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코인 해킹한 돈으로 미사일 개발
가상화폐 해킹 1회로 미사일 31발
핵·미사일 자금줄 차단 서둘러야
미 본토 핵 타격 ‘게임체인저’ 눈앞
北 확장억제, 파국의 길 갈 건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김정은 체제는 거대한 사이버 범죄조직이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또는 디지털화폐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금융 당국 기준을 적용하면 ‘화폐’로 부를 만한 가상화폐는 사실상 없다. 그만큼 신뢰가 낮고, 공식 결제 수단이 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현실적으로 마구 거래하고 있다. 그 틈새를 공공연히 해킹, 미사일 개발과 핵무기 전략에 대대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6.25 남침에 이어 경제적으로 反민족적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準)전쟁으로 간주한 철저한 전면전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이버 범죄를 차단하고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해킹을 차단할 국제적 노력이 시급하다. 그러지 않아도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 파산으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면서 세계 금융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북한의 가상화폐 도둑질과 현금화를 막기 위한 한·미·일 3국 공조는 물론, 중국의 협력도 필요하다. 중국이 지난해 5월 가상화폐 거래·채굴을 전면 금지한 만큼 가능할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도발에 앞서 담화를 내고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 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미일 정상이 대북 확장 억제 강화 등을 합의한 데 대한, 사실상의 가상화폐를 악용한 노골적인 반발이자 균열 전략이다.
해킹한 돈으로 미사일 개발
북한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해킹해 확보한 자금을 핵·미사일 개발에 쓰고 있다. 보안이 취약한 코인 거래소 등이 공격 대상인데 사이버 안보 강화가 시급하다.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북한이 가상화폐 인프라에 대한 수많은 사이버 공격 등과 같은 해킹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미사일 프로그램 등에 필요한 자금의 약 30%를 충당한다"고 밝혔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만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4억 달러에서 6억5000만 달러를 탕진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경 봉쇄로 마약 거래 등을 통한 외화 벌이가 어렵게 되자 코인 해킹에 몰두하고 있다. 정찰총국이 라자루스 등 해킹 집단을 관리하며 코인 거래소를 공격해 가상자산을 갈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업체인 체이널리시스는 올해 발생한 가상화폐 탈취 사건의 60%가 북한 연계 해커 소행인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이런 식으로 확보한 자금이 최근 2년간 10억 달러가 넘는다니 기가 막힌다. 북한 해킹 집단은 국내 거래소에서도 수백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안보법 제정 속도 내야
북한의 해킹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기존 사이버 안보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힘들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가정보원이 입법 예고한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사이버안보법) 제정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이 법안은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를 대통령실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가 맡아 국내외 사이버 공격 등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2006년 이후 관련 법안이 11건이나 발의될 정도로 필요성이 커졌다. 그런데도 국정원 비대화와 민간 사찰 우려 등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했는데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려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사후 응징은 당연하지만, 자금원 봉쇄 등 사전 차단은 더욱 중요하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심포지엄’에서 “북한은 지난 3월 ‘엑시 인피니티’라는 게임회사 해킹으로 6억2000만 달러를 탈취했다”면서 “단 한 건으로 상반기 발사한 31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 전체를 벌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 비용을 4억∼6억5000만 달러로 추산하고 “북핵 위협 근저에 암호화폐 탈취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타당한 지적이다.
암호화폐 탈취 지목
국제사회도 북한의 끊임없는 미사일 도발의 핵심 돈줄로 해킹을 통한 암호화폐 탈취를 지목하고 있다. 한미 등 12개국 대표는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대응을 위한 민관 심포지엄을 갖고 북한의 사이버 해킹 대응을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은 3월 ‘엑시인피니티’라는 게임 회사를 해킹해 6억2000만 달러(약 83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 북한이 올 상반기 31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투입한 6억5000만 달러를 한 번에 벌어들인 셈이다. 북한은 마약·위조화폐 등 기존의 외화벌이 수단이 막히자 사이버 금전 탈취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대북 제재의 고삐를 단단히 죄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로 해킹을 통한 자금 확보를 전면 차단하고 중국 등에도 제재 참여를 촉구해야 한다. 만약 중국이 대북 제재에 협력하지 않으면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세컨더리보이콧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김정은 정권의 도발에 맞서 새로운 국제 제재망 구축과 강화가 절실한 때다.
개탄스러운 북한행태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북한의 잇단 도발이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이 ICBM의 비행거리는 약 1000km, 고도 약 6100km, 속도는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 최종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고각 발사 후 정상 비행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보여주는 등 사실상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며 한반도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태가 개탄스럽다.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 진전이다. 발사된 ICBM은 일본 홋카이도 서쪽,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졌다는 추정이 나왔다.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1만5000㎞를 넘을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고 한다.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사거리다.
대미 압박 극대화 추정
북한이 ICBM 탄두부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이번 발사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능력이 한층 더 진전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북한은 최근 잇단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일의 확장억제 강화 공조에 반발, 미 본토 타격권 과시로 대미 압박을 극대화하며 핵보유국 지위 과시 등 여러 의도로 이번 도발을 감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북한의 위협이 새 단계로 진입하는 만큼 국제사회도 단호히 대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군도 북한 내부 동향을 철저히 감시하며 대북경계 태세에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해선 안 될 것이다.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력을 한층 높여가는 일도 중요해졌다. 한미 양국 국방부는 마침 서울에서 제1회 미사일대응정책협의체(CMWG)를 열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 진전에 대해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나가기 바란다.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이어가는 것은 자신들이 어떤 도발행위를 하더라도 중국, 러시아가 뒷배가 되어줄 것이라는 정세 판단이 깔렸을 수 있다. 중국은 최근 미중정상회담에서 여전히 북한의 입장을 편드는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제 선을 넘는 북한의 도발이 수위를 높이는 만큼 국제사회의 대응은 달라져야 한다. 중국도 더는 북한의 도발을 외면해서는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아니다. 정부도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일치된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해 주길 당부한다.
“맹렬한 군사적 대응”, 파국의 길 갈 건가
북한이 또 도발을 감행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며칠 전 미국과 일본, 남조선이 3자 수뇌회담을 벌려 놓고 저들의 침략적인 전쟁연습들이 유발시킨 우리의 합법적이며 당위적인 군사적 대응조치들을 도발로 단정했다”고도 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는 억지주장이다.
북한은 외무상 담화 직후 평남 숙천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도 발사했다. 8일 만의 탄도미사일 도발이다. 7차 핵실험 목표를 수정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은 그간 중·단거리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다양한 사거리의 전술핵 탑재훈련을 해왔다. 7차 핵실험은 소형 전술핵탄두 양산일 가능성이 크다. 한·미는 북 도발에 대한 경계심을 한순간도 늦춰선 안 될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이뿐만 아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어제 “윤석열 괴뢰 역적패당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조작책동에 공동제안국으로 가담하는 행동을 보였다”며 맹비난했다. 그제 18년 연속으로 채택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이 4년 만에 공동 제안국에 참여한 것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이번 인권결의안엔 국군포로의 인권탄압 및 북한 주민들의 강제실종, 처형·고문 등을 우려하는 내용이 포함돼 의미가 작지 않다. 북한이 세계 최악의 인권후진국임은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입증된 진실이다. 이런데도 조작책동 운운하니 말문이 막힌다.
한미일 공조에 긴장 수위 높이나
한일 군당국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최고 고도 6000㎞로 1000㎞를 날아 홋카이도 서쪽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고, 고각이 아닌 정상 궤도였다면 1만5000㎞를 비행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단 분리 후 정상 비행에 실패한 보름 전과 달리 이번 발사는 성공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북한 핵위협 수준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이번 도발은 한국, 미국, 일본을 동시에 위협해 대북 삼각 공조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미일 정부는 즉각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는 한편, 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태국 방콕에서 캐나다·호주·뉴질랜드 총리까지 참석한 6개국 대책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확장억제 강화안 이행과 강력한 대북 제재 추진을 지시했다.
북한은 17일 최선희 외무상의 한미일 비난 담화를 신호탄으로 연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3국 정상이 13일 캄보디아 회담에서 북핵 억제 강화,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등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발표한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14일)·한중(15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아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확답하지 않은 일은 북한의 자신감을 키운 걸로 보인다. 핵실험 직전 ICBM을 발사하는 북한의 도발 패턴에 비춰보면 7차 핵실험 임박 징후다.
안보 지형 격변 대비를
북한의 이번 미사일은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북한이 미국 대도시들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국민의 대량 희생 가능성을 무릅쓰고 한국을 위해 핵우산을 제공할 미국 대통령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이 기를 쓰고 미 본토를 핵공격할 미사일을 개발한 것도 바로 이를 노린 것이다. 북은 바보가 아니다.
북한의 핵 질주는 아무도 막지 못하고 있다. 각종 미사일을 난사하는 북을 규탄·저지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회의가 빈번하게 소집됐지만 중·러의 반대로 추가 제재는 고사하고 규탄 성명도 내지 못했다. 올해에만 10차례 되풀이된 장면이다. 중국·러시아가 ‘식물 안보리’를 만들어 북한의 화성-17형 완성을 도운 것이다. 이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한미는 또 대북 제재 강화를 말하고 있지만 더 추가할 제재도 크게 없는 상황이다.
군은 이날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띄워 북 이동식 발사대 타격 훈련을 최초로 실시했다. 하지만 은폐해 있다 갑자기 발사하는 북 미사일을 발사 전에 타격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핵을 가진 상대를 선제 타격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당장 미국이 막고 나설 것이다. 미국이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는 것도 근본 대책이 아닌 한국에 대한 무마용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현실을 회피해왔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핵·미사일 자금줄 차단 서둘러야
북한이 그제 한·미·일 확장억제 강화 합의를 비판한 뒤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이어 ICBM을 쏜 것은 3국 공조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그런 만큼 3국 간 결속을 더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합리적 우려’라며 한·미 탓으로 돌리고, 유엔 제재도 중·러의 방해로 힘든 판이어서 더욱 그렇다. 북한은 중국의 두둔과 한·중, 미·중 정상 간 북핵 이견으로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대북 군사적 억제 실행력 강화는 물론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 차단도 시급하다. 북한은 지난 3월 해킹 한 번으로 상반기 발사한 31발의 탄도미사일 비용에 해당하는 암호화폐 6억2000만 달러어치를 탈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엔 제재망을 뒤흔든 것이다.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는 중·러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 제재)’을 적용해 핵·미사일 개발 기반 무력화에 나서야 한다. 이미 ‘장기 대결’을 선언한 북한이 ‘맹렬 대응’까지 공언한 것을 보면 ICBM 도발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과거 협박 발언 뒤 행동으로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7차 핵실험은 물론 허를 찌르는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공조 강화를 굴욕외교로 몰고, 사드 추가 배치를 반대할 때가 아니다.
강 대 강 대치 우려
북한의 ICBM 능력이 상당한 진전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면서 북한의 위협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 북한과 한·미·일 간 강 대 강 대치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번 ICBM의 비행거리는 약 1000㎞, 고도는 약 6100㎞, 속도는 약 마하 22(음속 22)로 탐지됐다. 고도를 낮춰 정상각도로 발사할 경우 비행거리가 1만5000㎞가 넘을 것으로 추산돼 미 본토가 사정거리 안에 놓이게 된다. 정상비행과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는 아직 확인 중이지만, 사거리와 속도, 고도뿐만 아니라 추진체 2단 분리에도 성공해 ICBM 기본 능력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진전은 지난 3일 등 올해 7차례 ICBM 발사 실패 끝에 나온 것으로, 향후 ICBM 추가 발사는 물론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번 ICBM 발사는 최선희 외무상이 한·미·일 3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반발해 비례 대응을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최 외무상은 한·미·일 정상이 지난 13일 캄보디아 3자 회담에서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침에 대해 “미국이 후회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정상은 지난 14~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면 회담에서 북핵 관련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중국의 암묵적 지지 속에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 본토 타격권 ICBM
북한은 동해상으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아이시비엠 1발을 발사했는데, 비행거리는 약 1000㎞, 최고고도 약 6100㎞, 속도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 고도를 낮춰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 1만5000㎞가 넘어 미국 본토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화성-17형은 세계 최장 ‘괴물 아이시비엠’으로 불리고, 핵탄두를 여러개 탑재해 여러 도시를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추정된다. 군과 정보당국은 이번 발사가 최종 성공인지에 대해 “분석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정세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미·중·일의 연쇄 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도록 중국에 역할을 할 것을 촉구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암묵적 지지를 재확인한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아이시비엠 발사로 한·미·일에 ‘강 대 강’으로 맞서겠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프놈펜 정상 성명’ 등을 통해 뚜렷해진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발사에 대해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지시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던 타이 방콕에서도 한국(한덕수 국무총리), 미국, 일본,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6개국이 긴급 정상회의를 열었다.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을
북한은 수년 동안 집착해온 핵실험 시기를 계속 저울질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뒷배’를 믿고 핵실험 버튼을 누르는 순간 파국의 길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며칠 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핵우산을 강화키로 합의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도발 위협이 불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의 살길은 명약관화하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어제 “북한의 비핵화 목표가 불가능하지 않다”며 “대북제재와 북한에 대한 설득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과 별개로 대화의 문을 연 것이다. 북한은 반드시 후회할 핵도박을 당장 멈추고 대화의 무대로 나와야 한다.
정부는 미일 및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해 위기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중국을 상대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더불어 북한의 신흥 자금 확보 경로로 지목된 암호화폐 해킹을 막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