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메타버스·NFT 신기술 열전…카카오톡 먹통 논란
이통사, 5G 주파수와 e심 두고 설전…망사용료 쟁점화
OTT 역성장 극복할까?…삼성전자 GOS 논란 일파만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2022년 IT 업계는 다사다난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반도체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여 혹한기에 접어들었고,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은 국내 이동통신사를 제치고 소비자 만족도 1위에 오르며 통신시장 ‘생태교란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삼성전자의 GOS 논란과 SK C&C 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현상은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이 같은 난항 속에서도 IT 업계는 메타버스와 UAM 등 신사업에 도전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았다.
〈시사오늘〉은 올해 △통신 △반도체 △OTT △전자 등 IT 업계의 주요 트렌드와 사건·사고를 ’22 10대 뉴스‘를 통해 정리해봤다.
➀ 잔치는 끝났다…10년 만에 적자 보는 국내 반도체
바야흐로 ‘반도체 혹한’의 시대가 도래했다. 반도체 사업이 본래 일정 주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린 이번 불황기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줄줄이 수익성 낮은 제품의 생산량을 감축하고 투자 규모를 절반 넘게 줄이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삼성과 SK는 올해 2분기 각각 역대 최대 규모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서버·스마트폰·PC 등 IT 수요가 크게 감소하자 급격한 하락세가 시작됐다. 심지어 SK하이닉스는 4분기 최저 6000억 원대에서 최대 1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SK하이닉스가 2012년 3분기 15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래로 10년 만에 일이다.
➁ 여전히 뜨거운 알뜰폰 인기…‘은행이 이통사 눌렀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기존 이통3사의 5G 서비스가 가격만 비싸고 기존 LTE와 품질 차이가 거의 없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가성비를 찾아 알뜰폰 서비스로 갈아타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1233만 명을 넘어섰다. 알뜰폰 업계 매출도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Liiv M)은 일부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업계 1위인 SK텔레콤을 꺾는 등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리브엠의 상승세는 KB국민은행의 자금력을 앞세운 마케팅 덕분으로 분석된다. 파격적인 요금제와 함께 오픈마켓과 연계한 이벤트, 멤버십 등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를 두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 사이에선 ‘대기업의 골목상권 죽이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➂ ‘하늘 나는 택시’ 잡아라…이통사, UAM 사업 진출 활발
IT 업계의 관심사가 지상을 넘어 UAM(도심항공교통), 일명 ‘에어택시’로 향하고 있다. 특히 통신사들은 빠른 5G 통신망을 기반으로 UAM 시장을 선점해 B2B(기업간거래) 매출 확대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업계가 UAM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UAM 시장이 2020년 기준 74억 달러(한화 약 8조8900억 원)에서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기록, 오는 2040년 1조4739억 달러(약 177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④ 메타버스·NFT 열풍 어디까지…코로나가 키운 가상 시장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는 메타버스와 NFT에 대한 인기를 불러왔다. 소비자와의 비대면 접점 수요가 높아지면서 산업계에 가상 환경의 중요성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IT 업계는 발 빠르게 메타버스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고, 메타버스 세계에서 자산화와 수익화가 가능한 NFT(대체불가능토큰)가 연이어 큰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콘텐츠들이 가상 공간에서 생산되고, 이들이 NFT라는 그릇을 통해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통신사와 네카오까지 NFT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삼성과 LG는 NFT 기반 디지털 예술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TV에 싣고, 카카오·네이버는 관계사를 통해 NFT 거래소를 출시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각종 IP를 활용해 NFT 상품을 제작 중이다.
➄ ‘카카오 먹통사태’가 불러온 데이터센터의 중요성
지난 10월 판교에 위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 계열사 전체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카카오는 민간 업체지만 사실상 국가기반통신망”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응을 시사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만큼 피해 규모도 상당했다. 같은 데이터센터에 입주했던 △네이버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다른 회사들의 복구 속도에 비해 카카오의 서비스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카카오의 부실 대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⑥ 5G 주파수 전쟁…LGU+ 특혜 논란부터 사상 초유의 할당취소까지
올해는 통신사들의 5G 주파수 갈등이 본격화된 해다. 올해 초 LG유플러스가 정부에게 3.4㎓~3.42㎓ 대역의 주파수를 추가 할당해줄 것을 요청하자, SK텔레콤·KT가 공정성을 운운하며 들고 일어서며 갈등을 빚었다. 정부는 사실상 LG유플러스에게 힘을 실어줬고, 이에 SK텔레콤과 KT는 돈을 더 지불하고 넓은 대역을 구매했던 양사 입장에선 부당한 판결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정부가 역대 최초로 국내 통신사에 할당했던 5G 주파수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2018년 주파수 할당 당시 부과했던 투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SK텔레콤에겐 이용 기간 단축, KT와 LG유플러스에겐 할당 취소 처분을 각각 내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⑦ 1폰에 2번호 시대 도래…반대했던 통신사는 태세 전환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스마트폰에도 e심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e심은 물리적 유심(USIM)칩과 달리,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기본 내장돼 있어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요금제를 등록하고 사용 가능하다.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유심과 eSIM을 조합하면 2개의 번호 또는 복수의 통신사 요금제를 쓸 수 있어, 업무용 스마트폰을 따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환영받는 서비스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유럽 지역 등 글로벌 통신사는 e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었지만, 내수용 기기에선 이통3사의 반대로 무산돼 왔다. e심이 도입될 경우 유심칩 판매 수익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이를 추진하자마자, 3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발빠르게 전용 요금제를 내놓고 홍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⑧ OTT 인기 식었나?…콘텐츠 대박에 웃고 적자에 울고
올해는 한류 콘텐츠의 약진이 돋보였다. KT그룹의 신생 채널 ENA가 론칭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작품에서 5주 이상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했고,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은 9월 미국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 6관왕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비롯해 티빙·웨이브·왓챠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모양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특수를 누렸지만, 엔데믹 전환과 함께 야외 활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가입자가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1분기부터 유료 가입자 수 감소를 겪으면서 매출을 방어하기 위해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다. 국내 OTT 업계는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⑨ ‘망사용료’법 논란 향방은…법적 다툼이 여론 재판으로
망사용료를 두고 시작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적 다툼이 글로벌 IT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회가 일명 ‘망 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은 국내 통신사에게 추가 비용을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에 구글 유튜브와 트위치 등 글로벌 기업들은 ‘여론전’을 시작했다. 이들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방송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해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말을 얹으면서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고, 주 고객층인 2030 남성들이 행동에 나서면서 현재 망사용료법 논의는 지나치게 과열된 상황이다.
⑩ 삼성전자 GOS 논란…주총장에선 “노태문 선임 취소해” 요구도
삼성전자가 올해 2월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가 GOS(게임최적화서비스) 탑재를 강제하면서 스마트폰 성능 고의 저하와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GOS는 고사양 게임의 장시간 구동 시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스마트폰 성능을 낮추는 기능을 하는 시스템 앱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전작인 갤럭시S21 시리즈에서 고사양 게임 실행 시 발열이 지속되고 이용자가 저온화상을 입는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GOS를 강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삼성전자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GOS 의무화를 해제했으나, 국내 소비자 1885명이 인당 3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도 캘리포니아 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한 주주총회 현장에선 모바일 사업 담당 노태문 사장을 향해 삼성전자 신뢰도 하락의 책임을 따져 묻는 2030세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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