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빠진 곰표밀맥주…수제맥주 전성시대 저무나 [안지예의 줌-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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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표’ 빠진 곰표밀맥주…수제맥주 전성시대 저무나 [안지예의 줌-아웃]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3.04.11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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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 트렌드 속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업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생존 날갯짓이 되는 가운데, 오늘 그들의 선택이 현재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내일의 모습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줌-아웃] 코너에서 분석해본다. 때로는 멀리서 보아야 잘 보이는 만큼, 나무가 아닌 숲으로 시각을 넓혀 업계의 ‘큰 그림’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수제맥주 히트상품 '곰표밀맥주'가 곰표밀맥주 시즌2, 대표밀맥주로 갈라진다. ⓒ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기자)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합작품 ‘곰표밀맥주’가 상표권 계약 종료에 따라 ‘대표밀맥주’로 이름을 바꾼다. ‘곰표’ 상표권을 가진 대한제분은 새로운 제조사를 찾아 또 다른 곰표 맥주를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수제맥주 경쟁 제2막이 열릴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선 수제맥주 흥행을 이끈 대표 상품 곰표밀맥주의 변화가 한풀 꺾인 수제맥주 시장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고 흥행작 ‘곰표’ 어디로


곰표밀맥주는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각각 후속작을 출시하면서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양사의 곰표 상표권 계약은 지난 3월 말로 종료됐다.

이에 따라 곰표밀맥주를 생산·판매·유통하는 세븐브로이맥주는 곰표밀맥주를 ‘대표밀맥주’로 이름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한제분이 상표권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아 ‘곰표’ 이름을 사용하는 맥주는 생산하지 않지만, 기존 곰표밀맥주의 맛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게 세븐브로이맥주의 설명이다. 또한 향후 ‘대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며 대표를 핵심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제분은 제조사를 변경해 곰표밀맥주 시즌2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독창적인 기술과 다양한 맛을 구현할 수 있는 수제맥주 업체와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곰표밀맥주는 수제맥주 ‘붐’을 이끈 제품이다. 2020년 5월 출시돼 편의점을 중심으로 품절대란을 일으키며 지난 3년간 5850만 캔이 판매됐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캔맥주에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개성 있는 맛과 디자인을 앞세운 수제맥주가 유행했다.

특히 곰표밀맥주는 70살 장수 브랜드인 곰표를 트렌디하고 젊은 브랜드로 바꾸면서 주목받았다. 곰표 밀가루에서 이어진 고유한 헤리티지 색상과 정감있는 캐릭터 ‘표곰이’를 전면에 내세운 레트로 디자인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수제맥주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됐고, 다양한 협업제품도 쏟아져 나왔다. 중소 수제업체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수제맥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투자도 크게 늘었다.

 

좁아진 설 자리‘반짝 인기’ 그치나


주류시장의 가장 뜨거운 주종 중 하나였던 수제맥주는 최근 수요가 예전만 못한 분위기다. 일상 회복과 함께 유흥시장이 다시 회복되면서 ‘홈술족’(집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코로나19 수혜를 받았던 수제맥주는 오히려 리오프닝이 악재가 된 상황이다.

홈술족의 관심은 위스키와 와인으로 넘어갔다. 위스키와 와인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새롭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주종이다. 업계에서도 젊은 세대를 겨냥한 리브랜딩, 제품 리뉴얼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위스키, 와인은 이른바 ‘핫한 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류 수입액은 2억6684만 달러(약3477억 원)로 전년 대비 52.2% 증가했다. 이는 15년 만에 최대 규모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판매 비중을 보면 20대가 39.6%대, 30대가 43.3%를 차지했다. 와인 수입액도 지속적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 중이다. 대형마트들의 경우 와인 수요가 높아지자 와인 전문 매장, 특화 코너 등을 마련하면서 와인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수제맥주의 범람에 소비자 피로도가 높아진 면도 있다. 인기에 편승한 제품이 쏟아지면서 오히려 수제맥주 고유의 특색은 옅어졌다. 각 제품의 개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디자인, 이색 협업 등을 통해 화제몰이를 노린 제품이 늘면서 소비자 외면이 빨라졌다는 지적이다. '버터' 없는 버터맥주 논란도 이와 비슷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수제맥주 시장 이슈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오성택 하이트진로 상무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밀가루가 맥주가 되고, 구두약, 골뱅이, 껌이 맥주가 되는 시대”라면서 재미로 쉽고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사라지는 맥주 시장에 대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맛이냐 브랜드냐새 전기 열릴까


이 시점에서 수제맥주의 상징성을 띄는 곰표밀맥주의 해체는 시장이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상표권 종료를 알리면서 브랜드력을 앞세운 대한제분과 맛을 강조한 세븐브로이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면서 향후 소비자 반응에도 업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대한제분은 이름과 디자인을 유지한 두 번째 곰표밀맥주로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곰표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개성 있게 담아낸다는 계획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반짝 이벤트 상품이 아닌 밀가루 회사의 본질에 맞는 밀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시도에서 탄생한 곰표밀맥주가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고객들이 더욱 새롭고 다양한 맛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파트너사와 손을 잡고 고객 경험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븐브로이맥주는 지난 3년간 소비자들이 곰표밀맥주의 ‘맛’을 찾아줬다고 강조하면서 대표밀맥주로 그 맛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김강삼 세븐브로이맥주 대표는 “곰표밀맥주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제품으로, 세븐브로이맥주의 양조기술과 역량을 증명한 기회였다”며 “시작은 곰표라는 브랜드였지만 세븐브로이맥주가 만든 제품의 맛이 있었기에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시장이 주춤하면서 향후 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주류 트렌드에 맞춘 사업 재정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세븐브로이는 향후 대표밀맥주를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능동적으로 전개하며 다양한 채널에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고객 경험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주력상품인 수제맥주산업을 기반으로 RTD(Ready to drink), 논알콜맥주, 홉탄산음료 등 리큐르부터 비알콜영역까지 제품 라인업을 다각화함으로써 적극적인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세븐브로이맥주는 ‘대표’, ‘강서’, 한강’과 같은 자사 브랜드 강화,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춘 제품 다각화, 해외 수출 판로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 No.1 수제맥주기업으로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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