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 살리는 전기 돼야
수출·제조업 경쟁력 부활 근본 방책을
尹 정부 집권 2년, 이젠 경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코로나19 종식’이 사실상 선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께서 일상을 되찾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 선언을 내놓았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통해 이 내용을 담은 방역 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선언은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그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한 데다 국내외 방역에 대한 안정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정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변화는 분명하다. 국민 생활도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제는 비대면 생활에서 벗어난 새로운 일상이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 종식’이 그동안 침체 일로였던 국내 민생 경제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소비가 경기 회복 견인해야
사실, 코로나 이후 국내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관광업 등은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악재가 겹쳤다. 감염병 유행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때문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대출 규모가 1000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그 영향 때문이다.
더욱이 한계 상황에 직면한 가계부채는 국민 호주머니를 더욱 빈곤케 했다. 작년 말 가계부채는 1867조 원에 달했다. 빚을 갚지 못해 연체가 늘고 있고, 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현상도 급증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제 환경 전반도 회복 기미가 불투명하다. 제조업과 수출 침체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중(對中) 수출 부진과 반도체 경기 침체가 주요인이라지만, 그 실상은 한국 제조업의 부진과 맞닿아 있다.
국가 경제의 기둥은 어떤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부진으로 무역수지는 14개월 넘게 적자다. 기대를 걸었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미약하다. 현재 분위기는 한한령(限韓令 한류제한령) 해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외 여건이 당장 개선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소비가 경기 회복을 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 4고(高)에 직면
한마디로, 민생 악화의 바탕에는 한국 제조업의 위기, 수출산업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4월 고용 동향에서 제조업 취업자가 9만7000명 줄어 28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 그 방증이다.
관건은 역시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 안 된다. 국민 실질소득이 줄어 소비 회복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내외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되 내수 활성화 지원에 적극 나서는 길 밖에 없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어떤가. 윤 정부는 1년 전 복합위기 상황에서 출범했다. 한국 경제는 순식간에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4고(高)에 직면하고 말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코로나19 때 풀린 돈으로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 심각
민생 현장에 대한 국민 평가도 후하지 않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3명(35.2%)은 윤 대통령 취임 전과 비교해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고 답해 ‘좋아졌다’(8.6%)를 압도했다. ‘비슷하다’는 54.6%였다. 이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불황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팀은 다시 비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제조업과 수출산업을 일으켜 세울 현실적 방책을 강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2년을 맞아 “앞으로도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외교안보 분야와 달리 경제에서는 정부 스스로도 자신 있게 내밀 게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갈길은 멀다. 현안은 산적이다. 정부가 돈을 써서 만들어 내고 있는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신규 일자리는 올 들어 계속 마이너스다. 그런데도 “인구 감소 탓”만 하는 정부 태도에서 경제주체들의 고통을 헤아리려는 절박함과 위기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조업 경쟁력 경고등
일자리의 질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취업자가 늘어난 분야는 숙박·음식점업, 보건복지업으로 대부분 저임금이거나 정부 재정으로 유지되는 노인 일자리들이다. 전체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내실(內實)이 없다.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 ‘주 69시간 프레임’에 막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근로시간 유연제와 각종 규제를 서둘러 풀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전자 부품, 전기 장비, 기계 장비 등에서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제조업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요인은 확연하다. 갈수록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 등으로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의 신성장 동력 발굴도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경기도 암울할 수 밖에 없다. 기업과 가계의 연체율은 다시 치솟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살얼음판이다. 물가는 최근 상승세가 둔화됐다고는 하나 전기료 등 억지로 눌러 놓은 공공요금 현실화가 대기하고 있어 여전히 불안하다.
현 정부 성적표로 당당히 말하라
정확한 대응이 긴요하다. 지금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일본식 장기 저성장 늪을 피해 가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외교에서조차 경제를 가장 중심에 놓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도 자처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 실리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최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전 문재인 정권에 대한 성토를 앞세워선 안 된다. 집권 2년차부터는 현 정부 자체 성적표로 당당히 말해야 한다. 4년 뒤 “국민만 보고 일했다”는 평가가 나오느냐는 지금부터에 달렸다.
비대면 의료, 자율 주행 로봇 등 신성장 산업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 이리저리 얽혀있는 화학물질 규제를 간소화해 미래 신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신산업 분야 규제 개선율이 9.3%에 그쳤다.
모두가 상생에 나서야
다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우리나라 상속세도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현행 기업 승계 상속세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이 0.7%로 프랑스, 벨기에와 함께 공동 1위로 과중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업에 투자를 촉구하고 민간 활력을 언급하면서 과도한 상속세를 그냥 놔두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크게 보면, 노동시장 유연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세금 부담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이를 통해 해외 자본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강성 노조와 높은 세 부담이라는 2중의 벽이 존재하는 한, 투자 유치 등을 위한 올바른 경영 환경을 유지하기 어렵다. 노동계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접어야 한다. 모두가 상생에 나서야 할 때다.
국민들은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과제로 경제를 꼽고 있다. 윤 정부 취임 1주년을 맞아 실시된 각종 설문조사 결과가 그렇다. 쉽게 말해,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해 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주문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의 성적표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역시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경제 성과를 제대로 낼 수 있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민생 경제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