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방식 매몰 안 되려 노력하는 사람”
“충북 여성 출마자 나 뿐…사회배분 불공정”
“‘지속 가능한 사회’ 바라…결혼·출산 후
‘나의 미래’→’우리의 미래’ 고민 지점 확장”
“‘동료시민’ ‘격차해소’ 중점 두고 홍보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백드롭 마술사’로 불리는 이가 있다. 국민의힘 청주 청원구 당협위원장인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국회에 입성한 그는 이제 정치 8년 차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기회가 넘치는 청주 청원구를 만들겠다”며 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대부분 홍보를 맡으며 당을 알려왔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명도 그의 손을 거쳤다. 한동훈 비대위에서도 또다시 홍보본부장 역할을 맡았다.
그가 그리는 국민의힘, 또 그가 바라는 대한민국 사회는 모습은 무엇일까. <시사오늘>은 18일 국회 본청에서 국민의힘 김수민 홍보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변화가 많았다. 아메바처럼 인수분해를 해 가지고(웃음). 하나가 둘이, 아이까지 셋이 됐다.”
- 변화가 있었나.
“난 원래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개인으로서의 불안,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사회에 대한 불만들로 미래에 굉장히 비관적이었다. 그러다 좋은 사람을 만났고, 아이를 낳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 원래 청년 정치에 대한 목소리를 많이 내왔다. 정치 지향점도 바뀌었나.
“청년만이 청년 정치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청년에게 공감할 수 있는 어른들을 포함해 여러 세대가 청년 정치를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처음 국회에 들어왔을 때(29세) 청년으로서 당사자성을 강조해 정치 활동을 했던 것도 맞다. 꽤 성과를 이루었다고 자부한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폭넓고 깊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 같다.”
- 지금의 김수민이 바라는 사회는 뭔가.
“지속 가능한 사회.” 김 본부장은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대답을 내놨다.
그는 “‘나의 현재’에 대한 고민이 ‘우리의 미래’로 확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가 없고 남편이 없으면 내가 속한 사회보다 나 개인의 권리, ‘나 자신’에 대한 고민 위주일 수밖에 없다. 그간 청년이 이런저런 불합리한 이유로 주장하지 못한 권리에 대해 대변자로서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확장된 범위에서 더 큰 정치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더욱 많은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연결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 최근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여의도에서 김수민을 자꾸 찾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당이 고비를 겪던 시기마다 홍보를 맡아왔던 것 같다. 비대위원장이 바뀌고, 대표가 바뀌었다. 그때마다 당은 기성 관점에서의 문제해결이 아닌 새로운,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혁신적인 방식을 찾으면서 위기를 헤쳐왔다고 본다.”
그는 “‘김수민이 훌륭하고 대단해서’가 아니라, 여의도 사고방식에 매몰되고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찾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관성에 의해서가 아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 점을 봐주신 것 같다. 지금 정치에 요구되는 자질이라고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2020년 6월 미래통합당 홍보본부장을 맡아 당명 변경 및 홍보 전반을 책임진 바 있다. 뻔하고 밋밋한 백드롭(배경 현수막)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시의성 있는 문구가 담긴 백드롭을 만들어 화제를 불렀다. ‘아름다운 수도, 서울 의문의 1패’,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더불어민주당’ ‘이 나라, 믿을 수 없는 게 수돗물뿐일까’ ‘부동산 안정될 것 새파란 거짓말’ 등이 그의 작품이다.
- 홍보·디자인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변화 주려고 노력했나.
“공급자의 측면에서 설명되던 정치 콘텐츠들을 죄다 수요자 쪽으로 옮겨왔다.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백드롭도 ‘혁신하겠다’ 등 공급자의 언어가 아니라 ‘정치 왜 이럴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나 국민의 언어, 수요자의 언어로 말이다. 공급자 아닌 수요자의 운동장으로 바꿔봤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국민의힘에 남아있는 구태, 꼰대 이미지 탈피를 위해 필요한 것은 뭐라고 보나.
“전보다 그런 이미지가 덜해졌다고 본다. 특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오고 더 많이 변했다.”
- 특히 어떤 점이 변했나.
“한동훈 위원장은 본인의 생각, 그 생각에서 비롯된 메시지와 정책을 ‘국민의 이득’을 중심으로 생각하더라.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공급자 아닌 수요자의 입장으로 시선을 옮겨왔듯. 앞으로도 변화가 빠르게 많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 가까이서 본 한동훈 위원장은 어떤가.
김 본부장은 한 마디로 “빠르다”고 정의했다.
“사고 체계가 빠르다. 한 위원장은 검사장, 법무부 장관 등 높은 자리에 올랐고,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고 결정을 내렸겠나. 통상 어느 정도 자리에 도달한 사람들은 본인만의 패턴, 사고의 틀이 고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위원장은 본인의 사고 체계를 굉장히 빠르고 유연하게 바꾼다. 비대위회의 전 사전회의에서 비대위원과 당직자들이 본인들만의 의견들을 제안하면 그걸 듣고 아주 빠르게 수용한다.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 당이 젊어졌다는 증거인가.
“비단 젊다고 가능한 건 아니다. 젊은 꼰대들도 있지 않나. 젊어도 본인 사고를 절대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나이가 많아도 본인 사고를 업그레이드하고 기존의 지식, 관념을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게 교정하고 수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체 나이는 들었을지 몰라도 정신적 나이는 젊게 유지하는 거다. 한동훈 위원장의 경우 사고 체계를 아주 빠르게 업그레이드한다.”
- 총선을 앞두고 어떤 키워드를 강조할 예정인가.
김 본부장은 한동훈 위원장이 각종 공식 석상에서 반복하는 단어인 ‘동료시민’과 ‘격차 해소’를 들었다.
“여의도 문법상 ‘공동체’ ‘동지’ 등의 단어가 익숙할 텐데, 굳이 ‘동료 시민’이라는 새로운 워딩을 만든 데에는 그만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료시민과 격차해소라는 단어를 파고들면 나오는 뜻. ‘아름답게 동행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과 관련해 공약·기획을 연결 짓고 있다.”
- 디자인 전공자로서,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로고 어떻게 봤나.
“아직 못 봤다(웃음). 디자인은 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주관적 영역이어서 봤어도 대답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청주 인프라 소수가 독점…기회 자본 되찾아오겠다”
“혐오 난무하는 현수막…‘특검’이 정치철학 될 수 있나”
“틀에 박힌 대답 지양…‘본질’ 파고드는 고민할 것”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그가 도전에 나서는 ‘청주 청원’ 지역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본부장은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7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 후 1년 뒤부터 충북 청주에서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청주에서 자라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
김 본부장은 “청주에서 이뤄낸 크고 작은 성장이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게 주어졌던 물적·인적 인프라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재적소에 제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청주에 내려갔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상당·서원·흥덕·청원 4개 지역구로 나뉘어 있다. 그중 상당구(정우택·국민의힘·5선)를 제외한 세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김 본부장이 도전하는 청원구는 17대부터 민주당 변재일 의원(5선)이 승리해 왔다. 김 본부장은 21대 총선에서 44.42% 득표율(2위)로 낙선했다.
- 왜 청주 청원구였나.
“청주시 4개 지역구 중 누가 기회 자본을 많이 독점하고 있는지를 봤다. 기회 인프라를 독점하고 유지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하는 소수의 기득권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민주당 4선 의원이 있던 지역을 선택하게 됐다.”
- 기회 인프라 독점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청원구 5선을 하는 의원의 경우 한 번도 경선을 통해서 공천받은 적이 없다. 공정하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경쟁을 통해 성숙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본인이 20년 동안 지역을 맡는 과정에서 본인을 뛰어넘는 후계자나 참신한 경쟁자들의 도전이 거의 없었다.”
김 본부장은 또한 “지역구에 걸려있는 현수막들을 보면 특검, 심판 등 증오의 언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아니, 특검이 본인의 정치철학일 수가 있나? 그런 증오와 혐오, 적개심에 기댄 정치 행태에 화날 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 지역에서 해결이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2024년 총선에서 충북 8개 선거구 중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통틀어서 여성 후보가 나밖에 없다. 4년 전에도 그랬다. 그래도 4년 전 경선 후보자 중에선 여자가 있었는데, 이번엔 예비 후보자 중에도 없다. 이렇게 된 원인 파악이 더 구체적으로 이뤄져야겠지만, 결과적으로 이곳이 사회적으로 약자인 이들에게 비호의적인 곳이 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 여기서 말한 약자는 여성을 뜻하나.
김 본부장은 “‘여성이 약자냐’에 대해선 한 여성이 처한 환경, 나이대 등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다를 것”이라면서도 “광의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직업 선택·생활환경 등 여러 면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자원 배분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20대 초중반의 경우 남녀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여성의 전체 생애 주기를 보면 다르다. 보통 30대에 접어들며 임신과 출산을 겪고,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고, 이것이 결국 동일 노동에도 임금이 낮게 책정되는 배경이 된다. 이런 사회 환경이 여성을 사회적 약자의 카테고리 안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이런 지점에서 전혀 개선이 없다.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총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지역 공약을 말하며 교육·교통 인프라를 해결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지역에 대해만 말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앙정치와 지방자치제가 구분된 것도 그와 같다”며 “나도 정치를 7년 정도 하다 보니 틀에 박힌 대답을 관성적으로 할 때가 생기는데, 그럴 때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되도록 본질에 가까운 생각에서 비롯된 대답을 하려고 노력한다. ‘국가와 미래’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이야기했다.
- 청원구민이 김수민에게 기대하는 것은.
“여성과 청년의 정체성을 가진 김수민. 새로운 방식으로 여의도에서 성과를 내려는 김수민을 응원해 주는 것 같다. 무조건 당선, 승리를 바란다기보다 김수민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이 있는 듯해 사명감이 무겁다.”
- 사업가로 활동한 기간과 정치를 한 기간이 이제 거의 비슷해졌다. 어떤 게 더 재밌고 또 보람찼나.
“재밌기는 사업이 재밌었다. 내가 잘하는 걸 잘하면 되니까. 그런데 정치는 공동체 존속을 위한, 더 중요한 일이다.”
- 앞으로 남은 생도 정치인으로 마무리할 건가.
“정치로 인생을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는 것 같다. 정치라는 게 협상을 통해서 타협을 이루어내는 과정의 업이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육체적으로 나 개인이 굉장히 많이 소모된다. 김수민 개인에게는 어려운 직업이지만, 정치인 김수민에게는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다.”
- 무엇이 제일 힘들었나.
그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공동체 변화가 빠르지 않을 때”라고 답했다.
“사회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 느리다. 사회 정의와 범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업의 변화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그런데 공동체 구성원들의 고정관념은 바뀌는 속도가 느리다. 그 부분에서 오는 갈증이 큰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청원구민에게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향유할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 ‘소수가 독점했던 기회의 자본을 되찾아오겠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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