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2025년까지 연결 순이익의 50% 이상 주주에 환원키로
“대주주와 일반주주 주식은 같다”…지배구조 일원화 후 주가 우상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금융투자라는 단어를 보면 ‘재미없는 분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생소한 단어와 투자상품은 우리를 금융투자로부터 더욱 멀어지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한 평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흔한 예금조차 투자다. 결국 금융투자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준VEST] 코너에서는 증시부터 각종 정책, 이슈, 사건사고, 자본시장까지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투자의 모든 것을 다루고자 한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과 상장사들이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가운데 주주친화정책으로 유독 눈길을 끄는 기업이 있다. ‘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꿈꾸는 메리츠금융지주다.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을 예고한 이후 대부분 상장사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환원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일반주주와의 소통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무관심하다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다. 유일한 소통의 장이라고는 1년에 한 번 있는 정기주주총회 정도다. 이마저도 대표 등 경영진이 직접 참석하는 경우는 손에 꼽힌다. 상장이나 증자 계획 등 민감한 질문이 나오기라도 하면 도망치기 바쁘다.
분기마다 진행되는 컨퍼런스콜에서도 주주와의 소통에 집중하는 상장사를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직 기업 관계자와 증권사 관계자 그리고 기관투자자가 묻고 답할 뿐이다. 일반주주는 물론 기자들조차 질문할 기회가 없다. 당장 미국만 보더라도 일반주주들과의 소통은 기본 소양이다. 워런 버핏 회장이 참석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은 ‘축제의 장’이라고까지 불린다.
지배구조 일원화부터 주주친화적 정책 유지…주주와의 적극 소통 행보까지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근 여타 국내 상장사와 달리 주주와 적극 소통하는 길을 선택했다. 지난 14일 업계 최초로 ‘열린 기업설명회’를 개최, 김용범 부회장이 직접 나서 일반주주들의 질문에 답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그토록 강조한 ‘대주주의 1주와 개인투자자의 1주는 동등하다’는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주주환원과 관련해 오는 2026년 회계연도부터 정해진 주주환원 비율이 없고, 내부투자·자사주 매입 및 소각·요구 수익률 간 순위에 따라 주주환원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 가지 변수가 현재와 유사하다면 50% 이상의 주주환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가치 제고 방식과 유사하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부터 최소 3년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명확한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2025년까지는 기존 계획대로 주주환원 방침을 유지하되 이후부터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환원 방침을 활용한다는 구체적 계획이다. 이후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자사주 소각과 배당을 합친 주주환원율 51%를 달성하며 약속을 지켰다.
김 부회장은 향후 M&A(인수합병) 계획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M&A 관련 주주들의 질문에 대해 “2014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후 별다른 M&A 실적이 없었던 건 M&A 가격이 너무 높아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M&A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주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까지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방향성은 효율적인 자본 배치와 투명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그리고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동등한 관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여기에 주주들과의 적극 소통에 나서는 등 차별점까지 뒀으니 주주들 입장에선 웃음꽃이 필 수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적극적인 소통 행보가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흔히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대주주가 회사를 주주의 것이 아닌 자기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그러나 메리츠금융지주처럼 주주와 적극 소통하면서 주주친화적 기업이란 이미지가 사회에 각인된다면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배구조 일원화…대주주 1주와 일반주주 1주는 동등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정책이 주주환원율이나 소통 등 전반적으로 국내 상장사의 정책보다 친화적이다 보니 이 회사를 유심히 봐오지 않았던 투자자라면 밸류업 프로그램을 앞두고 취하는 ‘갑작스러운 행보’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주를 향한 메리츠금융지주의 진심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국내 증시에서는 경쟁력 확보 또는 투자금 유치 등의 목적으로 핵심 사업부를 따로 떼내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사례를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주식 가치 희석으로 인해 일반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미국 등 선진시장에선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달랐다. 카카오를 비롯해 LS, 에코프로 등 국내 상장사들이 쪼개기 상장을 할 때 오히려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지난 2022년 11월 메리츠금융그룹은 지주사를 비롯해 증권과 화재 등 총 3개 상장사 중 증권과 화재의 상장폐지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완전자회사 편입을 위해 지주사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결정했다.
이로써 2023년 초 3사가 합병한 통합 메리츠금융그룹이 출범했다. 증권과 화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핵심 사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실적이 지주사 주가에 반영될 수 있는 주주친화적 지배구조를 갖춘 것이다.
시장에선 지주사의 주된 목적으로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와 승계를 얘기한다. 이 때문에 대주주들은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은 높게, 반대로 주가는 낮게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지분율은 약 76%에서 46%까지 줄었다. 대주주의 1주와 일반투자자의 1주는 동등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면서 승계는 없다고 직접 밝힌 조 회장이다.
리스크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룹 내 지주사만 상장돼 있을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 이는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 1분기 메리츠증권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7% 감소한 1265억 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영업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23.8% 늘어난 4909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분기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 덕에 메리츠금융지주는 올 1분기 5913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실적의 주축인 증권의 상대적 부진에도 순이익 하락 폭이 5%가 채 안 됐다.
멈출 줄 모르는 주가 우상향…PER 10배 목표로 자사주 매입·소각
3사 통합 후 효율적인 자본 재분배 구조를 갖추게 된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는 출범 시기인 지난해 3월 말을 기점으로 이날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110.61%에 달한다. 여타 금융지주사들의 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0.09%)과 비교할 시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범위를 올해로 좁히더라도 주가는 올 1월부터 이날까지 38.26% 상승했다.
물론 지주사들 중 일원화된 지배구조를 갖춘 지주사가 비단 메리츠금융지주만 있는 건 아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주주친화적 지배구조만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지배구조와 더불어 주주친화적인 정책과 꾸준한 호실적이 겹겹이 맞물려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행보는 지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한 해 동안 메리츠금융지주는 약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했다. 2022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지난해에는 6400억 원 매입했다. 지난해 취득한 자사주에 대한 소각은 올해 내 이뤄질 전망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가 될 때까지 자사주 매입 소각을 지속하겠다는 게 주주환원에 대한 메리츠금융지주의 자체 가이드라인이다. 이날 기준 메리츠금융지주의 PER은 7.77배로, 10배에 도달하기까지 지속적인 주주환원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자회사들이 호실적을 내주고 있다 보니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의 오름세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단순히 돈 잘 버는 기업, 주주친화적 기업을 넘어 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꿈꾼다. 회사의 행보에 이 같은 목표가 잘 묻어 있다. 주주와 함께하는 메리츠금융지주의 미래가 기대된다.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