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타협 리더십 긴요...민생·협치의 시간
방미 성과, 무조건 깎아내리면 곤란
그래도 도발하겠다는 北 향배 주목
한일관계 복원 속도...내실 후속조치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外治와 內治는 크게 엇갈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동맹외교에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국내 정국은 여야 대립 격화로 갈수록 어지럽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결과를 놓고 온도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여야가 이번처럼 극명하게 갈린 적도 드물다.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국 상황을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대국민 소통과 여야 대화가 긴요해진 국면이다. 이제부터는 내정과 협치의 시간이다. 대화와 타협, 통합과 소통의 정치를 신속히 복원해야 한다.
'동맹외교 결실'을 거둔 윤 대통령은 이제 내치(內治)에서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방미 성과가 결실을 보려면 무엇보다 국민 공감이 필수다.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면 외교적 성과는 가려질 수밖에 없다.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 원화 약세 등 경제 기초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여야는 내내 극한 대치 중임을 잘 새겨야 한다.
동맹확장 역사적 전기
동맹외교의 성과는 일단, 크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 경제, 기술, 문화, 사이버와 우주에 이르는 다방면에서 동맹을 확장하는 역사적 전기가 됐다.
특히 한·미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한 것은 북핵 위협이 날로 고도화하고 있어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핵무력 사용을 법제화했고, 최근에는 핵탄두 탄도미사일 탑재 훈련까지 마쳤다.
한편, 정부의 강제 동원 해법 발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물꼬를 튼 한일 관계 복원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G7 정상회의 때 한미일 정상이 함께 만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재지정은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발표 내용을 볼 때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워싱턴 선언' 진일보 평가
이번 방미에서 윤 대통령은 올해 70주년이 된 한미 동맹을 글로벌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대북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한 '워싱턴 선언'을 도출하는 성과를 냈다.
미국 핵 자산에 대한 정보·기획·실행을 공유한다는 '워싱턴 선언'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미국의 대한 핵 억지력보다도 강력하고 진일보한 것이다.
최대 성과는 역시 북핵 억제책이다.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을 만들어 미국의 핵우산 제공 계획을 공유, 논의하고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 항모, 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 전개한다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도발을 저지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사구시 정상외교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도 빛을 발했다.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총 59억 달러(7조 8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양국 기관·기업 간 50건에 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4대 그룹의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 등 122명의 경제 사절단이 동행해 실사구시의 정상 외교를 뒷받침한 점도 의미 있게 와닿는다.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일본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도 한·미 정상회담의 영향일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로 재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달 초순 방한할 예정이다.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선 과거사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진정성 있는 입장 표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한·미·일 3각 협력이 제 모습을 갖춰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윤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더욱 굳건해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양국 정상이 워싱턴 DC에서 무려 5차례나 만나 한미 동맹의 건재함을 과시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국내외적 후속조치 긴요
윤 대통령이 이처럼 외교안보 등에서는 우수한 결실을 거뒀음에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특히 외교에서 긍정과 동시에 부정적 평가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진영 간 생각이 갈라져 있다는 징표일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모두 후속조치와 노력이 긴요하다. 한·미 당국은 예상되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을 높이는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할 때다.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 등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배터리와 관련된 후속 협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또한, 한일 양국이 상대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해제하고 정상 간 셔틀 외교까지 복원할 경우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는 4년여만에 완연히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세력과 소통 나서야
국내적으로 윤 대통령 앞에는 이런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한 과제가 놓여 있다. 국론 결집을 통한 국가 에너지 극대화가 시급하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외교안보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야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 신념이나 의지를 물리고 야당 지도부와 무릎을 맞대고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난맥상을 풀기 어렵다. 외교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방미 중 보여준 부드럽고 여유 있는 리더십을 내치에도 보인다면 국정운영의 새로운 돌파도 가능하다.
방미 성과를 한점 남김없이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자화자찬이나 부풀리기 인상을 줘선 안 된다. 국회 지도부와의 대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과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내치의 건강한 복원이 관건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