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천 “민주당 이기려면 이재명 2선 후퇴…진보·중도 연합 필요” [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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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민주당 이기려면 이재명 2선 후퇴…진보·중도 연합 필요” [풀인터뷰]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4.01.08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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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평등 감소 추세나 저출산‧고령화로 세대갈등 커질 것”
“진보 우위 시대 지나…민주당 수도권서 80석해야 승산”
“한동훈, 약점 보완 못한 아둔한 전략…민주당으론 땡큐”
“민주당 감나무 전략 대신 리더십·공천‧정책 변화줘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기를 바란다. 22대 총선에서도 승리하기를 바란다. 21대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해 내기를 바란다. 

성공하려면 정권을 뺏긴 실패의 이유부터 정확히 따져야 한다. 제대로 된 처방전이 나올 수 있다. 지난해 출간한 자신의 저서 <좋은 불평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비판한 것도 그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최 소장은 한국 경제 30년을 분석해 왜 불평등이 생겨났고 진보가 어떤 오류를 범해 소주성이 실패한 것인지를 지적했다. 

노동계급론적 시각에 매몰돼 하층민에 대한 분석부터가 틀렸다고 본 그는 대한민국에서 소득기준이 낮은 빈곤한 하층민은 저임금노동자가 아닌 사각지대에 놓인 1930~1940년대에 태어난 노인인 점에 주목했다. 
 

“빈곤의 특성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은 4가지다. 초등학교 졸업 이하, 65세 이상, 은퇴한 사람, 임시‧일용직이다. 실제로는 초등학교 졸업 이하, 65세 이상, 은퇴한 사람은 동일한 인격이다. 이분들은 누구일까? 1930~1940년대에 태어난 분들이다. 한국사회에서 불평등을 줄인다는 것의 실천적 의미는, 기존의 진보‧보수세력이 가지고 있는 일체의 이념적 편견에서 탈출해,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힘든 시대를 살았던 분들에 대한 존경과 연대 그리고 연민을 실천하는 것이다.”
- 최병천 <좋은 불평등> 중- 

 

노인 빈곤의 미래 


- 냉철하게 분석하되 휴머니즘으로 귀결되는 것 같더라고요. 

“꼭 그렇게 볼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불평등과 경제성장의 관계를 일도양단식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 큰 틀은 입체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최 소장과는 지난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에 대해 좀 더 알기 위해 미리 책이라도 읽고 갔다. <좋은 불평등>에 따르면 대한민국 불평등 지표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앞서 언급한 노인 빈곤, 상층부 소득에 영향을 주는 수출량 문제 이 두 가지다.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한국경제에서 불평등 지표가 감소한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보수 대통령 집권에서였다. 이명박 정부 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량이 급감했다. 상위 10% 노동자들의 소득도 감소했다. 그 결과 하층부와의 불평등 지표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던 2015년도 불평등 지표가 좁혀졌다. 중국이 무역 의존도를 줄이면서 국내 수출량이 하락했다. 상위 20%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하층부 20%의 소득은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때 노인기초연금을 20만 원으로 책정한 결과였다.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 위험도는 OECD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갈수록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노인 빈곤율은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도 않은 게 현재 불평등이 줄어들고 있거든요. 상층은 대외교역 환경이 안 좋아서 수출이 줄어 소득이 감소하는 반면에 하층은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국민연금 등으로 소득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고령화 그 자체가 불평등을 올리는 게 아니라 복지 제도가 한 박자 늦었던 거예요. 국민연금 수급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봐야죠.”

하지만, 그 자체가 국민을 잘살게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 점이 궁금했다. 

-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잘살게 하는 것일까요. 

“책에서 담고 싶은 핵심은 불평등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경제성장과 불평등을 줄이는 것은 연동돼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1차 방정식이 아닌 2차, 3차, 4차 방정식으로 풀어야 된다는 거죠. 앞으로는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 세대 간 갈등이 오히려 많이 커질 거예요. 책에는 충분히 못 담았는데 중요해질 수 있죠.”

 

“세대교체는 세계관의 교체”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세대갈등이 사회적 문제라면 정치권은 세대교체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화두이기는 하다. 

최 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세대교체는 나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라고 했다. 조만간 책을 출간하는데 미리 목차를 소개했다. 그중에 있던 말이다. 

세대교체는 주류 교체와 연관된다. 시대별 주류는 어떤 세계관을 담고 있을까. 이참에 최 소장을 통해 세대교체 주역들의 세계관이 어떤 변천사를 거쳐 왔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해 봐도 좋을 듯싶었다. 

당초 그와 인터뷰하고 싶었던 이유는 머지않아 중심에 설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팩트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똥촉’일 수 있다. 

페이스북 글은 가끔 찾아 읽기는 했지만 관심이 커진 것은 연초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의 말이 눈에 들어와서였다.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2012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과 20대 대선에서 문 정부에 실망해 돌아선 유권자 연합을 복원해야 한다고 한 점,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승리하려면 양향자‧김병관 의원을 영입했듯 친기업 진보주의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표현이 이상할 수 있지만 민주당스럽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승만 정부의 토지개혁 등을 호평한 것 또한 반일 전선에 치중된다거나 윤석열 정부를 전두환 신군부에 빗대 독재 타도를 외치는 민주당 주류의 행보와는 결이 다른 모습으로 비쳤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냈고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공들여 영입하고 싶어 할 만큼 진보 진영 내 유능한 정책통이라고 알려져 있다. 고등학생부터 사회운동에 눈을 떠 실천적 노동운동가로 살다 정책활동가로 전환했다. 

스스로 표현했듯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미쳐 산다고 했다. 그가 이끄는 신성장경제성장 학파 스터디 강좌에 의원실 보좌진이나 당직자 등 정치일선의 실무진부터 각계 시민들이 활발히 참여하는 이유도 알만했다. 지난달 공개강좌에 가본 적이 있다. 초빙된 강연자는 백범흠 전 한중일협력사무국 사무차장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국익을 위해서는 실용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일갈했다. 실사구시적 대안 모색에 초점이 맞춰진 스터디로 보였다.

최 소장 행보를 중심으로 보면 민주당은 이미 변화하고 있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실패를 성찰하고 중도라는 바다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게 된 이유다. 그런 생각을 가지며 인터뷰 주제를 고민하다 막판에 정한 것이 시대별 세대교체가 갖는 세계관이었다. 부랴부랴 인터뷰에 앞서 당일 오전 관련 질문지를 전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답변을 못하겠다는 것은 아닌데 엉뚱한 질문들이네요.”

약속 장소 오기 전 최 소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탐탁지 않아 하는 기색이었다. 인터뷰가 파투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얼마 안 있어 최 소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다행히 부드러운 표정.  

- 제가 관심 있는 부분으로 하다 보니….

“대중이 관심 있는 것을 해야지요.”

- 관심을 가질 만한 것 중 유의미하다고 생각되는 것이어서요.

암튼 이렇게 시작된 인터뷰는 초반 <좋은 불평등>에 대한 잠깐의 질문을 거쳐 본론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얘기였다.  

 

세대효과와 연령효과 


- 세대교체는 나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라고 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계관은 시대정신과는 또 다른 것인지요. 

“세대효과 개념부터 알 필요가 있어요. 통상적으로 30년 정도로 교체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20대 때 세계관을 형성하면 그냥 쭉 간다는 거예요. 故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면 평생 민주당 찍거나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거죠.”

그는 유권자들을 60‧70‧80, 40‧50, 20·30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60‧70‧80은 지금도 김일성이랑 싸우고 40‧50은 전두환이랑 싸우고 있는 거예요. 80‧90 학번 중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거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본인들이 20대 때 (지금의 보수당이) 전두환‧노태우‧김영삼으로 정치권력이 이어지는 것을 봤어요. 윤석열 정부는 전두환 정부랑 아무 관계가 없어요. 근데도 전두환의 후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지금도 그런 의미로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죠.”

전두환 군사독재를 물리친 주역은 YS(김영삼)다. 6월 항쟁과 직선제를 쟁취했고 대통령이 돼서는 하나회를 척결함으로써 군정을 종식했다. 5‧18 특별법을 만들어 관련자를 처벌한 것도 YS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3당 합당이 뿌리다. 이런 점들이 여전히 잘 인식되지 않았기에 그런 왜곡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 소장은 “20‧30세대가 보기에는 다들 똘아이 같은 거죠”라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가 언제 북한이랑 경쟁이 끝났고 민주화가 됐는데 아직도 구닥다리 얘기를 하고 있으니 답답한 겁니다. 그래서 2030중에서 무당파가 많은 거예요.”

- 20대는 젠더 갈등이 현안인데 나이 들어도 유지될까요.

“세대효과의 반대 개념은 연령효과예요.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바뀌는 것이 연령효과죠. 젊을 때는 외모가 가장 중요할 수 있는데 좀 지나면 돈이 최고거든요. 젠더 문제에 민감한 것이 둘 중 어느 것인지는 좀 지나봐야 해요. 예단할 수 없어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양날개 


- 1세대 세대교체를 박정희 전 대통령과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으로 봤습니다. 이들의 세계관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 

“박정희는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고 5‧16 주역은 김종필 또래였어요.”

5‧16 당시 JP(김종필)는 30대 중반이었다. JP는 회고록에서 “5‧16 주체는 29명으로 평균연령은 35세, 육사 8기가 주축“이라고 했다. 박정희는 44세였다. 

“30대 중후반이 국가의 중추를 다 먹은 거예요. 5‧16은 1961년도 일이잖아요.”

그로부터 9년 뒤인 1970년 신민당에서는 40대 기수론이 돌풍을 일으킨다. 

“신익희‧장면‧윤보선 등은 연배가 60~70세 정도였어요. 공화당은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이 주축인데 신민당은 60대 중후반들이 하고 있으니 김영삼‧김대중‧이철승 같은 사람들이  ‘우리도 공화당처럼 40대가 해야 되는 거 아니야?’ 했던 거예요.”

- 이들의 세계관은 어떻게 다른가요. 

“1박 3김의 이전 세대는 이승만‧조봉암‧신익희‧장면‧여운영 등이에요. 구한말에 청소년기를 보낸 분들이 많아요. 젊은 시절 중요한 것은 독립국가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박정희와 삼김은 일제강점기 때 근대적 교육을 처음으로 받은 세대였어요. 가난을 극복하는 것, 북한한테 침략당하지 않는 것, 조국 근대화가 캐치프레이즈였지요.”

- 그중에서도 양김(김영삼‧김대중)의 세계관은 민주화가 아니었을까요.

“근대화의 실질적 내용은 약간의 서구화거든요. 우리도 서구처럼 돼야 하는 것 아니야? 왜 식민지가 됐지? 생각해 보면 힘이 없다, 왜 힘이 없지? 산업화가 안 돼 있고 민주화가 안 돼 있으니까. 그때는 어떤 힘의 결집 수단으로 본 거죠.”

- 산업화와 민주화가 선진국으로 가는 필연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종의 양날개였다고 봐야 되죠.”

 

86세대, 반미 세계관 


- 86세대가 정치권에 전면 등장한 것은 김민석 의원 때부터죠?

“첫 스타트를 끊었다고 볼 수 있어요. 1996년 총선 때거든요. 압도적으로 당선되는 것을 보면서 학생운동을 경험한 서울대‧연대‧고대 총학생회장 출신들의 득표효력이 입증된 거예요. 2000년 총선부터 2004년 총선 모두 젊은 피 수혈이라는 명분으로 대거 영입을 하게 된 계기가 됐지요.” 

송영길·임종석·우상호·이인영·정청래 등을 들 수 있다. 

- 공통된 세계관이라 한다면 전두환 타도 이런 건가요. 

“더 넓게 가면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우리나라 작전지휘권이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전두환과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 거예요. 반미 세계관이 이때 등장한 것이지요. 전두환을 몰아내려면 미국을 몰아내야지 하다가 친북 세력이 생겨난 거죠.”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한편으로는 민주당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86 운동권 세력에 대한 반작용, 대안적 시각으로 ‘안철수 현상’이 나왔다고도 볼 수 있다. 진보의 어떤 면에 투표하기를 꺼려하는 부분들을 ‘안철수 현상’에서 흡수해줬다고도 보인다. 

그것이 86 청산 흐름의 첫 출발점이 아니었을까. 최 소장도 “부분적으로 그런 에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공감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86세대와 비슷한 연배로 진보적 가치를 가지면서도 기업가 이미지에 경제도 좀 알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스러웠으니까요. 그렇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로 문재인 대표가 등장하잖아요. 그때는 양자의 에너지가 서로 팽팽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안철수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민주당 패권을 비판하며 탈당해 나온다. 이를 두고 견고한 운동권 순혈주의를 극복하지 못해 실패했다는 시각도 전해진다. 

하지만 최 소장은 “모순되는 얘기”라며 동의하지 않았다. 

“운동권 정서가 싫어 안철수 현상이 등장했는데 운동권 때문에 패배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잖아요.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게 일단 핵심이지요.” 

- 패착은 뭣 때문이라고 보나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개인의 캐릭터 문제도 있겠고, 결국은 유능하지 못하니까 진 거 아니겠어요.”

탄핵 정국 후 장미 대선을 거쳐 문재인 정부를 지나 20대 대선은 새로운 흐름이 등장한다. 조국 사태 이후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석열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됐고,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도 여의도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는 인사였다. 45대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가 파격적으로 당선됐거나 프랑스 비주류 정당의 마크롱이 대통령이 된 경향과 비슷했다. 

이 또한 주류의 변화, 세계관의 변화라고 본다면 큰 흐름에서는 세대교체가 아닐까.  

“동년배들인데 세대교체로 보는 건 무리한 접근이죠.”

최 소장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세대교체는 세계관과 나이 교체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요. 가장 근접한 사람은 이준석과 천하람으로 봐야 되죠.”

- 그럼 시대정신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 말도 너무 과잉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우연적인 요인을 하나하나 시대정신이라고 붙이는 것도 약간 정신이 산만해지는 거죠.”

- 그래도 특징이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특징을 찾는다면, 서울시장은 오세훈, 당대표는 이준석, 대선후보는 윤석열이 된 거겠죠. 이 세 명의 공통점은 비박, 원외,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대구경북 보수가 민주당을 꺾으려면 탄핵을 찬성한 보수를 인정하기로 마음먹은 거죠. 그게 오세훈‧이준석‧윤석열의 등장이고요.”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는 일련의 경향 모두 새정치를 찾는 흐름의 물줄기인 듯도 보였다. 최 소장은 이 같은 시각에 새로운 흐름은 새정치라며 특별할 것 없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하긴 정치 역사는 헌정치와 새정치의 대립 속에서 도출된 정반합일 수 있다.

 

한동훈이라는 세계관 


최근 정치권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슈로 핫하다. 정치권에 등장한 그는 국민을 동료시민으로 호칭한다. 공공선과 선민후사의 대척점으로 민주당 86 운동권 세력의 특권 정치 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다. 또 이것이 강력한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 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가 결탁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정부의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대장동 의혹 등 당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전 대표의 돈봉투 사건 등을 비호하는 모습에서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듯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쿠데타로 몰아세우는 것과 팽팽히 대립하는 논리인 것이다. 
(관련 기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7034) 
 
- 세대교체의 큰 흐름으로 봤을 때 세계관적 관점에서 한동훈 위원장의 발언은 어떻게 보나요.

“운동권 청산은 보수가 항상 하던 얘기 아닌가요.”

그게 뭐 새삼스럽냐는 듯 답해왔다. 

“그 자체가 새로울 것이 없죠. 한동훈 위원장이 비대위를 맡았으면 표 확장, 플러스알파를 해야 할 텐데 운동권 타도나 하겠다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지지만 그냥 또 받겠다는 것이죠. 약간 뭐랄까. 정신 승리 같은 거죠.”

- 민주당 86청산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나요.

“세상만사 청산할 수 있는 건 다 청산하면 좋은 거예요. 중요한 건 자기가 똑바로 하면 돼요. 86이 문제면 그보다 더 잘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2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한동훈 위원장의 세계관이 보이지 않는 건가요.

“세계관이란 말을 너무 막 갖다 붙이면 안 되는 건데 86 운동권이 문제가 있다는 건 사회적 공감이 있다고 봐야 돼요. 근데 너무 옛날 얘기만 하고 있다는 거죠.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었고 글로벌밸류체인나 산업의 변화 등의 문제가 있는데 국민들이 정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와는 약간 괴리감이 있다는 겁니다.”

- 그래서 실망스럽다고 한 건가요.(페이스북에서 그리 말한 적이 있다)

“실망스럽기도 하고 좀 멍청해 보인다는 거죠. 선거는 51%를 받아야 이기는 게임인데 ‘태극기 어르신들 사랑합니다’, 이 얘기만 계속하고 있거든요. 지지율을 확장하지 않는 어리석고 아둔한 전략이에요. 윤석열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이념 카르텔 세력을 타파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것도 문제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확장에 나서야 하는데 본인들한테 득 될 게 뭐가 있겠어요. 정치공학적으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땡큐죠.”

- 중도층이 원하지 않는다고 보는 거네요. 

“당연하죠. 그런 걸 좋아하나요?”

-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특권을 청산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죠.

“취지를 공감하는 것과 내용을 공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잖아요.”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동훈 등판’ 이후 반등하는 분위기다. 취약했던 40대 지지율이 상승세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최 소장은 “컨벤션 효과일 수 있다.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진보 우위의 시대가 끝난 이유


- 진보 우위의 시대가 지났다고 분석했는데 왜 그런가요. 

“<한국갤럽>이 2016년 1월부터 매주 이념 지형을 발표하기 시작했어요. 7~8%포인트 보수가 앞서다가 2016년 10월 태블릿PC 공개를 분기점으로 진보와 보수의 구도가 역전돼요. 진보가 계속 앞서 있다가 2021년 4‧7 재보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것을 기점으로 보수가 진보보다 많아져요.”

이것이 하나의 정황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듯했다. 

“또 하나는 호남이 28석, 영남이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을 합쳐 65석이에요. 호남과 영남 간 37석 차이가 나요. 제주‧충청‧강원에서도 민주당이 앞서지 않거든요. 민주당이 이기려면 수도권 121석 중 30~35석을 먼저 깔고 나머지를 봐야 해요. 그래야 1당을 할 수가 있어요. 대략 121석 중 65%내지 70% 사이, 80석 정도를 얻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지요.”

- 민주당이 이기길 바라지요?

“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하게 말하면 세 가지를 해야 되죠. 리더십 교체를 할 필요가 있고, 공천과 정책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하고 싶은데 이재명 대표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일정부분 꽤 있거든요. 이들을 가세시키려면 2선 후퇴가 있어야겠죠. 2016년 문재인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한 것처럼 진보와 중도의 연합 전선이 필요해요. 운동권스럽고 반기업에 이념편향적 이미지를 쇄신해야 하고요.”

비대위원장이라면 누구를 생각하느냐고 묻자, “칼라로 보면 김부겸 전 총리 같은 분이 해당할 수 있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사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호남에서 이낙연 신당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까?

이에 대해 최 소장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조짐이 안 보인다”며 회의적 전망을 내놓았다. 오히려 ‘이준석 신당’이 ‘이낙연 신당’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총선의 관전포인트도 물었다. 혁신전략과 감나무 전략에 따라 성패가 나뉠 듯했다. “자기 계파의 불이익도 부분적으로 감소하는 게 혁신전략이라면 감나무 전략은 상대방이 실수하는 것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후자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라는 지적이었다. 평소 지론인 약점 보완이 관건인 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약점 보완하는 것을 예로 들면 김건희 여사를 한 세 달 동안 귀양 보내는 거예요. 자원봉사하게 하면 지지율이 5%는 올라가겠죠. 윤석열 대통령이 술 안 먹고 정책을 챙기겠다고 해도 지지율이 올라갈 거예요. 이미지가 나라 일에는 관심이 없고 술 먹는 것과 부인과 콩닥콩닥한다고만 생각하잖아요. ‘근데 결단을 하네?’ 국민들 평가가 달라지겠죠.”

최 소장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다. 지역주의 타파, 정치개혁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승리에도 더 유리한 방식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그리 개편될 가능성을 기대하는 눈치. 

거창하게(?) 세계관 흐름을 훑고 싶었던 인터뷰는 어중간하게 막바지를 맞았다. 대중이 관심 있는 것을 질문해야지 않느냐는 말을 의식해 자극적인 것 위주로 추려 기사화하겠다고 했다.

“자극적인 것은 내지 말아줘요.” “한동훈 멍청, 이런 표현이요?” “그건 안 자극적이죠.” “그럼 자극적일 것도 없는데요.” 실상 소금을 치지 않은 인터뷰다. 일어나기 직전 열정적으로 인생을 사는 이유를 물었다. “똘아이니까요(웃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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