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최윤-정상혁, OK금융·신한금융의 챌린지 ‘상부상조’
여당發 수산물 챌린지엔 임종룡·진옥동·정상혁·강신숙 참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챌린지 열풍이 불고 있다.
현재 은행권이 동참 중인 대표적 챌린지는 △쿨 코리아 챌린지 △수산물 소비 및 어촌휴가 장려 챌린지 △노 엑시트 챌린지 등 총 세 가지다.
에너지 절약, 마약 근절, 수산물 소비 장려 등 저마다 담은 사회적 메시지는 은행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챌린지에 참여한 은행장 또는 금융그룹 회장이 다음 챌린지 상대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인해 은행권 인맥 관계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다.
ESG경영 실천 밀접 ‘에너지 절약’ 챌린지…은행권 참여 활발
가장 참여가 활발한 챌린지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 ‘쿨 코리아 챌린지’다. 은행권의 주요 관심사인 ESG와 밀접해 챌린지 참여가 보다 활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그룹 ‘형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추진한 ‘쿨 코리아 챌린지’는 최병오 회장이 이원덕 당시 우리은행장을 추천하면서 은행권으로 넘어왔지만, 본격적으로 확산된 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부터다. 안병덕 코오롱 회장의 지명을 받은 함영주 회장은 쿨 코리아 챌린지 다음 상대로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을 추천했으며, 박종복 은행장은 유명순 씨티은행장과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을 각각 지목하면서 은행권 내 동참을 이어나갔다.
이어 강신숙 은행장은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을, 황병우 은행장은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이승열 은행장은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을 챌린지 다음 주자로 지목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관계는 최병오 회장과 이원덕 전 은행장이다.
해당 챌린지를 시작한 최병오 회장이 이원덕 전 은행장을 추천한 건 우리금융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최병오 회장은 2016년 우리다문화장학재단 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아울러 우리은행 비즈니스클럽 회장을 맡는 등 우리금융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과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의 인연도 관심사다. 박 은행장은 함영주 회장이 KEB하나은행장이던 시절부터 SC제일은행 수장으로 연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진옥동-최윤-정상혁, 후원사 이전 2021년 챌린지부터 인연
‘노 엑시트 챌린지’는 경찰청과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시작한 마약근절 캠페인으로, 쿨 코리아 챌린지보다 은행권의 참여도가 다소 떨어진다.
9월 현재까지 참여한 은행권(금융지주 포함) 수장은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방성빈 BNK부산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등 5명이다. 금융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노 엑시트 챌린지 참여가 활발한 곳은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 전상욱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강대영 융창저축은행 대표, 손종주 웰컴금융그룹 회장 등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최윤 회장이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추천했다는 점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대한럭비협회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는데, 협회장이 바로 최윤 회장이다. 신한금융으로 범위를 넓히면 최윤 회장과의 인연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교통안전 릴레이 챌린지’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는데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現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최윤 OK금융 회장을 릴레이 참여자로 지목한 바 있다. 2년여라는 시간이 흘러 진옥동-최윤-정상혁 순으로 상부상조 릴레이 챌린지가 펼쳐진 셈이다.
‘수산물 소비 장려’ 국민의힘發 캠페인 수협·신한·우리금융 동참
‘수산물 소비 및 어촌휴가 장려 챌린지’는 현재로선 은행권의 참여가 저조하다. 세 가지 캠페인 중 가장 늦은 7월 말부터 시작한 탓도 있지만 캠페인의 특성과 정치적 성향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캠페인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부터 시작해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여권 주요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캠페인 목적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오염 처리수 방류로 인해 어려움울 겪는 어촌을 돕기 위해 수산물 소비를 장려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와 유사한 취지의 ‘우리 농축수산물 추석 선물 캠페인’이 국민의힘 당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정치적 색이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건 당연하게도 수협은행이다. 수협은행의 경우 독특하게 강신숙 수협은행장, 신학기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등 2명이 참여했다. 범위를 수협중앙회까지 넓히면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신황용 수협중앙회 부대표 등 수협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한 모양새다. 챌린지 취지 상 수협은행과 수협중앙회가 다른 기관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참여는 강신숙 수협은행장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을 챌린지 릴레이 주자로 지목하면서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강신숙 행장이 진옥동 회장을 지목한 건 신한금융 계열사 중 하나인 제주은행이 수산물 소비 촉진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주은행은 제주도 여행 플랫폼 ‘제주지니’를 운영하고 있는데, 캠페인에 참여한 진옥동 회장은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을 차기 릴레이 주자로 지목하면서 ‘제주지니’를 통해 은갈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차기 주자로 은행권이 아닌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부회장을 지목했다. 비(非)금융인사로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SCL헬스케어그룹 이경률 회장을 각각 추천했다.
한편,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해당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역시 은갈치를 후발주자에게 선물했다. 정상혁 은행장은 여당인사인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의 지목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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