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비상 - 憲裁 판결 논쟁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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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비상 - 憲裁 판결 논쟁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4.01 07: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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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사 허점노출 없어야
헌재 어정쩡한 결론 의문
헌법재판소 좌파 논란
“헌법재판관…출세시켜 준 민주당에 보은”
민주당-한동훈 충돌 격화
아전인수 정쟁 말고 제도 보완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수완박’ 비상사태다. 나라가 이렇게 가도 되는가. 여야가 다시 정면 충돌이다. 이제는 논쟁의 대상에 헌법재판소까지 뒤엉켰다. 국민적 반발기류가 역력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유효하다고 판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검수완박이 결코 검사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헌재는 이와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검수완박법으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과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청구한 권한쟁의 사건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검찰 수사권 축소 추진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수사권 조정은 국회의 입법권에 속한다는 헌재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크다.

전체 정국은 가파르다. 현 헌재는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진보 성향으로 구성돼 있다.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와 헌재를 장악하고, 입법과 재판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 정부 부처 관련 장관인 한동훈 법무의 탄핵까지 내지르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헌법재판소 좌파 논쟁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하다. 헌법재판관 9명 중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고, 우리법연구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국제인권법연구회 등에서 활동하는 등 ‘좌파 성향’이 강한 재판관들이어서 이번 결정이 내려진 배경이라는 주장이 강력 제기되고 있다.

‘입법 독주’에 면죄부

헌재 판결에 대해 여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고, 야권은 한동훈 법무장관의 탄핵을 요구하는 등 다시 정면 충돌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좌파 논쟁’도 정쟁의 핵심에 자리한다.

특히 여권의 주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엿보게 한다. 민주당은 나라야 멍이 들든 말든 윤 정부가 실패해야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얄팍한 정치공작적 계산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론에 대해서도 정작 탄핵을 당해야 할 대상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라면서 이번 헌재의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시사했다.

헌재는 다수의 횡포를 지적하고, 위헌적 입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그럼에도, 거대 정당의 ‘입법권 사유화’ 행태를 바로잡기는커녕 면죄부를 주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법원은 힘에 밀리고 이념적으로 경도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입법 과정에서 중대 결함이 있었다면서도 법의 효력은 인정한 헌재의 결정은 혼란스럽다. 관련 법이 시행 중이어서 법적 안정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나 위법을 불사하며 밀어붙이는 ‘입법 독주’에 이번에도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헌재는 1997년과 2011년 권한쟁의 사건에서도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이미 통과된 법률은 유효하다고 봤다. 이런 어정쩡한 결정이 반복되는 것은 헌법 수호 기관인 헌재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

성공한 쿠데타?

이번 헌재 결정이 검수완박 개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을 쉽게 잠재울 수 있는지는 장담키 어렵다는 생각이다. 검찰의 주장대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실질적 본안 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한 탓도 작지만은 않아 보여서다.

민주주의 근간을 지키는 것은 인권과 다수결, 절차상의 적법성이다. 그런 점에서 헌재의 이번 판결은 어긋났다. 본질적인 문제점은 ‘검수완박법’이 경찰관의 부실 수사와 소극 수사, 인권침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이번 판결은 국회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음에도 일단 법이 통과가 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이런 식이라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과 무엇이 다른가.

검수완박법 추진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민형배 의원 ‘꼼수 탈당’ 등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민주당 소속 법사위 위원장이 표결에 바로 부쳐 가결을 선포했다. 헌재는 이를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 등 위반으로 인정하면서도 검수완박을 가결한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어 법 효력이 있다고 판결했다.

‘사법부의 국민테러’ 사건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패하자 거대 의석을 앞세워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입법을 밀어붙였다. 정권을 내준 뒤 집권 시절 범법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틀어막으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여당의 공식 반발은 거세다. 즉, “민변‧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로 구성된 ‘유사정당 카르텔’이 내린 이번 결정은 자신을 출세시켜 준 민주당에 보은하겠다는 것”이라며 “헌법파괴 만행”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번 사태는 한국정치사에서 유례없는 ‘사법부의 국민테러’ 사건이다. 조국과 민족, 역사에 대한 배신행위에 다름아니다. 지난 70년 세월, 남북대치와 부정부패 등 온갖 우여곡절 속에서 견고하게 구축돼온 우리 ‘검찰 수사권’ 이 아니었던가. 민주주의의 건강한 보루였던 그 검찰권이 이제 통채로 다수당에 의해 최초로 뿌리채 유린되기에 이르렀다. 검수완박 파문은 갈수록 악화일로로, 정국 전체를 뒤흔드는 거센 후폭풍을 몰아올 수 밖에 없다.

수사 체계, 역량과 효율성 높여나가야

검찰수사권을 6개 범죄에서 부패·경제의 2개로 축소한 검수완박은 정권교체로 탄압이 심해질 것이라 내다본 민주당의 조급증이 만들어낸 법률이다. 충분한 검토 없는 입법으로 일이 몰린 경찰의 사건 처리기간이 늘어나 피해는 국민이 당하고 있다. 입법 이후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대폭 늘림으로써, 입법 취지 자체도 무색해졌다. 결국 무리하게 밀어붙인 입법의 결과, 실질적 소득도 얻지 못하면서 위헌성 꼬리표까지 달리게 됐다.

법무부와 검찰은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한 입법이 위헌으로 국민 보호에 공백을 초래했다고 반발해 왔다.
이번 헌재 결정이 검수완박 개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예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실질적 본안 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해 5대4로 각하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면서도 법안 통과 자체는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황당한 궤변의 극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헌재 결정이 또 하나의 정쟁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감을 지우긴 어렵다. 비리 행위에 대한 엄정한 수사나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일에 허점이 노출돼선 안될 일이다. 국내 수사 체계의 역량과 효율성을 높여나가는 데 매진해야 한다.

한 장관 탄핵, 과도한 정치공세

한편, 민주당 친명계 강경파 일각에서는 각하가 뻔한 사안에 대해 권한쟁의를 청구하고,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을 발동한 한 장관에 대해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자 한 장관은 “헌법재판소조차 입법 과정에 위법적인 절차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위장 탈당시켜서 계속 입법할 게 아니라면 사과는 제가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을 탈당시킨 일 등을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 이후 민주당 일각에서도 “위장 탈당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헌법재판소도 인정했고, 당시 여론도 민주당의 꼼수를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그런데도 헌재가 5대4로 입법 효력을 인정했다는 것만으로 한 장관의 사퇴와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정치 공세다.

민주당은 시행령 원상회복을 주장하기에 앞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해야 하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만 해도 경찰 수사에 이어 검찰이 재수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권한쟁의 심판 청구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 각하 판결을 계기로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몰이에 나서고 있다. 각하가 뻔한 사안에 대해 권한쟁의를 청구하고,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을 발동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에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법재판소에서 그 권한이 누구에게 있고,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가리는 절차다. 이를 방치하면 국가기관의 기능이 마비되고, 국민 권리 침해가 발생한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 법률은 ‘권한쟁의심판’ 제도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연일 한 장관 탄핵을 주장하지만 국무위원 탄핵 요건은 해당 국무위원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다. 한 장관이 어떤 법률과 헌법 위반을 했는지 모르겠다.

국민 보호 역점 둬야

헌재의 지난 23일 검수완박 관련법 결정은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절차상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법률은 무효가 아니라는 어정쩡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미 내려진 헌재의 결정을 바꿀 수는 없다.

정치권과 법무부가 해야 할 일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만 앞세운 아전인수식 해석과 주장이 아니다. 관련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다.

지금 정치권이 매달려야 할 것은 관련법과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다.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은 내용이 부실하고 불완전한 법이다. 정치권 수사인 ‘부패’ 수사는 검찰에 두고, ‘방위사업’ 수사는 못하게 하는 게 과연 입법 취지에 맞나.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박탈한 조항도 비판 대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수사권 축소로 경찰의 사건 1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2019년 50.4일에서 지난해(1~9월) 68.4일로 늘었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 몫이다.

검찰 수사를 무조건 못하게 하는 건 답이 아니며, 인력 낭비이다. 정치적 수사를 줄이고, 수사력을 경제·민생 범죄에 더 할애하도록 조정하는 게 목표여야 한다. 검수완박 피로감을 더는 국민에게 줘선 안 된다. 이것 말고도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많다. 경제 사회 분야 민생관련 심각한 난제들이 곳곳에 쌓여있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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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태 2023-04-01 09:18:13
아주 시원하고 명쾌한 글
언론이 이정도는 되어야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