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로잡은 그 감성”…‘르메르 다운’ 한남 플래그십 첫 전시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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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로잡은 그 감성”…‘르메르 다운’ 한남 플래그십 첫 전시 [르포]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4.2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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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메르, 국내 첫 플래그십 전시…오는 5월 26일까지
한국이 전세계 매출 ‘1위’…탄생지 프랑스보다 높아
‘마니아’ 형성 전략…“브랜드 열망하게 만드는 효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르메르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물산

“마당에 핀 들꽃마저 ‘르메르(LEMAIRE)’스럽네.”

서울 한남동 골목길 사이 고요히 자리잡은 르메르 플래그십 스토어. 새하얀 돌담부터 작은 못이 있는 푸릇한 정원, 2층 가정집을 닮은 외형까지 ‘르메르 다운’ 공간이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르메르는 지난 16일 이곳에서 ‘장소감, 시간감, 곡조감(a sense of place, a sense of time, a sense of tune)’ 전시를 시작했다. 옷과 함께, 옷을 매개로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로, 올해와 지난해 봄여름 시즌 컬렉션의 감성을 담았다. 

전시 오픈 후 첫 주말엔 웨이팅이 있었을 정도로 방문객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8일 오후에도 주중이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전시는 오는 5월 26일까지 진행된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르메르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르메르 감성’ 녹여낸 전시…‘편안함’·‘자유로움’ 철학


독보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르메르는 그 이름 자체로 형용사가 된 듯하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르메르 맛’, ‘르메르 감성’라는 표현이 속속 쓰일 정도로,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이곳 플래그십을 들른 관람객 역시 하나같이 ‘르메르답다’는 감상평이다. 전시를 본 고객들은 “전시된 사진이 ‘르메르다운’ 느낌이라 좋았다”, “투박하지만 오히려 브랜드 감성이 잘 담긴 것 같다”는 평을 쏟아냈다.

1층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소파, 책상 등 집에 있을 법한 가구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판매점’과 ‘집’의 경계를 허문 듯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실제로 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1970년대에 지어진 약 69평(230㎡) 규모의 2층 주택을 개조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르메르가 지난 16일 개최한 ‘장소감, 시간감, 곡조감(a sense of place, a sense of time, a sense of tune)’ 전시.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현대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한 인테리어가 아늑한 분위기를 낸다. 편안하면서 간결한 실루엣을 추구하는 르메르의 제품들은 이와 절묘하게 섞여 조화를 이룬다.

전시 공간은 2층 한편에 자리 잡았다. 총 33점의 작품들이 사선으로 세워져 늘어서 있다. 벽을 따라 걸으면 사진 속 장면들이 마치 영화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특히, 작품 속 인물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은 르메르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일상에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 역동적인 움직임에도 자유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단 철학이다.

르메르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삼성물산

 

한국이 전세계 매출 1위…‘고향’ 프랑스보다 인기 많은 이유는 


프랑스와 함께 한국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유독 특별하게 다가온다. 르메르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전세계에 딱 두 개뿐인데, 브랜드 탄생지인 프랑스 파리와 대한민국의 서울에만 있기 때문이다. 서울 플래그십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르메르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고를 올리는 곳이 이곳 대한민국이다. 그 선호도가 ‘종주국’인 프랑스를 넘어선 것이다. 1991년 설립돼 생겨난 지 30년이 더 된 브랜드이지만, 국내에서 인기를 끈 건 2021년경으로 비교적 최근이다.

그 배경에는 삼성물산의 몫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르메르가 국내에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15년 삼성물산이 수입하기 시작하면서다. 이후 국내 셀럽들이 착용하면서 패션계에서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하다가, 코로나19 시기 보복소비가 늘면서 르메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르메르의 제품 가격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로 형성돼 있어 일반 캐주얼 브랜드보단 가격이 높지만 기존 ‘명품’보단 저렴한 수준이다. 

르메르가 지난 16일 개최한 ‘장소감, 시간감, 곡조감(a sense of place, a sense of time, a sense of tune)’ 전시.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삼성물산 관계자는 “르메르는 코로나가 성행하던 2021년부터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복소비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이어 “르메르와 같은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신(新)명품’이라고 일컫는 이들도 늘었다”며 “평소 갖고 싶었던 옷을 그 시기 많이 구입한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르메르가 동양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하나의 인기 이유”라면서 “실제로 디자이너가 동양을 좋아해 일본, 중국 등의 의복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처럼 판매점에 문화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은 최근 유통가 트렌드이기도 하다. 고객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전파하고 ‘팬층’을 형성하겠단 포석이 깔렸다.

삼성물산 측은 “당장 물건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브랜드를 ‘열망’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해 나중에라도 계속 찾게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반적인 판매장과는 다르게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중요한 공간”이라며 “플래그십 스토어가 파리와 서울 두 곳에만 있어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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