애플이 얻은 수익 규모는 50억 파운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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