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기업에 이익 줄 수 있는 지역에 지정해야”
“고양시민 삶의 질 높이려면 기업·외국인 투자 유치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그는 꿈속을 거닌다. 탁 트인 도로, 깨끗한 건물, 풍부한 녹지, 다양한 편의시설,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한 공원.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에게 고양시는 꿈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도시다.
하지만 그는 꿈같은 오늘이 깨질까 두려워한다. 이 시장은 자족기능 부족한 고양시가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오늘의 행복을 지켜내기 위한 방안이 무엇일지를 늘 고민한다.
“지금 고양시의 재정자립도는 33.7%밖에 안 됩니다. 전국 평균에도 크게 못 미쳐요. 고양시민의 39%는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는 실정입니다. 이 기형적인 구조를 바꿔야 고양시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양시는 영국 BBC가 소개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뛰어난 도시’ 중 하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구 108만 명의 거대 도시임에도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다는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시장은 새로운 설계도를 꺼내들었다. 고양시를 자족도시로 만들 청사진이다. 어느덧 민선 8기. 그간 누구도 이뤄내지 못했던 ‘자족도시의 꿈’을 이 시장은 어떻게 실현시킬 생각일까. <시사오늘>이 지난 12일 고양시 열린시장실 문을 두드린 이유다.
“경제자유구역, 고양시가 외국인 투자 유치할 유일한 카드”
이 시장의 목표는 고양시의 ‘자족도시화’다. 그러나 목표란 구체적 실천 계획이 존재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법이다. 전임자들은 해내지 못했던 일. 이 시장은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낼 생각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양시를 자족도시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 있나요.
“경제자유구역 조성입니다.”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돌아온 짧은 대답.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이미 9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존재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고양시를 살릴 확실한 대안이 될까.
-이미 전국에 다수의 경제자유구역이 조성돼 있는데,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기업이나 국내 복귀기업을 유치하는 데 경제자유구역만큼 좋은 방안은 없습니다. 고양시는 서울에 인접해 있고, 인천·김포공항은 물론 인천항과도 가깝습니다. 정주여건도 좋고, 인적자원과 배후수요도 풍부합니다. 이렇게 좋은 입지를 갖고 있음에도 중첩 규제로 인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고양시 전체가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있고,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 같은 규제에도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법에는 과밀억제권역에 대한 규제 완화 조항이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 조성만이 기업을 데려오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 겁니다.”
-전임 시장들이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하지 않았던 이유는 뭔가요.
“다른 시장들이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거라 봅니다. 고양시가 과밀억제권역이라는 특징도 있지만, 수도권에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저는 경제자유구역과 관련된 법안을 직접 검토해본 사람이기도 하고, 시장 출마를 준비하면서부터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야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수도권에 경제자유구역이 들어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전국 여기저기에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왔습니다. 하지만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수도권만큼 좋은 곳이 없습니다. 기업은 균형발전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이익이 돼야 움직입니다. 이제는 경제자유구역도 기업이 메리트를 가질 수 있는 지역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지역을 찾아보면 수도권, 그 중에서도 고양시밖에 없습니다. 이미 서울은 꽉 찬 상태라 서울과 접근성이 좋으면서 공항이나 항구와도 가까워야 하는데, 서울에서 여기까지 23~24분이면 도착합니다. 서울역까지는 16분이면 충분합니다. 김포공항까지는 20분, 인천공항까지는 40분이면 갑니다. 우수한 지리적 조건과 입지환경, 풍부한 인력공급을 모두 갖춘 지역은 고양시뿐입니다.”
-실제로 기업 유치나 외국인 투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입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 기관, 학교들과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 바이오텍 기업인 인제니아테라퓨틱스 등과 같은 외국 투자기업뿐만 아니라 룩셈부르크 국립보건원과 분원 설치에 대한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글로벌 스쿨스 파운데이션과도 외국 교육기관 조성에 합의했습니다. 국내외 유수의 기업·기관과도 투자협약을 맺는 중입니다.”
-구속력 없는 협약이라는 이유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아직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법적인 구속력을 갖춘 문서를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기업체나 기관 입장에서도 추진 단계에 있는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확약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경제자유구역 지정 심사단계에서도 법적인 구속력을 갖춘 합의각서(MOA)나 비밀유지각서(NDA)까지는 요구하지 않습니다. 양해각서(MOU)나 투자의향서(LOI)만으로도 투자수요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면서 확정돼 가는 조건에 따라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하는 게 합리적인 순서입니다.”
-고양시가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이 타 지역 경제자유구역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나요.
“고양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은 연계와 융합입니다. 고양시는 경제자유구역 핵심전략산업으로 바이오·정밀의료, K-컬처, 스마트모빌리티, MICE를 선정했는데요. 이 산업들은 지역전략사업, 인프라, 국책사업과 연계해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산업이기 때문에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K-UAM 그랜드챌린지 같은 국가전략산업을 지역특화산업인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과 연계하는 식입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파주LCD산업단지, 서울 상암·마곡지구와 같은 인근 산업단지와도 이런 형태의 연계가 가능할 겁니다. 이처럼 각각의 산업을 성장시키는 것을 넘어, 다른 산업과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융합구조를 구축함으로써 고양경제자유구역만의 고유한 융복합 산업모델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은 외국인 투자 유치인데,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교육기관이나 의료기관 등 인프라 구축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경제자유구역은 단순히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게 본질입니다. 때문에 외국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정주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고양시는 국제학교와 특목고 유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우주항공과학고를 만들어서 고양시를 최고의 교육도시로 변화시킬 초석을 다지려고 합니다. 지난 4월에 경기도교육청이 과학고 추가 신설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고양시도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고양시가 최적지임을 담은 공모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국제고등학교도 들어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크린루터란고와 MOU를 체결했습니다. 대학도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 글로벌학교재단, 영국의 킹스칼리지스쿨, 버밍엄대학과 외국 교육기관 설립 협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의료기관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 세계 50위 안에 들 정도로 수준 높은 국립암센터에 일산병원, 동국대병원, 명지병원, 백병원, 차병원, 더자인병원까지 대형병원이 즐비합니다. 이미 의료 부분에 대해서는 고양시만큼 누릴 수 있는 데가 없습니다.”
-경제자유구역 조성이 시민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서 고양시가 기업으로 채워진다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어나고, 시민들의 출퇴근 부담이 줄어들 겁니다. 지금 고양시민의 39%정도가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교통체증이 유발되고, 시민들의 행복도도 낮아집니다. 하지만 고양시에 기업이 들어와서 일자리가 많아지면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던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겁니다. 또 투자도 늘어서 고양시 경제도 활성화될 거고, 늘어난 세수로는 기반시설을 확충해서 시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겁니다. 시민들이 고양시 내에서 일하고 소비하고 생활하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성장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경제자유구역 조성으로 주변 지역과의 연계가 강화되면 교통난이 더 심해질 거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교통 문제는 고양시의 오랜 과제입니다. 그래서 교통 불편 해소를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촘촘한 교통망 확충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일단 올해 말에 GTX-A(광역급행철도)가 개통됩니다. GTX-A가 개통되면 킨텍스에서 서울역까지 16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또 교외선도 시험 운행 절차를 밟고 있고, 대장홍대선도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곡역의 경우에는 기존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에 GTX-A와 교외선까지 추가돼서 환승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인데요. 복합환승센터가 건립되고 지식융합단지가 조성되면 연계 인프라도 강화될 겁니다. 여기에 고양은평선, 신분당선 일산 연장, 9호선 급행 대곡 연장, 3호선 급행 같은 광역철도망 구축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에는 지하고속도로를 만들어서 교통체증을 해소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끝으로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양시는 진정한 자족도시, 경제특례시로 거듭나야 합니다. 고양으로 출근하고, 고양에서 쉬고, 고양에서 소비하는 도시가 돼야 합니다. 백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넘어서 천만 명이 찾는 도시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고양시는 민선 8기 2주년이었던 지난 7월 ‘고양 E-DEAL 2030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천만 명이 찾아오는 생활도시(Economy), 사람에 투자하는 도시(Education), 일상 속 휴식과 여가가 있는 도시(Episode),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4초 도시(Everytime), 지속가능한 주거도시(Eternal)를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고양시는 규제와 한계를 넘어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도시 경쟁력도 제고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아볼 생각입니다. 고양시의 미래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